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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사회

역대 최대 6.7% 올린 '기준 중위소득', 실제 중위소득 상승 반영 못해 '미완의 현실화'

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 2026-07-30 17: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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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 폭으로 올렸지만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나타난 실제 가구소득 상승 속도에는 못 미치면서 복지 기준선 현실화는 미완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가계소득 통계의 시차와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산정방식을 개편했지만 이미 낮게 결정된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다음 해 산정의 출발점으로 삼는 구조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실제 중위소득과 복지 기준선 사이에 누적된 차이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역대 최대 6.7% 올린 '기준 중위소득', 실제 중위소득 상승 반영 못해 '미완의 현실화'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정부 안팎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28일 결정한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6.7%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역대 최고치이지만 실제 가구소득 상승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8일 논평을 통해 정부가 내년도 인상률을 결정함에 있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평균 증가율인 8.69%에 견줘 약 23% 낮게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기준 중위소득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급여의 기준 등에 활용하기 위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이다. 

기존 산정방식은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인 '기본증가율'을 적용하고, 조사상 중위소득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추가증가율'을 더하는 구조였다. 다만 산정에 활용되는 가계금융복지조사 통계가 3~5년 전 자료라 시차가 있고 연도별 증가율의 변동성이 크다는 문제가 제기돼 왔다.

정부가 이번에 새로 마련해 처음 적용한 방식도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에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의 최근 3년 평균 증가율을 적용하는 기본 구조는 유지했다. 대신 통계의 변동성과 시차를 보완하기 위해 소비자물가지수와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사회·경제지표를 반영해 증가율을 보정하고, 상대빈곤 완화와 급여 적정성, 국가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추가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 발표자료에는 물가와 성장률을 각각 어떤 비중과 방식으로 반영했는지 구체적인 계산 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국가 재정여건이 최종 인상률 결정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도 공개되지 않았다.

전년도 기준 중위소득을 다음 해 산정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인상률이 실제 가구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결정됐을 때 그 차이가 다음 연도에도 이어진다. 이후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더라도 과거에 벌어진 차이가 자동으로 복원되지는 않는다.

기존 방식에는 조사상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추가증가율'이 있었지만 새 방식에는 격차 해소를 명시한 별도 항목이나 구체적 목표가 제시되지 않았다. 오히려 물가와 성장률, 재정여건 등을 근거로 증가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부의 정책적 재량이 커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이번 산정방식 개편이 해마다 경기와 물가, 성장률 등을 이유로 기본증가율을 낮춰 온 관행을 제도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 증가율을 원칙으로 제시하면서도 여러 경제지표와 재정여건을 근거로 다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면 객관적 산식보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최종 인상률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참여연대가 제시한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도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은 1인 가구 기준 월 276만6천 원, 4인 가구 기준 705만1천 원이다. 정부가 정한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 273만6042원과 692만9885원은 각각 3년 전 조사상 중위소득보다 약 3만 원과 12만1천 원 적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중위소득과 기준 중위소득은 각각 조사값과 정책 지표라는 점에서 산출 성격이 다르지만 두 수치의 차이는 복지 기준선의 현실화 정도를 보여준다. 다만 이를 비수급 빈곤층 규모와 곧바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실제 수급 여부는 소득과 재산을 반영한 소득인정액과 급여별 추가 요건을 함께 적용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7년 복지 기준선이 2024년 조사상 중위소득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매년 높은 인상률에도 실제 가구소득과 기준 중위소득 사이에 과거부터 누적된 차이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역대 최대 6.7% 올린 '기준 중위소득', 실제 중위소득 상승 반영 못해 '미완의 현실화'
▲ 2027년 기준 중위소득. <보건복지부>

기준 중위소득 현실화가 중요한 것은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 액수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의 범위 자체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비롯해 국가장학금과 행복주택, 청년월세 지원, 긴급복지, 재난적 의료비 지원, 아이돌봄 서비스, 청년미래적금, 에너지바우처 등 15개 부처 80개 복지사업의 지원 대상을 가르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기준 중위소득이 가구소득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면 생활 형편이 어려운 가구도 선정기준을 소폭 웃돈다는 이유로 각종 복지사업에서 제외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한 인상률 자체보다 복지 기준선이 국민의 실제 소득 수준을 얼마나 충실히 반영하는지가 중요한 이유다.

정부가 발표한 2027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월 692만9885원으로 올해보다 43만5147원 오른다. 1인 가구는 17만1804원 증가한 273만6042원이다. 6.70%는 기준 중위소득 결정이 시작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 최대 지급액은 1인 가구 기준 올해 월 82만556원에서 내년 87만5533원으로, 4인 가구는 207만8316원에서 221만7563원으로 늘어난다. 의료급여와 주거급여, 교육급여 선정기준도 기준 중위소득 인상에 맞춰 함께 올라간다.

정부는 소득 하위계층의 적자가 커지고 소득계층 사이 격차가 확대되는 등 'K자형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역대 최대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새 산정방식을 앞으로 3년 동안 적용한 뒤 기초생활보장 평가에 포함해 적정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의 명확성과 구체성을 높이기 위한 관련 법령 개선도 검토한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80차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올해 중 수립될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서 부양의무자 제도 개선 등 더 폭넓고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향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새 산정방식의 성과는 매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지보다 실제 가구소득과 복지 기준선 사이의 차이를 줄였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으로 증가율 보정에 사용한 구체적 계산 과정과 재정여건의 반영 정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실제 중위소득과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가 이재명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의지를 가늠할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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