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융감독원이 30일 밝힌 공시 종합 개선방향. <금융감독원> |
[비즈니스포스트] 제약·바이오기업이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공시할 때 계약과 동시에 받을 수 있는 계약금과 임상·허가·판매 성과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수익을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
총계약 규모만 부각돼 기업이 실제로 확보한 금액보다 계약 가치가 크게 받아들여지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30일 제약·바이오기업의 증권신고서와 정기·수시공시, 언론보도 기준을 정비하는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외부 자문위원과 제약·바이오업계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금감원은 현재 제약·바이오기업별로 공시 기재 방식의 차이가 크고 연구개발 진행 경과와 기술수출 계약, 임상시험 결과 등이 여러 공시에 흩어져 있어 일반투자자가 개발 현황과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개선방안에 따라 기술수출 계약은 계약금과 개발 마일스톤, 허가·판매 마일스톤, 로열티로 나눠 기재해야 한다. 각 금액을 받기 위해 충족해야 하는 조건과 지급 시점, 수익의 성격도 함께 설명하도록 했다.
마일스톤과 로열티는 임상시험 진입이나 품목허가, 판매목표 달성 등 일정한 조건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말한다. 총계약 규모에 포함돼 있더라도 계약 체결과 동시에 수취가 확정된 금액은 아니다.
계약상 비밀유지를 이유로 기술수출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을 때도 상대방의 규모와 사업 역량 등 계약의 실질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기공시에는 파이프라인별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가 신설된다. 현재 개발 중인 후보물질뿐 아니라 개발 완료와 중단, 기술수출, 품목허가, 판매 등 전체 진행 경과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당초 계획보다 개발 일정이 늦어지면 지연 사유와 향후 계획도 기재해야 한다. 과거 기업이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한 뒤 정기공시에서 사라진 후보물질의 진행 상황을 투자자가 확인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공모가를 산정하는 기준도 구체화된다. 제약·바이오기업은 예상 시장 규모와 임상시험 성공확률, 허가·심사 위험, 개발기간 및 소요비용 등 4가지 핵심 가정을 객관적 근거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
예상 시장 규모는 이론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체 시장과 기업의 사업전략 및 생산능력을 고려한 실제 목표 시장으로 구분한다. 임상시험 성공확률은 파이프라인과 임상 단계별로 나누고 논문이나 외부 통계 등을 산정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같은 후보물질을 여러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다면 적응증별 성공확률과 산정 기준도 각각 공개해야 한다. 품목허가와 관련해서는 신청 대상 규제기관과 적응증, 예상 신청 시점 및 심사기간뿐 아니라 자료 보완 요구와 심사 지연, 허가 반려, 허가 범위 축소 등의 위험요인과 대응방안도 기재하도록 했다.
개발기간과 소요비용은 임상 단계별 일정과 비용, 자금조달 계획으로 나눠 제시해야 한다. 수시공시에는 임상시험 결과에 사용된 전문용어의 의미와 해석방법을 함께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제약·바이오기업의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 기준도 강화된다.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는 언론보도보다 공시를 통해 먼저 공개하고 보도자료에는 공시되지 않은 중요 정보나 공시와 다른 내용을 담지 않도록 했다.
‘승인 임박’이나 ‘사실상 성공’처럼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단정하거나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표현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특정 투자자에게 정보를 먼저 제공하지 않고 모든 투자자가 같은 시점에 동일한 정보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도 마련했다.
기업에는 보도자료 배포 전 내용을 검토하는 내부 승인 절차와 가이드라인 위반에 따른 내부 제재 규정을 마련하도록 권고했다.
수시공시 개정사항은 한국거래소가 검토하고 있으며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은 금융위원회 및 한국거래소와 논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은 시장 참여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제약·바이오 상장기업과 상장 추진 기업의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가이드라인 반영 여부를 점검하기로 했다. 필요한 경우 정정 요구를 통해 공시 내용을 보완한다.
금감원은 “공시와 언론보도의 일관성을 높여 정보 비대칭을 줄이고 투자자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위험요인을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도록 공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