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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왼쪽),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오른쪽) 등 여러 대선후보들이 미래창조과학부의 해체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뉴시스> |
미래창조과학부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 신세가 됐다. 유력 대선후보들이 미래부를 해체할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창조경제의 주무부처라 박근혜 정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데 대선후보들은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의 화학적 결합에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래부의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부문을 개별 부처로 분리하거나 다른 부처와 합치는 등 다양한 조직개편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 대선후보, 미래부 개편 공약
27일 주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종합하면 미래창조과학부가 다음 정부에서 해체되거나 조직이 크게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과학기술부를 부활해 과학기술정책 관련 업무를 모두 맡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과학기술부는 노무현 정부에서 만들었던 부처로 과학기술에 관련된 국가 연구개발(R&D)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다. 장관은 부총리급이었다.
정보통신기술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정보혁신부’를 신설하는 방안도 내부 씽크탱크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래부를 해체하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부활해 부처별로 나눠진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1999년 만들어졌다가 2011년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로 개편된 정부기구다. 과학기술정책 수립과 연구개발 투자조정 등을 맡았다가 미래부에 흡수됐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정보통신정책 기능을 미래부에서 분리하고 다른 부처의 관련 업무까지 합쳐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총괄하는 새 정책기구를 만드는 공약을 제시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해 과학기술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미래창조과학부를 존속하되 조직과 기능을 일부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안 지사는 “과학기술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정부조직이 자주 개편됐다”며 “과학계가 민주적으로 합의한다면 과학기술의 정부조직 형태가 장기간 지속돼야 한다”고 밝혔다.
학계도 미래부의 해체 논의에 뛰어들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3일 발간한 정책총서에서 미래부를 해체한 뒤 과학기술 연구개발 기능에 다른 부처의 연구개발 기능을 더한 ‘미래연구부’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상욱 숭실대학교 교수는 최근 토론회에서 미래부의 과학기술전략 조직을 분리한 뒤 중소기업청, 교육부, 보건복지부의 관련 기능을 통합해 ‘혁신기업부’를 설립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학계 관계자는 “미래부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을 조합하고 벤처와 창업 등 ‘창조경제’를 끼운 조직”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미래부를 해체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정책의 의사결정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공룡 부처’ 미래부, 성과는 미흡했나
미래부는 매머드급 규모와 위상을 보유했는데도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 양쪽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학기술은 10년 이상을 바라보는 장기정책 위주인 반면 정보통신기술은 1~2년 안에 결정해야 하는 단기현안이 많은데 양쪽의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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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는 최근 디지털타임스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 “미래부에서 과학기술분야의 소외감이 지나치게 강하다”며 “고위공무원단 비중을 보면 정보통신기술부문 인력이 압도적이다 니 과학기술 전문행정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미래부가 2013년 출범한 뒤 3급 이상 승진자를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살펴보면 과학기술부 출신 9명, 정보통신기술분야 23명이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예산도 2013년 17조1천억 원에서 2017년 19조4천억 원으로 13.4% 늘어 이명박 정부(2008~2012년)의 증가율 44.5%보다 낮다.
과학기술분야의 성과지표인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특허 출원과 등록은 2013년 1만6653건(출원 9907건, 등록 6581건)에서 2015년 1만3356건(출원 8294건, 등록 5062건)으로 줄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지난 9년은 정보통신기술산업의 중세시대와 같다”며 “한국은 현재 정보통신기술이 중심이 된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데 말레이시아나 체코보다도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회사 UBS가 지난해 국가별로 4차산업혁명의 준비도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평가대상 국가 45곳 가운데 25위에 그쳤다. 미래부에서 준비해야 했던 법률과 제도적 시스템이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정책의 연속성을 감안해 미래부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정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ICT정책연구실 실장은 2월에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제조업 경쟁력을 기술혁신으로 다시 높이려면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함께 가는 의사결정구조(거버넌스)를 유지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최양희 미래부 장관도 3월 초 간담회에서 기자들에게 “옛날에는 기능별로 독립적이고 칸막이를 친 정부조직이 강조됐지만 지금은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 시대”라며 “4차산업으로 대변되는 융합의 시대에 미래부의 공중분해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