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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동영상, 삼성과 CJ 해묵은 갈등의 산물인가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7-03-15 19: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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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독립 이후 경영권을 위협받는 특수한 상황에서 삼성가의 장손으로서 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감으로 뛰었다. 그 결과 제일제당을 CJ그룹으로 키울 수 있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13년 1월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은 삼성그룹과 CJ그룹의 해묵은 갈등을 엿보게 해준다.

  이건희 동영상, 삼성과 CJ 해묵은 갈등의 산물인가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문제로 삼성그룹과 CJ그룹의 오랜 갈등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5일 재계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촬영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CJ그룹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그룹과 CJ그룹의 악연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 CJ그룹이 방어용 차원에서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을 확보해 놓았는데 관계가 개선되자 동영상을 촬영한 사람들이 삼성과 CJ를 상대로 동영상을 미끼로 내세워 돈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고위임원이 동영상 촬영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면서 이런 말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물론 CJ그룹은 개인적 차원의 일탈행위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은 두 그룹이 대한통운 인수로 갈등을 빚었던 2011년부터 이건희 회장과 형인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상속재산을 두고 소송을 벌인 2013년 6월 사이에 5차례에 걸쳐 촬영됐다.

이맹희 회장은 2012년 2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7천억 원대 상속재산 소송을 냈다. 2011년 6월 삼성 측이 CJ 측에 ‘상속재산 포기각서’를 요구한 것이 소송의 발단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는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미행하다 발각돼 경찰에 넘겨질 정도로 두 그룹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때다.

형제 사이 소송전은 1심과 2심이 이건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나고 이맹희 회장이 2014년 2월 상고를 포기하면서 어렵사리 마무리됐다.

두 그룹의 갈등이 시작된 건 훨씬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장남인 이맹희 회장 대신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선택했을 당시 분쟁의 씨앗이 잉태됐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 이맹희 회장은 한때 삼성그룹 후계자로 경영수업을 받았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제일제당, 신세계,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주요계열사의 부사장까지 지냈고 사카린 밀수사건으로 이병철 창업주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자 잠시 삼성그룹의 회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동생 이창희 전 새한그룹 회장이 일으킨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이병철 회장의 눈 밖에 났다. 이 과정에서 17개 계열사 임원에서 대부분 물러났고 후계자 구도에서도 밀려났다.

두 그룹의 갈등은 1993년부터 4년 동안 진행된 CJ그룹의 분리과정에서 가장 먼저 불거졌다. 

삼성그룹은 당시 제일제당 분리를 반대했지만 1993년 6월 제일제당 분리를 약속했다. 이를 토대로 제일제당은 호텔신라에서 독자경영 선포식을 열었다.

그러나 그 이듬해 이건희 회장은 이학수 당시 삼성화재 부사장을 제일제당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제일제당 관계자는 당시 “이학수 대표의 파견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데다 취임사에서 기존 분리약속과 전혀 다른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학수 부사장은 “분리라는 말을 쓰지 말라”며 “삼성과 같이 간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동영상, 삼성과 CJ 해묵은 갈등의 산물인가  
▲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이학수 부사장은 제일제당 이사회의 반발로 결국 한달여 만에 물러났다.

그리고 넉달 뒤 삼성은 이건희 회장 집 3층 옥상에 CCTV를 설치했다. CCTV는 바로 옆집인 이재현 회장 집의 정문이 보이도록 설치됐다. 집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이 사실이 언론에 공개되자 삼성그룹은 장비를 급히 철거했다. 그 뒤 제일제당은 사옥을 삼성본관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면서 삼성그룹과 동거관계를 청산했다.

2011년 두 그룹은 다시 한번 갈등을 빚었다.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삼성이 포스코와 손잡고 CJ 컨소시엄과 경쟁하면서 서로 비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갈등은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일단락됐다.

2014년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재판을 앞두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오너일가가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어느 정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맹희 회장이 2015년 8월 사망하자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등은 큰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했다.

이맹희 회장은 2014년 1월 상속분쟁 항소심 결심재판에서 했던 최후진술에서 이렇게 말했다.

“재현이가 삼성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행하고 CCTV로 감시하고 제일제당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장손의 할아버지 성묘도 방해하고 대한통운 인수하는 데 뛰어들어 방해하고 이 재판이 시작되자 다시 재현이를 미행하는 등 그동안 건희가 조카에게 한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나열하는 것이 저 자신도 부끄럽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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