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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돈 나영석, 스타PD 전성시대를 열다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9-21 07: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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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돈 나영석, 스타PD 전성시대를 열다  
▲ 이영돈PD

‘이적료 20~30억 원 + α.’ 프로 야구선수의 이적료가 아니다.

지상파TV PD들이 케이블 채널로 옮기며 받은 이적료다.

스타PD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능력을 인정받으면 몸값도 수십억 원대로 뛴다.

다채널 다매체시대가 되면서 시청자들은 더 이상 특정 방송사라는 이유로 채널을 고정하지 않는다. 지상파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을 가리지 않고 프로그램이 재미있으면 언제라도 채널을 돌린다.

이 때문에 방송국들은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능력있는 PD 모시기에 안간힘을 쓴다.

스타PD 한 명을 영입하면 시청률에다 막대한 광고수입, 콘텐츠 판매수입을 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스타PD를 영입하는 데 쏟아붓는 투자도 아깝지 않다.

◆ KBS→채널A→JTBC로 옮긴 이영돈 PD

종합편성채널이 2011년 개국하면서 지상파 예능PD들이 하나둘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로 자리를 옮겼다.

상대적으로 잠잠하던 시사교양PD 중에서도 종편행을 선택한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KBS 이영돈 PD였다.

그는 KBS와 SBS에서 30년 경력을 쌓았다. ‘추적 60분’과 ‘그것이 알고싶다’ 등의 프로듀서를 맡으며 브랜드를 구축했다. 2007년 이름을 내건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을 직접 진행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들에게 얼굴도 알렸다.

그는 KBS 교양제작국장 자리까지 오르며 KBS의 대표 시사교양PD로 꼽혔으나 사표를 내고 ‘채널A’로 옮겼다. 그는 이적하면서 “지금 방송시장은 콘텐츠로 승부하는 시대에 들어서면서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 PD는 채널A로 이적하며 거액을 받았다는 풍문이 돌았다. 방송의 한 관계자는 “2011년 당시 지상파 PD들의 이적료는 책임프로듀서 10억 원대, 연출급 5억~7억 원대라는 말이 공공연히 방송가에 떠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PD는 “계약금이나 스카웃비는 전혀 없고 KBS에서 본부장 수준의 연봉을 받는 정도”라며 “돈 보고 옮긴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의 채널A 이적은 성공적이었다. 이 PD는 ‘먹거리 X파일’로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유행어를 낳았다.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 유행어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만큼 화제를 모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PD는 3년의 계약이 끝나자 채널A와 재계약하지 않고 이번엔 JTBC를 선택했다. 공식적으로 프리랜서 신분이지만 이 PD는 JTBC와 독점계약을 맺고 하반기 방송을 기획중이다.

JTBC는 “이영돈 PD는 교양PD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자들에게 그 이름으로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라며 “JTBC의 기획력과 이영돈 PD의 오랜 방송 노하우가 합쳐져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JTBC의 말은 이영돈 PD가 이른바 ‘스타PD’라는 것을 증명한다. 과거 PD들은 프로그램 이름을 내세우며 이름을 드러내지 않았다. PD의 이름보다 프로그램과 방송사를 더 앞세웠다.

그러나 이영돈 PD는 그가 제작을 맡은 프로그램이나 방송사보다 그의 이름이 더 앞에 있다. 그래서 스타PD다. 야구선수들이 실력에 따라 여러 구단을 옮겨다니듯 그가 여러 번 소속을 옮길 수 있었던 것도 스타PD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송의 판이 변한 것은 종합편성채널의 탄생과 관련이 있다. JTBC TV조선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은 개국을 앞두고 제작인력 확충에 나섰고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지상파 PD 영입에 나섰다.

이런 움직임에 17개의 케이블 채널을 보유한 CJE&M도 합세했다.

  이영돈 나영석, 스타PD 전성시대를 열다  
▲ 나영석 CJE&M 프로듀서

◆ 나영석 PD 영입, 30억 아깝지 않은 CJE&M


KBS의 대표 예능프로그램 ‘1박 2일’의 나영석PD가 CJE&M으로 이적한다는 말은 2011년부터 돌았다. 당시 나 PD는 “반복되는 이적설이 어떤 경로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KBS에서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아직은 그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KBS는 이듬해 연초 인사에서 나 PD가 승급 연차를 채우지 못했는데도 2직급으로 승급시키며 나 PD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일 년 뒤 나 PD는 CJE&M으로 이적했다.

당시 한 방송 관계자는 “‘1박2일’은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지상파 대표 예능프로그램인데다 나영석 PD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다"며 "그는 연출 노하우를 인정받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고 말했다.

나 PD는 CJE&M으로 옮기며 방송업계 최고 대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이적한 PD들이 20∼30억 원대의 이적료를 받았는데, 나 PD는 이들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액의 연봉과 함께 전폭적인 프로그램 제작지원도 약속받았다.

CJE&M은 지상파 예능PD의 영입을 통해 지상파 방송의 제작 노하우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덕재 CJE&M tvN 본부장은 “공중파에서 쌓은 노하우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그 재능을 후배들에게 전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CJE&M은 나 PD를 잡기 위해 많은 돈을 썼지만 이런 투자는 아깝지 않은 결실을 맺었다. 나 PD는 이적 후 ‘꽃보다 할배’와 ‘꽃보다 누나’ 등 꽃보다 시리즈로 시청률과 화제 양쪽을 모두 잡으며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꽃보다 할배’는 평균시청률 7.1%, 최고시청률 9.8%를 기록하며 지상파 프로그램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 연이어 방송한 ‘꽃보다 누나’는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평균시청률 9.0%, 최고시청률 10.6%였다.

높은 시청률에 따른 광고수입도 짭짤했다. 전작 꽃보다 할배의 인기에 힘입어 꽃보다 누나는 1회부터 광고가 완판됐다.

꽃보다 할배는 한국 예능프로그램 최초로 미국 지상파 채널에 포맷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CJE&M은 지난 3일 미국 지상파채널 NBC에 꽃보다 할배의 포맷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미국은 지상파와 케이블까지 워낙 채널이 많은 데다 각자 독보적 예능 포맷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이 포맷을 수출하는 일은 흔해도 아시아 포맷이 미 지상파로 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영석 PD는 “우리가 만든 포맷으로 미국에서 프로그램이 제작된다는 것은 그 프로그램이 영미권 국가에 모두 뿌려진다는 것이기에 정말 영광스럽고 흥분된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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