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현대기아차가 러시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정부가 유럽과 미국 완성차기업이 생산한 차량에 대한 구매금지를 검토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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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정부는 유럽과 미국 완성차기업의 생산차량을 국영기업 관용차로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수입차는 물론 현지생산 차량도 구매금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정부는 앞서 대중교통 차량으로 서방국가에서 수입한 차량을 구매할 수 없도록 했는데 이번에 논의되는 제재는 수위가 한층 더 강해진 셈이다. 이는 서방이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한 데 대한 보복조치로 풀이된다.
러시아정부의 규제 탓에 유럽과 미국차 판매가 주춤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대기아차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러시아 경제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또 현대기아차는 지난 6, 7월 두 달간 월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 7월까지 누적 판매 순위에서 현대기아차(15.1%)는 1위 아브토바즈(15.7%)를 바짝 따라잡았다. 그 뒤로 폴크스바겐(11.1%) 르노(8.4%) 토요타(8.2%) GM(7.4%)이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러시아 정부의 제재로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츠벤츠 GM 볼보 등 유럽과 미국의 대표 완성차기업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경제 침체로 현지 자동차 판매량이 점차 줄던 차에 현대기아차로서 경쟁자가 줄게 되는 것이다.
현지 완성차기업인 아브토바즈와 일본 완성차기업은 러시아 정부의 규제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현지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폭이 다른 완성차기업에 비해 적어 현대기아차는 이들 기업과 경쟁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아브토바즈의 판매량은 25.4%나 줄었고 일본 닛산의 판매 감소율도 22.4%에 이르렀다. 반면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6.6% 감소하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 러시아 시장점유율을 늘리는 게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러시아 판매가 늘수록 수익성은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이다.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은 지난 7월 실적발표회에서 “2분기 가파른 원화절상과 루블화 하락으로 수익이 감소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