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피해와 주요 국가들의 석유제품 수출 제한 등으로 아시아 지역 내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약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 및 주요 제품 마진 급등에 따른 실적 호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란 전쟁의 종전 협상이 타결된 뒤에도 고유가 및 정제마진 개선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4월 보고서에 따르면 종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걸프 지역 유전의 50%는 2주, 80%는 6주가 지나야 생산을 재개할 것으로 분석된다. 나머지 유전 20%는 치명적 피해를 입어 정상화 시기를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치명적 피해를 입은 20% 유전의 하루 생산량은 180만~220만 배럴 규모로 세계 수요의 2%에 해당한다. 걸프 지역 외 석유 생산량이 이미 최대 수준에 근접해 단기간 내 대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종전 후에도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동지역 불안 장기화에 따라 원유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가동률 하락으로 이어져 정유사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에쓰오일은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의 인프라를 활용해 홍해 연안 얀부 항구로 원유를 운송하는 방식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고 있어 정제마진 개선의 수혜를 온전히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원유 도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수송 비중은 전체 도입 원유의 61%에 이른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통과량은 하루 2천만 배럴에서 300만 배럴로 급감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의 수급 불안정성은 크게 확대돼 미국산 원유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전에도 국내 정유사들 미국산 도입은 지정학적 리스크 대비에 따라 이전부터 꾸준히 증가해 왔다. 2016년 0.21%에 불과했으나 2018년 5.3%로 오른 뒤 2019년 12.4%, 2023년 13.5%, 2024년 15.7%, 지난해 16.3%까지 확대됐다.
하지만 미국산 원유는 운송 거리가 길고 기간도 오래 걸려 운임 부담이 크다. 국내 정유 설비가 중질유 처리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도 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질유 비중이 높아질수록 중동산 원유에 비해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 에쓰오일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도 2023년 이후 3년 만에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다른 정유사와 비교해 모회사를 통한 원유 조달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쓰오일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정유 부문의 수익성 확대는 샤힌 프로젝트 관련 재무 부담 완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9조 원을 넘는 투자금을 투입해 석유화학 플랜트를 조성하는 대형 사업이다. 에쓰오일은 해당 사업 추진 과정에서 2022년 130%대에 머물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198%까지 확대됐다.
순차입금 규모도 2021년 말 3조8853억 원에서 지난해 말 6조459억 원으로 55.6% 늘어나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돼 왔다.
현재 공정률은 95% 수준으로 기계적 준공은 6월 마무리될 예정이지만 시운전을 거친 뒤 발주처에 인도하는 턴키(Turn-key) 방식 계약 특성상 올해 말까지 투자금이 순차적으로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력 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지금까지 우회루트를 기반으로 한 원유수급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기존에 정해진 예산과 기한에 맞춰 샤힌 프로젝트의 기계적 완공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