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논란을 둘러싼 2건의 재판이 한날 열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무효소송을 낸 일성신약 측은 1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부장판사 함종식) 심리로 열린 변론기일에서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로 합병의 부당성이 입증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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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일성신약 측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해 두 기업이 합병이 무리하게 결정됐다”며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 규정뿐 아니라 개별회사의 자산가치가 고려됐어야 하는데도 이 부회장 승계를 위해 1대0.35로 비율이 불공정하게 정해졌다고 일성신약 측은 강조했다.
반면 삼성물산 대리인은 합병이 사업상 지속성장을 위한 것일 뿐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를 위한 합병이 아니라고 맞섰다. 삼성물산 측은 특히 “최씨 사건은 합병 무효소송에 판단할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날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8차 공판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 심리로 진행됐다.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연금공단 채모 리서치팀장은 이 부회장이 홍 전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플랜 B를 묻는다면 없다"며 "무조건 성사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채 팀장이 이 부회장과 만난 내용을 작성한 ‘CEO면담 내용’이란 문건을 자료로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주총을 앞둔 2015년 7월7일 홍 전 본부장과 채 팀장을 만난 것으로 돼 있다.
특검은 증거자료를 들어 "문건에 '플랜 B를 묻는다면 없다고 하겠다. 이 정도 대가를 치르고 또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수주를 위해 노력하는 데 이번엔 무조건 성사해야 한다. 순환출자 고리 때문에 삼성물산 주식을 취득하지 못 한다'고 돼 있다"고 밝혔다.
채 팀장은 이 부회장이 이런 내용을 말했는지를 묻는 특검의 질문에 “맞다”고 답변했다.
문 전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재판은 일성신약 등이 제기한 민사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성신약 측은 이날 변론기일에서 문 전 이사장과 홍 전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1심 선고결과를 지켜본 뒤 합병무효 소송의 판단을 받고 싶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 관련 사건과 합병 무효소송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원고의 의견부터 정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5월29일 다시 변론기일을 열어 일성신약 측 의견 등을 취합한 뒤 향후 재판 진행 방향을 결정할 방침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