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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애플의 다음 혁신 대상은 TV인가? 애플이 아이폰과 애플워치에 이어 TV를 혁신 대상으로 꼽고 있다.
세계 TV시장에서 1위와 2위를 달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애플을 강력한 경쟁자로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애플이 TV에서 혁신을 꾀할 경우 어떤 TV가 될지 시장은 주목한다. 기존과 같이 셋톱박스 형태가 될지 혹은 완제품 형태의 TV가 될지 추측만 무성하다.
그러나 애플이 내놓을 TV가 기존 스마트TV에 일대 변화를 낳을 가능성은 분명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훨씬 간편하면서도 더 똑똑한 스마트TV를 내놓았다. 이를 위해 스마트TV 운영체제(OS)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구글도 최근 안드로이드TV를 선보이며 그동안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에 이어 혁신 경쟁이 이제 TV로 옮겨가고 있다.
◆ 팀 쿡 “TV에 계속 관심 두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작업하는 제품들이 있다. 아직 소문이 돈 적도 없는 제품들이다.”
팀 쿡 애플 CEO는 12일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어떻게 스티브 잡스의 혁신과 창의를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팀 쿡은 “계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 중 하나는 TV”라고 했다.
팀 쿡의 이번 발언으로 애플이 본격적으로 TV사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2012년 3세대 애플TV를 내놓은 이래 새로운 TV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 생전 스티브 잡스는 TV에 대해 취미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팀 쿡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TV는 더 이상 취미가 아니다”라고 말해 애플TV를 기다리는 소비자의 기대감을 높였다.
팀 쿡이 내놓을 애플TV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기존과 같은 셋톱박스 형태일지 혹은 이번에야말로 완제품 형태의 TV를 내놓을 지 여러 추측들이 나온다.
애플TV는 현재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떤 형태가 됐든 애플이 본격적으로 TV시장에 진입할 경우 현재의 스마트TV시장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5년 동안 제자리걸음 스마트TV시장
팀 쿡은 방송에서 “솔직히 말해 TV는 1970년대에 갇혀 있으며, TV를 보려고 거실에 가는 것은 시계를 되감아 뒤로 가는 것과 거의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지난 2010년 화려하게 등장해 5년차를 맞이한 스마트TV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스마트TV라는 이름을 달고 많은 TV들이 출시되지만 이들은 스마트TV가 아닌 최신형 TV로 소비된다. 소비자들이 스마트TV를 사도 탑재된 부가기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스마트 기기별 콘텐츠 이용패턴 비교와 그 시사점'를 보면 스마트TV 이용시간의 99.6%를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스마트TV의 기능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TV를 시청하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안드로이드TV,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선보인 스마트TV들은 이러한 고민에서 다시 출발하고 있다.
이들은 무조건 많은 기능을 담아내려던 과거에서 벗어나 TV 본연의 기능인 ‘보는 즐거움’에 충실하려 한다. TV의 기본속성은 기대앉아 편히 쉬며 보는 것이며 스마트TV 역시 휴식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최근 스마트TV들이 추구하는 방향이다.
보통의 TV를 스마트TV로 만들어주는 ‘크롬캐스트’나 애플TV 역시 다른 기능보다 ‘보는 것’ 자체에 충실하자는 데서 출발했다. 이들은 훨씬 낮은 가격과 실용성으로 기존 스마트TV를 위협할 존재로 떠올랐다.
아직 스마트TV 시장이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애플은 어떤 TV를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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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이 5일(현지시각)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인간을 배려하는 "퓨처 홈"의 구현(Bringing your future home)'이라는 주제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제공> |
◆ 삼성전자의 타이젠OS 기반의 스마트TV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전보다 훨씬 사용이 쉽고 간편해진 스마트TV를 올해 나란히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16일 서울에서 열린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OSCON)’ 행사장에서 자체 OS ‘타이젠’을 내장한 스마트TV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선보인 타이젠 OS는 기존의 OS ‘스마트허브’보다 훨씬 간소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뉴 수를 대폭 줄였고 기능을 아이콘으로 보여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번에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노출하기 위해 다소 복잡했던 화면이 아이콘 몇 개로 깔끔해졌다.
이르면 내년부터 정식 출시될 타이젠TV는 이날 소개된 시제품 OS를 기반으로 개발된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관계자는 “비움과 직관성을 중점에 둔 현재의 구조를 기반으로 타이젠TV를 개발하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냉장고와 세탁기 등 스마트 가전과 연계한 삼성 스마트홈의 중심에 타이젠TV를 둘 것”이라 말했다.
◆ 칭찬받는 LG전자 새 스마트 TV
LG전자도 지난 2월 자체 OS인 ‘웹OS’가 탑재된 스마트TV를 선보였다.
웹OS는 LG전자가 경쟁력있는 스마트TV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HP로부터 인수한 OS다. LG전자는 스마트폰, 태블릿PC용 운영체제인 웹OS를 개량해 스마트TV용 운영체제로 바꿨다.
LG전자의 웹OS 역시 간단함이 핵심이다. 그동안 스마트TV들이 앱 위주의 사용과 부가적 기능을 추가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TV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간편한 전환과 검색으로 콘텐츠를 손쉽게 보는 것에 중점을 뒀다.
특히 웹OS는 매우 직관적이어서 용법을 약간만 익히면 그 다음부터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리모컨 역시 다른 스마트TV 리모컨들이 버튼으로 가득한 것과 달리 리모컨 가운데 버튼이 단 하나 있을 뿐이다.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황정환 상무는 “웹OS TV는 일반 스마트TV와 차원이 다른 제품”이라며 “TV는 개인용 기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보는 것이기 때문에 스마트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웹OS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유명 IT전문 매체 디지털 트렌드는 “LG 웹OS TV가 진정한 스마트 TV의 본질을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데일리 텔레그라프는 “현재 시장에 나온 플랫폼 중 가장 세련되고 직관적인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앞으로도 쉽고 간편한 웹OS 확대에 힘쓰기로 했다. 2014년 출시하는 스마트TV의 약 60%에 웹OS를 탑재한다.
업계에 따르면 7월말 기준으로 LG전자 웹OS TV는 전 세계에 140만 대 이상 판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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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사장) |
◆ 구글TV의 실패를 딛고 나온 안드로이드TV
구글은 지난 6월 개발자컨퍼런스에서 그동안 소문으로만 돌던 ‘안드로이드TV’를 공개했다.
구글은 ‘구글TV’를 시작으로 TV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힘썼지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구글TV는 처음 출시된 2010년 소니, 로지텍, LG전자, 비지오, 하이센스 등 많은 TV제조사들과 함께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콘텐츠 공급의 어려움과 사용상의 불편함 때문에 결국 실패작으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구글TV가 실패한 이유로 구글이 영상 콘텐츠가 아닌 앱에 집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은 스마트TV로 앱을 사용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보길 원했다는 것이다.
컨퍼런스 발표자로 나선 데이브 버크 안드로이드 엔지니어링 이사는 안드로이드TV를 소개하며 구글TV 실패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명확히 밝혔다. 구글이 스마트폰을 TV에 구현하려 했고 결국 이것이 소비자들의 외면을 불렀다는 것을 인정했다.
이번에 출시한 안드로이드TV는 이런 반성의 결과다. 구글TV와 달리 사용 편의성을 강화하고 콘텐츠 제휴를 확대했다.
초기화면도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었다. TV는 일할 때 사용하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달리 오로지 즐기기 위한 매체이기 때문에 아무도 TV에서 복잡한 게 나오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 구글의 생각이다.
구글은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고를 때 느끼는 번거로움도 줄여주기 위해 화면 위에 추천영상도 제공한다.
◆ 스마트TV 위협하는 분리형 스마트TV
비싼 스마트TV 대신 낮은 가격으로 기존 TV를 스마트TV로 만들어주는 기기도 등장하고 있다. 애플이 2007년 출시한 애플TV와 구글이 지난해 출시한 크롬캐스트가 대표적이다. 이 기기들은 35~100달러로 스마트TV의 핵심기능을 구현한다.
특히 크롬캐스트는 애플TV보다 싼 가격과 확실한 기능으로 기존 스마트TV를 위협하고 있다.
크롬캐스트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에서 즐기던 영화, 음악, 유튜브 영상 등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TV에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엄지손가락 크기의 기기다.
최근 출시 초에 없었던 ‘미러링’ 기능도 추가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미러링이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화면을 그대로 TV화면에 표시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써 구글이 제공하는 영상 콘텐츠는 물론 소비자가 보유하고 있는 영상 콘텐츠도 쉽고 간편하게 TV로 볼 수 있게 됐다.
크롬캐스트의 가격은 35달러에 불과하다. 35달러를 주고 초소형기기를 사서 거실 TV에 꽂으면 마치 스마트TV처럼 쓸 수 있다. 크롬캐스트는 지난해 7월 미국에서 출시된 지 2주 만에 전체 물량이 동나면서 이베이 등에서 2배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크롬캐스트는 지난 5월부터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국내 출시가격은 5만 원 정도다. 정식으로 국내시장에 출시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2만 개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크롬캐스트 출시 당시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이런 형태의 스마트기기가 스마트TV의 미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디스플레이서치는 “크롬캐스트는 스마트TV업체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스마트TV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의 기능과 구성품 등을 늘리는 전략을 쓰고 있지만 이는 가격상승을 가져와 오히려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스마트TV가 ‘보는 것’ 하나에 충실한 방향으로 옮겨가면서 더욱 더 크롬캐스트와 차별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크롬캐스트 같은 스마트기기와 경쟁할 경우 값비싼 스마트TV가 살아남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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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리 페이지 구글 CEO |
◆ 팀 쿡이 내놓을 애플TV는?
애플이 2007년부터 내놓은 애플TV도 화면이 달린 TV가 아닌 셋톱박스다. 엄밀히 말하면 스마트TV가 아닌 보조기기다.
애플TV는 아이튠스(iTunes)를 이용해 다운로드한 음악, 영화 등의 영상 콘텐츠를 고화질 디지털 텔레비전을 통해 사용자에게 쉽게 전달해 준다. 꼭 아이튠스를 통해 다운로드받지 않더라도 PC에 저장돼 있는 음악이나 동영상을 언제든지 TV로 볼 수 있다.
애플은 2012년 3월 3세대 애플TV를 99달러에 출시했다. 그 뒤 2년이 넘게 새로운 모델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팀 쿡이 애플TV에 대해 언급하자 애플TV가 곧 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 없이 추측만 난무한 상황이다. 팀 쿡은 TV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는 질문에 늘 침묵을 지켜왔다.
많은 전문가들이 애플이 당분간 완제품TV를 출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은 TV의 교체주기가 7년 이상으로 길고, 40인치 이상의 중대형 사이즈시장으로 진입해도 애플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애플이 굳이 완제품 시장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본다.
현재 가장 많은 힘을 얻고 있는 것은 애플이 게임 기능을 탑재한 애플TV를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애플스토어에 이미 수만 개의 게임이 등록돼 있다. 애플TV로 앱스토어 게임을 할 수 있게 되면 모바일시장처럼 가정용 게임시장을 잡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애플TV가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비디오 게임기처럼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