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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
“올해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한다.” “4조2천억 원만 지원해주면 더 이상 추가지원없이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하겠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그동안 해온 말이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위기에 몰리면서 정 사장은 약속은 모두 헛말이 되고 말았다. 정 사장은 과연 무엇을 오판한 것일까?
◆ 대우조선해양, 절망적 상황
2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이 자금난의 악화로 법정관리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달부터 대우조선해양의 ‘4월 위기설’을 떨쳐내기 위해 해외영업에 발 벗고 뛰고 있으나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소난골 드릴십(이동식 시추선)의 인도 문제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에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 원의 회사채를 자체적으로 상환할 능력이 사실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자금난이 가중되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추가지원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 내몰렸다.
대외적 신뢰도에도 치명상을 입었다. 정 사장은 최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과징금 1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적 합의가 없다면 법적 강제력을 수반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게 필요하다”며 “법정관리, 워크아웃, 기업분할 등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성립, 인력 구조조정 타이밍 놓쳤나
정 사장이 인력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친 탓에 대우조선해양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사장은 지난해 3월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는 않겠다”며 인력을 감원해 고정비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대신 단기계약 직원(물량팀)들과 정년퇴직인원 등을 통해 2020년까지 현장인력의 20%를 자연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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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지난해 3월 서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수천 명의 인력을 회사 밖으로 내보내며 혹독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했던 것과 다른 선택이었다.
이런 ‘정성립식 경영’은 노조의 반발을 잠재우고 노조위원장과 협력해 해외선주들과 선박의 건조계약을 체결하는 등 소정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완전자본잠식상태에 빠지고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자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정 사장에 인력감원을 강력히 요구했다.
정 사장은 채권단으로부터 2조8천억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지난해 4분기가 돼서야 부랴부랴 모두 1500명 안팎의 인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이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비교해 인력 구조조정 시기가 반 년가량 뒤늦은 것이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현금흐름에서 매달 1천억 원가량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구조조정을 앞당겨 실시했다면 빠른 사업구조 변화를 통해 손익을 개선할 가능성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소난골 사태와 신규수주 전망도 오판했나
정 사장이 신규수주와 소난골 드릴십 인도문제를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 사장은 지난해 초에 선박과 해양플랜트를 포함해 모두 100억 달러 규모의 일감을 새로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우조선해양이 지난해 상반기에 수주가뭄을 겪는 상황에서도 정 사장은 그리스에서 열린 선박박람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2016년) 하반기에 상당한 수준의 시장환경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과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 지난해 자구계획안을 추진하며 최소 1년 반 이상 조선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과 대조된다.
정 사장의 예상은 현실을 정확히 빗겨갔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선박 9척과 특수선 2척 등 모두 11척, 15억4천만 달러의 일감을 따내는데 그쳐 목표치의 15%가량을 달성하는 초라한 성과를 냈다.
정 사장이 소난골 드릴십을 인도해 1조 원의 현금을 확보하려던 계획도 현재까지 아무런 소득이 없다.
정 사장은 지난해 6월 말에 소난골 드릴십의 인도지연 사태가 터졌을 당시 선주가 드릴십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며 잔금을 받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과 수차례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9개월째 잔금을 수령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점은 소난골 사태가 정 사장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난골은 현재 드릴십을 운용할 글로벌 해양 석유기업과 용선협상 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협상이 잘 마무리되더라도 소난골이 현금을 확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정 사장은 말 그대로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몰려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