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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한국전력 본사부지의 최종승자는 누가 될까? 삼성전자인가, 현대자동차그룹인가?
17일 마감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매각은 재계 서열 1위와 2위의 자존심을 건 한판 맞대결로 압축됐다. 입찰결과는 18일 발표된다.
삼성전자는 17일 오후 4시 마감된 한전부지 매각에 단독으로 입찰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경영위원회를 열어 한전부지 입찰 참여를 최종결정했다.
현대차그룹도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3개 계열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참여를 확정했다.
한전부지는 감정평가액만 3.3㎡당 약 1억3900만 원선, 매각가격이 5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강해 가격이 크게 뛸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그룹이 과연 얼마를 써냈는지 주목된다.
특히 삼성의 입찰 참여는 입찰 마감일까지도 베일에 싸여 있었다. 삼성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어떤 형태가 될지 궁금증을 불렀는데 결국 삼성전자의 단독참여로 결론났다.
◆ 삼성전자, 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했나
삼성전자는 그동안 한전부지 매각과 관련해 입을 다물었다. 삼성전자는 입찰 참여결정 막판까지 실익을 꼼꼼히 따지며 신중함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이 참여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온 마당이어서 상당한 부담이 생겼기 때문이다. 입찰에서 실패할 경우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입찰 참여는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입찰가액으로 얼마를 써냈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한전부지 낙찰가액은 적게 4조 원 대에서 많게 6조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본사 기준 30조 원대, 연결기준으로는 60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실적둔화 등으로 위기감이 높아져 삼성전자가 입찰에 참여하더라도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결국 한전부지 입찰에 대한 자금동원을 계열사에 넘기지 않고 삼성전자가 모두 떠안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한전부지 입찰에서 성공할 경우 삼성전자가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부지에서 가까운 옛 한국감정원 본사부지를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연계해 삼성동 인근에 삼성계열 복합시설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지활용 계획이나 자금조달 등에 대해서 현재 밝힐 수 없다”면서 “구체적인 것은 입찰결과가 나온 뒤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일찌감치 눈독들인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 인수에 일찍부터 눈독을 들여왔다. 한전부지 매각공고가 발표되자마자 현대차그룹은 공식자료를 내고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방안 등을 밝히는 등 인수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해 왔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3개 계열사의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했다. 정확한 참여지분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업계는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가 각각 5대 3대 2의 지분율로 참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삼성전자가 예상을 뒤엎고 단독으로 입찰 참여를 결정한 것과 반대로 현대차그룹 역시 현대차 단독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차는 양재동 사옥과 부지를 단독으로 보유중인데 공간이 부족해 새 사옥 건립의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본사 17조 원, 연결기준 42조 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해 단독입찰 여력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한전부지를 손에 넣을 경우 이곳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건립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GBC 건립을 통해 국내외 그룹사를 통합관리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기능을 확보하고 문화, 생활, 컨벤션기능 등을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하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2005년 성수동 뚝섬 삼표레미콘 부지에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축하려했으나 실패로 끝난 경험이 있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이번 한전부지 입찰을 성공하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몽구 회장은 입찰가액을 높이라는 독려도 아끼지 않으며 강한 인수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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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
◆ 한전, 18일 최종승자 결정
한전 본사부지 면적은 7만9342㎡로 축구장 12개 규모의 크기다. 공시지가로 1조4837억 원, 지난해 말 장부가액은 2조73억 원이었다. 현재 감정가는 3조3346억 원이다.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단 1원이라도 더 많은 금액을 써내는 쪽이 이긴다. 한전이 감정가액을 이미 공개했기 때문에 입찰 하한가는 최소 감정가액을 상회할 것을 관측된다.
업계는 최종 낙찰가가 4조 원을 넘기는 것은 물론 5조 원에 육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속내에 달려 있다. 두 그룹이 자존심을 건 한판대결을 펼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치킨게임’ 양상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매각대금 규모가 워낙 큰 데다 향후 개발비용까지 감안하면 최소 10조 원이 소요될 것이란 점에서 두 그룹 모두 ‘승자의 저주’만은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 쪽이 최종승자가 될지 18일 뚜껑이 열린다. 한전은 18일 오전 10시 최고가격을 제시한 입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해 발표한다. 낙찰자는 한전과 계약한 뒤 계약일로부터 1년 이내에 인수대금을 최다 세 차례에 걸쳐 분납하도록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