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백산수를 앞세워 생수시장 공략에 속도를 붙인다. 광동제약의 제주삼다수 판권계약 종료가 연말로 다가오면서 판도변화에 대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이 삼다수의 입찰전에 뛰어들지를 놓고도 업계에서 여러 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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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동원 박준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 |
4일 업계에 따르면 삼다수의 판권입찰을 앞두고 농심이 백산수의 점유율 높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삼다수는 제주개발공사가 위탁판매할 업체를 선정하는데 올해 말이면 광동제약과 계약이 끝나 시장에 다시 나온다.
농심은 2012년 삼다수 판권을 잃은 뒤 백두산 천지에서 원수를 퍼오는 백산수로 시장 탈환을 노리고 있다. 삼다수의 판권이 누구에게 넘어가느냐에 따라 생수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 농심으로선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
신세계푸드나 CJ제일제당 등 대규모 유통망을 보유한 업체가 판권을 거머쥘 경우 농심이 백산수로 생수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일이 더 버거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농심으로서는 올해 말까지 백산수의 점유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삼다수, 아이시스 등과 3강 구도를 굳힐 필요가 있는 셈이다.
|농심은 “50년 동안 신라면으로 ‘면의 역사’를 기록했다면 앞으로 100년은 백산수로 ‘물의 신화’를 쓰겠다”며 생수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생수시장은 지난해 7403억 원 규모를 기록해 전년과 대비해 15.5% 성장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2020년이면 1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 농심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백산수를 국내와 중국에서 농심의 매출을 이끄는 브랜드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엔 휴대성을 높인 330ml 저용량 생수를 출시한 데 이어 24시간 가정배달을 신청할 수 있도록 모바일앱 서비스도 내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생수는 시장 성장세가 무서울 뿐 아니라 충성도가 높은 제품”이라며 “제조원가 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일단 자리를 잡으면 비교적 쉽게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심은 2015년 창사 이래 최대규모 투자인 2천억 원을 들여 중국에 공장을 건설해 연간 125만 톤의 백산수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국내 생수 제조업체 가운데 최대의 생산능력이다. 생수 1위 업체로 올라서겠다는 농심의 야심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문제는 삼다수의 벽이 높을뿐 아니라 생수시장에 눈독을 들인 업체가 농심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백산수는 출시 3년 만인 지난해 12월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점유율 8.0%로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을 1.7%포인트 차이로 제쳤지만 점유율 41.5%를 차지한 삼다수와 아직 격차가 벌어져 있다. 삼다수는 지난해 점유율이 전년보다 3.6%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40%대 점유율을 지켰다.
더욱이 롯데칠성음료가 다수의 생수브랜드를 보유해 전체생수 점유율은 10.2%인 점을 감안하면 제조사별 점유율에서 농심은 여전히 3위에 머물러 있다.
최근 신세계푸드와 아워홈, 웅진식품 등이 줄줄이 생수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10월 생수 제조업체 제이원을 인수해 새로운 생수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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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심이 2천억 원을 투자해 지은 중국 옌볜 이도백하 백산수 공장. |
이 때문에 농심이 삼다수 판권입찰에 다시 뛰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다수 판권을 손에 쥘 경우 경쟁이 치열한 생수시장을 단번에 장악할 수 있는 만큼 농심이 불참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신춘호 농심 회장의 아들 신동원 농심 부회장은 최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삼다수는 농심이 브랜드 론칭부터 영업, 마케팅까지 직접 맡아서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심 관계자는 “신 부회장이 가볍게 ‘삼다수가 있으면 좋다’는 취지해서 한 얘기일뿐 회사의 정책적 방향이 아니다”라며 “농심은 백산수에 집중할 것”이라고 부인했다.
농심이 삼다수 위탁판매 계약을 해지하는 과정에서 제주도개발공사와 법적 공방을 벌인 점 역시 입찰에 뛰어들기에 껄끄러운 요인이 될 수 있다.
농심은 올해 백산수의 매출목표를 850억 원으로 잡았다. 농심이 삼다수를 유통하던 때의 최고 전성기 매출인 1900억 원의 45% 수준이다.
세계 최대의 생수시장인 중국도 정조준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중국 생수 시장 규모는 24조 원에 육박했다.
박준 부회장은 “수원지인 백두산에서 가까운 동북 3성 지역과 베이징·상하이 등 동부 대도시를 핵심거점으로 중국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