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에 추가지원을 할 경우 BIS(국제결제은행)자기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든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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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한국수출입은행장. |
16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에 채무재조정과 함께 3조 원가량의 추가자금을 지원하는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최 행장은 BIS비율 하락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BIS비율 11.15%를 기록해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BIS비율은 은행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인데 일정 수준보다 낮을 경우 은행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BIS비율은 자기자본/위험가중자산(RWA)을 놓고 구하는데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돈을 빌려줄 경우 위험가중자산이 커지면서 BIS비율이 떨어지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자칫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16일 “이해관계가 각기 다른 채권자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만큼 대우조선해양은 자율협약보다 법적구속력이 있는 정식 워크아웃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자산건전성 등급하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수출입은행은 현재 대출 1조6천억 원, 영구채 1조 원, 선수금환급보증(RG) 6조6천억 원 등 대우조선해양에 모두 9조2천억 원 규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자산건전성 등급이 현재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떨어지게 될 경우 추가충당금 적립에 따른 손실 등으로 BIS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최종구 행장은 정부출자, 코코본드(조건부신종자본증권)발행,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 활용 등 여러 방안을 놓고 저울질을 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상반기에 BIS비율 9.68%를 기록한 뒤 정부출자, 코코본드발행 등으로 자본을 확충해 BIS비율을 11%대로 끌어올렸는데 이 두 방법을 다시 쓰기에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정부출자는 국회의 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수출입은행은 이미 지난해 산업은행의 현물출자와 정부의 현금출자를 포함해 1조5천억 원가량을 지원받았다.
수출입은행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정부로부터 현물과 현금을 합쳐 3조2천억 원가량을 출자받았다.
지난해 국회에서 정부의 수출입은행 출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만큼 정부가 예산을 짜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될지 불투명하다.
미국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고 있어 코코본드를 발행하는 것도 부담이다. 코코본드는 재무제표상 자본으로 분류돼 BIS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낸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11월 사상 처음으로 5천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해 BIS비율을 0.04%포인트 가량 개선했다.
당시 수출입은행은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발행여건이 악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 코코본드 발행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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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미국금리 인상은 채권금리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채권을 발행하는 입장에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최 행장이 한국은행의 자본확충펀드를 최초로 활용해 수출입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가능성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7월 한국은행이 기업은행에 10조 원을 빌려주고 기업은행이 이 자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코코본드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자본확충펀드를 만들었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활용되지 않았다.
정부가 책임져야 할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해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최 행장은 오랜 기간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던 관료출신으로 취임 직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을 잇따라 만나 수출입은행의 현안 등을 논의했다.
특히 이주열 총재와 만난 자리에서 자본확충펀드의 필요성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응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며 “이와 관련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투입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