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자금확보를 위해 반도체사업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하드디스크사업을 동시에 처분하거나 별도 매각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드디스크사업을 확보할 경우 낸드플래시의 서버와 PC용 고객사 확보에 강력한 시너지가 예상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사업 인수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눈독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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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5일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 결정으로 하드디스크사업의 운명도 기로에 놓이게 됐다”며 “어떤 형태로든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저장장치사업부문에 낸드플래시를 담당하는 반도체사업부와 하드디스크사업부 등을 두고 있다. 반도체사업부는 분사한 뒤 절반 이상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도시바는 원전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이 10조 원에 이르는데 반도체사업 매각을 통한 자금확보가 절실하다. 완전한 경영정상화와 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도시바 하드디스크사업부의 매각가치는 추정하기 어렵지만 글로벌시장에서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도시바 3개 업체가 과점체제를 구축한 만큼 충분한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하드디스크시장에서 도시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체라고 강조하며 낸드플래시를 활용한 SSD사업과 시너지를 강조했다.
반도체사업부의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도시바가 이런 자료를 낸 점이 하드디스크사업의 매각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하드디스크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250억 달러로 SSD 시장규모의 170억 달러를 뛰어넘는다. 아직 대부분의 서버업체가 SSD보다 가격이 낮은 하드디스크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의 공급부족으로 SSD의 가격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도시바의 하드디스크사업도 향후 수년 동안은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성장성은 밝지 않다.
하드디스크사업의 가치는 결국 기존 PC와 서버고객사를 통해 향후 SSD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있다.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사업을 매각할 경우 이를 유지할 이유도 별로 크지 않다.
웨스턴디지털이 메모리반도체기업 샌디스크를 인수하고 씨게이트가 SK하이닉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등 하드디스크기업들이 일제히 적극적인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포브스는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며 하드디스크사업도 동시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반도체사업만 매각이 추진될 경우 별도로 매각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유력 인수후보로 웨스턴디지털과 애플 등 미국기업들이 거명되고 있다. 일본정부가 도시바의 반도체기술이 한국과 중화권기업에 유출되는 것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의 경우 독점규제 등에 부딪혀 도시바 하드디스크사업을 인수할 가능성은 낮다. 애플도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낸드플래시 확보가 주요목표라 동시인수를 추진할 공산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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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의 하드디스크 제품. |
결국 도시바의 하드디스크사업은 제3의 기업에 넘어갈 수도 있다. SSD의 공급망 확대를 노리는 메모리반도체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기회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글로벌 SSD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한데다 하드디스크사업을 이미 씨게이트에 매각한 전례가 있어 하드디스크분야에 재도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경우 이미 씨게이트와 협력을 추진해왔고 낸드플래시에 비해 SSD시장에서 점유율이 미미한 만큼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인수에 실패한다면 하드디스크에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이 애플이나 웨스턴디지털에 넘어갈 경우 SK하이닉스는 모바일과 서버용 낸드플래시 고객사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비할 경쟁력 확보방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SSD사업에 이제 막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단계”라며 “빠른 시장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한 만큼 도시바와 다양한 협력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