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장이 지난해 임금과 단체협약 협상에서 강수를 거두고 회사와 타협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백 지부장은 그동안 회사가 추진하는 구조조정 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강하게 반발했지만 회사는 모든 자구계획안을 차질없이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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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형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지부장. |
노조 조합원들은 이제라도 임단협을 조속히 타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백 지부장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
2일 현대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회사가 임시주주총회에서 비조선사업부의 분사 안건을 승인받은 뒤 노조는 향후 투쟁일정을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재 전면파업 등의 다른 투쟁방안을 찾고 있지만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노조 조합원들이 전면파업의 피로감을 호소하기 시작하면서 집행부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은 현대중공업 노조게시판에 “더 이상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인적분할이 결정된마당에 이제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은 받아들이자”고 노조 집행부를 압박했다.
노조가 파업의 추동력을 사실상 상실한 만큼 이제부터라도 지난해 임단협 교섭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노조는 최근 조업일수 기준으로 3일 연속 전면파업을 벌였지만 실제 파업에 참여한 인원은 10%가량에 그치고 있다.
백 지부장은 2015년 말 노조집행부 선거에서 임금협상 원칙으로 ‘불타협 무관용’을 내세우며 새로운 노조위원장에 선출됐다.
백 지부장은 강성성향으로 지난해 조선업종노조연대 구축을 주도했고 현대자동차 노조와 23년 만에 연대파업에 나서는 등 회사와 강하게 맞서왔다. 지난해 말에는 12년 만에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재가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는 ‘경영효율화’를 앞세워 사실상 모든 자구계획안을 계획대로 실시했다. 반면 백 지부장은 회사와 임단협 사항에서 단 한건도 합의하지 못하는 등 사실상 회사로부터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노조 안팎에서 받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백 지부장이 분사를 반대한다는 명목으로 파업카드를 계속 꺼내들면서 회사의 반응이 무뎌진 것이 사실”이라며 “조합원들이 임단협 협상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백 지부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고 진단했다.
백 지부장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용해 대외적인 투쟁을 중단하고 임단협 협상에서 최선의 결과를 내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노조 조합원들도 “회사가 지난번 제시안보다 더욱 좋지 않은 조건의 개악안을 내세울 가능성도 크다”며 “노조가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에서 적당히 합의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강환구 사장은 1월 중순에 현대중공업 노조에 올해 임금을 20% 반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2차 임금제시안을 노조에 보냈다. 조합원들은 올해 임금을 반납하는 것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에서 회사와 이른 시일에 타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 지부장이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회사와 계속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9달 넘게 임단협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만큼 조합원들이 만족하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 그동안 보였던 강한 입장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