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계열사 합병을 통해 얼마나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현대위아와 현대위스코 등 굵직굵직 계열사 합병이 줄을 이었지만 합병효과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2014년 현대엠코를 합병한 이후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
|
|
▲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6조9406억 원, 영업이익 4946억 원을 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5.6%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1.6%나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를 인수하기 전인 2013년 매출 2조6236억 원, 영업이익 2655억 원 냈는데 합병 첫 해인 2014년 매출 5조2834억 원, 영업이익 3788억 원으로 실적이 늘어났다. 그 뒤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엔지니어링이 현대엠코와 합병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계열사가 겹치는 사업영역이 적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합병 이전에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부문에, 현대엠코는 토목부문에 특화한 기업이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를 인수하면서 주택사업에도 진출한 셈인데 플랜트사업이 경쟁심화 등으로 부진을 겪더라도 주택사업이 선전하면서 만회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출 수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성장세는 모기업인 현대건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39%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인 1조527억 원을 냈는데 역대 최고 실적이었다.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 전인 2013년만 해도 7929억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합병 첫 해인 2014년 1조 원에 근사한 9589억 원으로 크게 오른 뒤 계속 늘어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엠코을 합병한 이후 현대건설에 버금갈 정도로 몸집을 키우면서 현대건설과 합병을 추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승계하려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현금화해 승계자금을 마련해야하고 이를 위해 현대엔지니어링이 동종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합병해 우회상장하는 절차가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2%를 보유하고 있고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는 7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은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 합병과 함께 성공사례로 꼽힌다.
현대하이스코는 냉연도금재, 컬러강판 등을 생산해왔고 2014년에 현대제철에 합병돼 현재 냉연사업부로 바뀌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하기 전까지 열연강판만 생산하던 데서 합병 이후 냉연강판, 아연도금강판 등도 자체적 생산하면서 자동차강판의 일관생산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다.
현대제철은 현대하이스코를 합병한 첫 해인 2014년 영업이익 1조5천억 원을 내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합병 이전 5% 대에서 합병 이후 8%대로 올랐다.
하지만 현대위아, 현대메티아, 현대위코 등 부품계열사의 합병효과는 좋지 않다.
|
|
|
▲ 윤준모 현대위아 사장. |
현대위아는 2014년 말에 현대메티아, 현대위스코를 합병한 이후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현대위아는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완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합병 이전에 주조회사 현대메티아와 단조회사 현대위스코가 생산하는 소재를 납품받아 합병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위아의 영업이익률은 2014년 6.92%에서 2015년 6.35%로 소폭 떨어진 이후 지난해 3.46%로 급락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계열사 부진 탓에 현대위아 수익성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합병 시너지를 창출하기 보다 외연확대에 집중한 탓도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위아는 합병 이전에는 회사의 현금창출 규모를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연평균 5천억 원 상당을 투자했다. 하지만 합병 이후에 투자규모를 확대하면서 차임금도 늘어났다.
현대위아의 총차입금은 2014년 말 1조2천억 원에서 2015년 말 1조6천억 원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에도 2조 원 정도로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