삼성전자가 올해도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선제적 투자를 벌여 시장지배력과 경쟁력을 모두 높이는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계열사는 삼성전자의 사업구조 변화에 맞춰 부품사업과 협업 시너지를 강화하며 스마트폰사업에 의존을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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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에 의존을 낮추고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부품사업에서 협업 시너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체 실적에서 스마트폰 등 완제품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반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등 부품사업의 비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 대응한 변화로 분석된다.
삼성전기는 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카메라모듈과 콘덴서, 기판 등 주요부품을 공급하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57%를 삼성전자와 내부거래에서 올렸다. 삼성SDI 역시 소형전지 매출 대부분을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완제품보다 부품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며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의 타격을 만회하고 스마트폰시장 경쟁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절감에 주력하고 있다. 부품을 공급하는 계열사들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은 성장성이 점점 주목받으며 삼성전자의 대규모 투자도 계획돼있어 향후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가동을 앞둔 평택 반도체공장에 3D낸드 생산투자를 계속 이어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 생산공장에 최대 16조 원을 신규투자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부품사업에서 대규모 생산투자로 외형을 확대하면 스마트폰사업의 비중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이런 변화에 맞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삼성SDI와 삼성전기의 인사이동 밎 조직개편에서 이런 움직임을 볼 수 있다.
삼성SDI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3월 사장단인사를 실시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서 근무하던 전영현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확대에 맞춰 반도체소재와 올레드패널소재 등 삼성SDI가 공급하는 전자재료사업에서 시너지를 내기 위해 부품생산분야 전문가를 대표이사에 올린 것으로 해석됐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규모가 늘어날수록 전자재료 공급이 늘어 실적개선에 큰 수혜를 입는다. 스마트폰용 전지사업에 의존을 낮추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수도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SDI의 전자재료부문이 삼성전자의 투자확대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2조2180억 원, 영업이익은 35% 늘어난 253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기는 15일 임원인사에서 연구개발 전문임원인 ‘마스터’제도를 처음 도입하며 변정수 PLP사업팀 수석을 최초의 마스터 승진자로 선임했다.
PLP사업은 삼성전기가 지난해부터 신사업으로 점찍고 육성하고 있는 반도체 패키징사업이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부와 협업을 통해 기술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스템반도체사업부를 설계부서와 위탁생산부서로 분리하며 각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연구개발과 생산투자에도 이전보다 많은 금액을 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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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영현 삼성SDI 사장(왼쪽)과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사업을 확대할 경우 삼성전기도 반도체기판의 공급을 늘려 수혜를 입으며 신사업의 실적기여를 앞당길 수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에 계획대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경우 규모의 경제효과를 갖춰 부품사업에서 강력한 시장지배력과 원가경쟁력을 모두 갖출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확대에 맞춰 관련소재 공급을 늘리며 동반성장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과거 스마트폰 부품공급에 실적을 의존했을 때는 삼성전자향 매출비중이 높은 것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삼성전자의 부품사업 성장이 빨라지며 상황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기와 삼성SDI가 이런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데는 삼성전자의 늘어나는 반도체소재와 올레드패널소재 수요에 맞춰 충분한 공급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올해 PLP사업 인프라 구축에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인 2~3천억 원 정도의 투자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SDI도 올레드 핵심소재인 편광필름 공장증설을 최근 마무리한 뒤 추가투자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