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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오른쪽에서 세번째)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관련 간담회'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모두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채권단 중심의 기업구조조정에서 벗어나 민간시장 중심의 새로운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의 과도한 부담에서 벗어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임종룡 위원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업구조조정 관련 간담회’에서 “미국 등 선진국이 자본시장 주도로 기업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의 역할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장기적으로 구조조정의 중심축을 채권금융기관에서 민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현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3월23일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을 결정하고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을 전제로 한 자율적 채무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연금공단 등 회사채투자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합의에 난항을 겪고 있다.
임 위원장은 “기업들이 자금조달방식을 은행차입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늘리면서 채권자 사이의 이해관계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다르다 보니 합의가 쉽지 않아 채권은행 주도로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는 현재의 구조조정 체계에 한계가 있다”고 파악했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지난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설득에 실패해 법정관리를 거쳐 파산하기도 했다.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누적된 피로감이 새로운 기업구조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영향을 미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사모펀드(PEF) 등을 활용해 자본시장이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로 했다.
앞으로 5년 동안 8조 원 규모의 기업구조조정펀드를 만들어 기업구조조정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
기업구조조정펀드는 민간에서 펀드를 조성하면 연합자산관리(UAMCO),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출자약정을 통해 같은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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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 |
기업구조조정펀드에 매각된 구조조정 기업의 자금확보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1조6천억 원 규모의 한도성 여신지원프로그램을 만들고 2017년 상반기 안으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보증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 했다.
새롭게 마련된 기업구조조정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게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금융기관 중심의 구조조정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중대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해운업과 조선업의 구조조정 탓에 대규모 적자를 냈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율적 채무조정에 실패해 사실상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갈 경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다시 한번 큰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위원장은 “현재 구조조정체계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의 부담이 국책은행에만 집중돼 국책은행이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있다”며 “앞으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직접적인 구조조정 추진주체에서 구조조정 관련 재원공급 등 구조조정시장 조성자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