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이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의 입찰제안서 작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수주에 총력을 쏟고 있는데 최근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업 파트너인 록히드마틴과 제안서 작성을 조율하고 있다.
◆ 한국항공우주산업-록히드마틴, 입찰제안서 작성에 신중
2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록히드마틴이 현재 30일 마감되는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입찰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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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 사장. |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은 미국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노후화한 훈련기 35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미국 해군의 후속 교체물량까지 합할 경우 사업규모가 최대 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사업은 애초 록히드마틴-한국항공우주산업 컨소시엄과 보잉-스웨덴 사브, 노스롭-영국 BAE, 레이시온-이탈리아 에어마키 컨소시엄 등 4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노스롭과 레이시온이 체계개발 일정을 맞추기 힘들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2파전이 됐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기조를 예의주시하며 입찰제안서 작성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생산하고 있는 고등훈련기 수출모델인 T-50A의 납품가격이 사업자 선정에 큰 결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개발한 T-50(T-50A의 이전 버전)은 이미 여러 나라에서 운용되고 있는 만큼 안정성이 충분히 검증됐다는 강점이 있다. 보잉-사브 컨소시엄도 후보기 N-381의 시제품을 내놓고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하게 개량할 수 있다.
T-50A와 N-381이 성능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후보기의 납품가격이 사업 수주의 향배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도 전투기 등 미국이 사용할 무기체계를 도입할 때 가격을 가장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보였다.
한국항공우주산업과 록히드마틴은 현재 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입찰제안서를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다른 걸림돌은 없나
트럼프 대통령은 되도록 미국 방산기업에 전투기를 발주하려고 한다. 이 때문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수주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이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주관사로 참여하고 있고 T-50A의 최종조립이 미국에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이 록히드마틴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최근에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미국 국방부의 부장관에 보잉의 수석부사장인 패트릭 샤나한을 내정했다.
샤나한 내정자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하고 1986년 보잉에 입사한 지 30년 만인 지난해 보잉의 제조공정과 공급망을 담당하는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샤나한 내정자는 보잉 상용기인 737, 747, 767, 777기종을 담당했다. 미사일방어체계(MD)부문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V-22 ‘오스프리’ 수직 이착륙기와 CH-47 ‘치누크’ 헬기 등을 포함한 미국 육군의 항공기 업무에도 관여해온 만큼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록히드마틴이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에서 꼭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반론도 있다.
최근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으로 내정됐으나 이를 거절한 로버트 하워드 예비역 제독의 경우 현재 록히드마틴 아랍에미리트(UAE)법인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록히드마틴도 미국 행정부의 부름을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놓고 볼 때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이 꼭 보잉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