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블랙베리가 스마트폰업체에서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한 지 수년만에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블랙베리는 보안소프트웨어 한 분야에 집중한 성과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기업용 솔루션과 전장부품 등 신사업분야에서 본격적인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9일 외신을 종합하면 블랙베리가 IT업계에서 가장 성장성이 기대되는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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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보안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완벽한 부활에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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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첸 블랙베리 CEO. |
한때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던 휴대폰사업이 급격히 축소되며 결국 매각을 추진하는 등 생존 여부마저 불투명했지만 회생에 성공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베리는 애플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여러 신사업분야에서 반드시 손에 꼽히는 업체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블랙베리가 최근 발표한 회계연도 4분기(2016년 12월~2017년 2월) 실적에서 소프트웨어 매출은 1억9300만 달러로 시장의 전망치를 웃돌았다. 연간 25%의 성장률을 보였다.
존 첸 블랙베리 CEO는 “연초 세웠던 목표를 이뤄내며 훌륭한 성과를 냈다”며 “향후 글로벌시장에서 블랙베리의 영향력은 이전에 휴대폰사업의 전성기를 누릴 때보다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베리는 이전부터 독보적인 보안기술력을 인정받으며 기업대상 휴대폰사업에서 절대적인 지배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애플 아이폰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입지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 뒤 구원투수로 나선 첸 CEO는 스마트폰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하고 보안소프트웨어를 기업용 솔루션 형태로 판매하거나 다른 앱 개발자 등에 기술을 공급하는 형태로 주력사업을 전환했다.
클라우드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전장부품 등 강력한 보안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신사업분야의 성장에 발맞춰 블랙베리가 보안소프트웨어에 더욱 집중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블랙베리의 자동차용 QNX 운영체제는 완성차업체가 자체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는데 강력한 보안기술을 앞세워 전 세계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향후 사물인터넷 플랫폼과 연결되는 커넥티드카시장이 발달하며 블랙베리의 보안기술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 관련업체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한 전장부품업체 하만의 인포테인먼트에도 블랙베리의 QNX가 적용된다. 애플 역시 자동차 관련사업을 연구개발하며 QNX 개발인력을 대거 영입할 정도로 기술력을 글로벌 IT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첸 CEO는 “블랙베리는 이미 죽음에서 살아돌아온 기업으로 더 이상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향후 소프트웨어분야에서 공격적인 사업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포브스는 “2017년 이후의 IT시장은 소프트웨어가 중심으로 블랙베리는 이에 가장 적합한 체질과 비전을 지니고 다”며 “이론적으로 무한한 사업확장이 가능해 성장이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블랙베리는 올해부터 자체 스마트폰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며 중국 TCL 등에 브랜드 사용권을 매각했다. 이를 통한 라이선스 수익도 시장의 예상보다 더 많이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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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베리, 보안 소프트웨어에 집중해 완벽한 부활에 성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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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베리 QNX운영체제를 적용한 포드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용 보안 소프트웨어가 TCL이 생산하는 제품에도 적용돼 보안에 민감한 기업시장 등에서 여전히 강력한 수요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블랙베리의 보안기술은 어느새 강력한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블랙베리는 올해 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해 스마트폰에 적용하는 보안플랫폼 ‘녹스’에 적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내놓을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갤럭시S7과 갤럭시S8에 적용이 예정됐고 주로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된다.
스마트폰사업에서 손을 뗀 뒤 오히려 다른 제조사에도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자유를 얻으며 스마트폰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첸 CEO는 향후 자율주행기술에 적용할 수 있는 보안소프트웨어와 의료기기용 보안기술 등으로 사업분야를 꾸준히 확대해 부활이 아닌 새로운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포브스는 “보안과 관련한 사업의 성장잠재력은 아직 IT업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며 “블랙베리가 구글과 인텔 등 자체 보안기술개발에 나선 기업보다 앞선 활용성을 증명하는 것이 성장의 최대과제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