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배출가스가 미세먼지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히면서 배출가스의 근원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지만 휘발유차도 직분사(GDI)엔진을 탑재한 경우 경유차와 비슷한 수준의 미세먼지를 만들어 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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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규 환경부 장관. |
가솔린엔진은 크게 연료와 공기를 혼합한 뒤 엔진 내부로 분사하는 방식(MPI)과 디젤엔진과 마찬가지로 연료를 엔진 내부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GDI)으로 나뉜다. GDI엔진은 MPI엔진 이후에 개발됐는데 연비와 출력을 올리는 장점이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자발적 리콜을 결정한 세타2엔진도 직분사 방식을 적용한 엔진이다. 현대기아차는 2010년 쏘나타 2.4 모델을 시작으로 아반떼부터 제네시스까지 GDI엔진 적용범위를 넓혀왔다.
자동차 배출가스는 크게 이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등으로 이뤄진다. 연료 특성상 휘발유차가 경유차보다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하지만 질소산화물은 덜 배출한다. 하지만 휘발유차와 경유차가 직접 만들어내는 미세먼지량 차이는 크지 않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5년 제작자동차 실내 검사결과에 따르면 GDI엔진과 디젤엔진(유로6 기준)의 미세먼지(10마이크로미터 이하) 배출량은 각각 0.001kg/m, 0.0011kg/m였다.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GDI엔진이 0.011kg/m, 디젤엔진이 0.036kg/m으로 차이를 보였다.
GDI엔진이 디젤엔진보다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독일 자동차연구자단체인 TUEV노르드에 따르면 GDI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디젤엔진보다 10배 높다.
유럽연합은 디젤엔진만 적용했던 미세먼지 배출규제를 올해 9월부터 가솔린엔진도 적용하기로 했다. 또 2018년부터 GDI엔진도 의무적으로 배출가스후처리장치를 장착하도록 했다. 현재 유럽뿐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은 경유차에 배출가스후처리장치를 의무적으로 달도록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경유차만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것처럼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경유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이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정부는 한때 ‘클린디젤’ 바람을 타고 경유차를 보급하는 데 주력하다 미세먼지가 불어 닥치자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꼽고 있다.
정부는 2009년 온실가스 감축대책의 일환으로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하고 유로5 기준 이상을 충족하는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1월에 경유차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면서 경유차 소유주의 세금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장기적으로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해 미세먼지 문제 등을 포함해 환경문제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되자 경유차만 문제인 것처럼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데 대해 근시안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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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세타2 GDI엔진' 구조. |
중국 등 외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양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정확하게 원인을 규명하고 점차적으로 내연기관차 보급으로 줄이는 등 종합적인 친환경차 보급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차는 어떤 연료를 쓰든 미세먼지나 유해물질 등 배출가스를 만들어내는 데 정부가 경유차만 미세먼지를 내뿜는 것처럼 몰고 있다”며 “경유차도 문제지만 휘발유차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경유차보다 30% 가량 많이 배출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배출가스뿐 아니라 타이어가 마모되면서 발생하는 분진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관련 규제는 마련돼 있지 않다.
환경부 관계자는 “타이어 마모로 배출되는 미세먼지 관련 기준이나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관련 연구를 진행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