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통해 삼성동 상권을 확대할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업계 강자들도 모두 눈독을 들이는 사업이라 운영권을 쉽게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다만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범현대가'라는 점에서 정지선 회장이 오랜 협력 관계의 수혜를 볼 수 있지 않겠냐는 말도 돌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 새 사옥 상업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한다면 매출 성장이 정체된 무역센터점의 공간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는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상업시설 운영권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GBC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에 조성하는 복합개발시설로 현대차그룹의 통합 사옥으로 불린다. 업무시설과 호텔, 판매시설, 공연장, 전시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7월 비공개 입찰에 이어 10월 현대백화점과 신세계,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3사로부터 사업 제안 발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경쟁에서 현대백화점이 관심을 받는 배경 가운데 하나는 범현대가의 오랜 인연이다.
정지선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사촌 관계다. 두 사람은 경영뿐 아니라 스포츠 등 다방면에서 교류를 이어왔다.
대표적 사례가 현대백화점의 여자 양궁단 창단이다.
정지선 회장은 2011년 12월14일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열린 창단식에서 정의선 회장의 제안이 창단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당시 정의선 회장도 창단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두 그룹의 협력 관계는 단지 두 회장의 친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실제 사업에서도 끈끈한 관계가 확인된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는 현대차 울산·전주·아산 공장과 남양연구소, 현대모비스 마북연구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등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사업장에서 단체급식을 운영해 왔다. 미국과 멕시코의 현대차·기아 생산시설에서도 급식사업을 맡아왔다.
거래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2020년 현대자동차그룹에서 3425억 원, 당시 현대중공업그룹(현 HD현대그룹)에서 981억 원 규모의 단체급식 수의계약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이는 당시 공정위가 조사해 집계한 수치로 현재 범현대가 계열사들과의 수의계약 규모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계약 방식도 각 고객사가 결정하는 만큼 현대그린푸드가 전체 계약 현황을 확인하려면 개별 계약을 살펴봐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2021년 대기업의 단체급식 일감 개방을 추진했지만 기업의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했다. 이후 범현대가 계열사들도 상당수 급식사업장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이 GBC 운영사로 선정된다면 범현대가의 사업 협력은 단순한 '구내식당 운영'에서 벗어나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 자체적으로도 GBC 운영권 확보의 의미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점포인 무역센터점의 매출 성장세가 최근 2년 동안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어서다.
무역센터점의 2025년 매출은 1조2731억 원으로 2024년보다 0.5%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4년에도 매출 증가율이 0.4%에 머물렀다. 전국 백화점 매출 순위에서도 2024년 7위에서 지난해 9위로 내려갔다.
현대백화점의 다른 주요 점포와 비교하면 성장세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지난해 경기 판교점 매출은 2024년보다 17.2% 증가하며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더현대서울과 압구정본점 매출도 각각 7.3%, 6.2% 늘었다.
| ▲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조감도. <서울시> |
매장 면적의 제약도 추가 성장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무역센터점의 영업면적은 5만4403㎡(약 1만6457평)이다. 2013년 증축 이후 대규모 면적 확대 없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명품 매장이 집중된 저층부에서는 제한된 공간에 여러 브랜드를 배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주요 명품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유치하거나 기존 매장을 확대하는 데는 공간적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GBC는 무역센터점 건물 밖으로 사업 기반을 넓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이 운영권을 확보하면 기존 점포에 수용하기 어려웠던 브랜드와 식음료, 문화 콘텐츠 등을 별도 공간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GBC의 업무시설과 호텔, 공연장 등을 찾는 방문객까지 새로운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삼성동에서 백화점 이외의 상업시설을 운영한 경험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 한무쇼핑은 2000년 서울 코엑스몰 개장 이후 판매·식음료 매장의 운영관리 업무를 맡았다. 해당 계약은 2013년 2월 종료됐다. 이후 2016년 코엑스몰 임차운영사업자 선정 과정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과거 코엑스몰에서 판매·식음료 매장을 관리한 경험은 GBC의 입점 브랜드 구성과 매장 운영계획을 마련하는 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코엑스몰은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 코엑스몰'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GBC 운영권을 확보한다면 삼성동에서 두 유통기업이 각각 대형 복합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경쟁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
다만 범현대가의 오랜 인연이 운영권 확보를 보장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정의선 회장은 사업 제안 발표를 앞두고 백화점 3사 오너들에게 공정하게 평가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경쟁사로 거론되는 신세계는 코엑스몰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 현대백화점으로서도 범현대가라는 관계와 별개로 상업시설 운영에서 경쟁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운영권을 확보하더라도 기존 무역센터점과 고객층이 겹치면 새로운 시설의 매출 일부가 기존 점포에서 이동하는 데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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