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에도 사드(THAD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후폭풍이 몰려오는 것일까?
사드배치 발표 이후 SK그룹의 중국 합작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중국사업들이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배치 발표 이후 대부분 답보상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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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플래닛은 지난해부터 중국 최대 민영투자회사인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로부터 1조3천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기 위해 협상을 벌여왔다.
SK플래닛의 오픈마켓 11번가와 시럽, OK캐쉬백 등 핵심사업들을 글로벌시장에 진출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투자유치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됐는데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배치가 발표된 이후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가 사드배치에 따른 경고성으로 협상테이블에서 물러났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로부터 공식적으로 협상중단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며 “다양한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사드 후폭풍을 겪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공장을 중국에 짓겠다고 발표했지만 이 역시 사업추진이 되지 않고 있다.
중국정부가 사드강경 대응입장을 밝힌 뒤 국내 전기차배터리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LG화학과 삼성SDI 등 한국기업의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 5개 모델에 보조금 지급을 하지 않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화학회사 ‘상하이세코’ 지분인수전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
상하이세코는 영국 화학회사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지분 50%, 중국 국영 석유회사 시노펙이 30%, 상하이석화공사가 20%를 보유하고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은 2010년 멕시코만 원유유출사고 배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이 추천한 업체들 가운데 시노펙이 결정하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예상외의 경쟁사들이 나타나면서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상하이세코의 인수전과 관련해 “복잡한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SK그룹의 중국사업들이 연이어 난항을 겪자 최태원 회장의 ‘차이나인사이더’ 전략이 사드 한반도 배치결정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이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아니라 토종중국기업처럼 인식돼야 한다는 ‘차이나인사이더’를 강조하며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런 경영원칙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최근 민간외교로 동북아 갈등 해소에 힘쓰겠다고 밝힌 배경도 한반도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외교갈등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