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영화 '특별시민' 스틸이미지. |
한국영화 신작 ‘특별시민’과 ‘임금님의 사건수첩’ 두 편이 쌍끌이 흥행에 시동을 걸었다.
특히 특별시민은 5월 첫주 황금연휴는 물론 장미대선을 앞두고 특수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특별시민이 개봉 이틀 만에 누적관객 30만 명을 가뿐히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날 개봉한 임금님의 사건수첩도 이틀 동안 20만여 명을 끌어모으며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선거판을 소재로 한 정치영화와 코믹사극장르로 각각의 매력을 갖춘 만큼 간만에 나란히 흥행작 반열에 이름을 올려놓을 수도 있다.
5월 연휴는 가족단위 관객이 늘어나는 시기로 코미디나 가족극이 인기를 끌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특별시민 개봉은 이례적인데 장미대선으로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780만 명 이상을 동원해 올해 최고 흥행작에 오른 ‘공조’의 오프닝스코어를 넘었다.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최민식씨가 내공있는 연기로 변종식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었고 라미란씨가 상대진영의 여성후보로, 곽도원씨와 심은경씨가 각각 검사 출신 정치인과 선거캠프에 합류한 젊은 광고인으로 출연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린다. 정확히 말하면 국민이 대표를 뽑아 그 대표들이 정치참여를 하도록 하는 대의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
|
|
▲ 박인제 감독. |
특별시민은 대권 도전을 앞두고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 주인공을 내세워 선거과정의 처음과 끝을 본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런데 변종식이란 이름의 이 주인공이 이상적 지도자와 거리가 있는 인물이란 게 또 문제적이다. 그를 둘러싼 주변인물들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3선에 도전하는 노련한 정치9단인 인물을 통해 권력을 향한 탐욕과 오직 승리만을 위해 진흙탕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정치판의 이면에 초점을 맞췄다.
변종구는 흙수저 출신으로 성공한 정치인으로 설정됐으며 서민적이고 소통하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재래시장 골목을 누빈다. 청년 표심을 노려 힙합에 맞춰 랩을 하기도 한다.
영화 속 이런 에피소드들은 전혀 새롭지 않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선후보 가운데 누구를 대입해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 테지만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대한민국 현실 선거판과 너무도 흡사해 장면마다 각자 누군가를 떠올려보면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을 듯하다.
새로움은 덜하지만 충분히 풍자적이다. 대의민주주의 현실은 인간의 욕망만 가득하고 진정성이란 찾아보기 어려운 전쟁터이자 거짓 이미지로 바뀐 한편의 쇼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물론 이는 민주주의의 역사와 수준에서 앞서있다는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사실은 민주주의의 꽃이긴커녕 투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은가.
그럼에도 대선을 앞둔 시기에 영화를 통해 한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안없는 세계에서 결국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면 김지운 감독의 영화제목처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가운데 그나마 ‘나은 놈’을 고르는 선구안도 필요할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은 이를 영화 속 대사로 "선거란 똥 밭에서 진주 찾기"라고 표현했다.
감독은 제대로 후보자 검증없이 거짓에 선동되고 이미지에 휘둘리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게 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며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 듯하다. "제발 이번엔 꼭 좀 제대로 뽑아보자"고 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