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가 낸드플래시사업에서 경영난으로 지분매각을 추진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도 기술개발과 생산시설 투자를 늦추지 않고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도시바가 지분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경영권과 자금을 모두 확보할 경우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을 강력하게 위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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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니혼게이자이는 22일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사업가치를 20조 원 이상으로 제시하며 최대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50% 이상의 지분매각계획도 사실상 공식화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원전사업 실패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낸드플래시사업 분사와 지분매각 계획을 논의한다.
도시바와 일본정부는 기술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낸드플래시사업의 경영권이 경쟁업체에 넘어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분을 분할매각하거나 애플 등 제조사에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지분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과 펀드는 10곳이 넘는다. SK하이닉스도 낸드플래시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쉽지 않은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도시바는 경영난이 이어지며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도 낸드플래시 기술개발과 생산투자를 지속하며 사업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도시바와 낸드플래시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은 세계최초로 512기가 용량의 64단 3D낸드 시험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하반기부터 도시바의 일본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부터 64단 3D낸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 연합군의 기술추격이 예상보다 빨라지며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점유율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2,3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37% 정도로 삼성전자와 유사한 수준이다.
도시바는 내년 2월 착공하는 대규모 낸드플래시공장 증설계획과 올해 말 완공되는 연구개발센터 운영계획도 그대로 유지하며 경영난이 성장전략에 발목을 잡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도시바는 의료기기 임대사업부문의 지분 65%를 캐논에 매각해 316억 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비주력사업의 매각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원전사업도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결국 낸드플래시사업이 유일하게 경쟁력 있는 사업으로 남으며 도시바가 구조조정 효과로 ‘선택과 집중’을 강화해 더 공격적 사업확대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는 원전사업 실패를 교훈삼아 무리한 사업확대를 지양하고 낸드플래시에 더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여전히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자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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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일본 요카이치 낸드플래시 생산공장. |
도시바가 낸드플래시 지분매각으로 10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경우 경영난에서 벗어나며 추가투자여력도 마련할 수 있다. 애플 등 제조사에 인수되면 안정적 공급기반도 갖출 수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는 도시바에 경쟁우위를 지속하는 데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의 낸드플래시 생산능력은 수년 안에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도 자체적인 3D낸드 기술개발과 투자만으로 시장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꾸준히 의문이 이어지고 있어 도시바가 경영난에서 벗어나 성장전략을 본격화하면 상대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시바의 계획과 달리 높은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려는 투자자를 찾지 못하거나 경쟁업체에 지분을 넘겨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면 이런 성장전략은 현실화되기 어렵다.
블룸버그는 “도시바가 경영권 유지를 고집하는 동시에 좋은 인수제안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며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기업들이 많아 화제몰이에 성공했지만 실제로 매각을 성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