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면서 시멘트산업의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17일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시멘트업계에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시멘트업계의 구조적 문제점인 공급과잉과 이에 따른 가격협상력의 부재가 해결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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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기호 한일시멘트그룹 회장. |
사모펀드인 LK투자파트너스는 16일 현대시멘트의 인수우선협상자에 선정됐다. 한일시멘트도 LK투자파트너스의 전략적투자자(SI)로 인수전에 참여했다.
한일시멘트가 현대시멘트 인수작업을 마치면 시멘트업계는 한일시멘트와 쌍용양회가 전체 시장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양강구도로 재편된다.
시멘트업계는 기존에 상위 7개 시멘트기업이 전체 시장점유율 90%를 비슷한 비율로 나눠 차지하는 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었다. 시멘트기업들은 확실한 주도권을 쥔 기업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건설사와 납품계약을 맺을 때 가격협상에서 불리한 처지에 몰렸다.
하지만 시장점유율 20% 후반을 차지하는 기업이 2개나 등장하면서 앞으로 시멘트 납품가격을 협상할 때 더욱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위기업이 기존 7개에서 6개로 줄어든 것은 긍정적”이라며 “앞으로 설비감축 등을 통해 공급량을 조절하면 하락세를 보였던 시멘트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토종 시멘트기업의 인수로 그동안 사모펀드가 주도한 탓에 지지부진했던 시멘트업계의 구조조정 작업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멘트산업은 최근 2년 동안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시멘트기업들의 생산능력은 모두 연간 6200만 톤에 이른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평균 생산량은 총생산능력의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4900만 톤가량에 그치고 있다.
인수합병시장에 매물로 나온 시멘트기업을 동종업계가 아닌 사모펀드가 대부분 인수한 것이 공급과잉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던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쌍용양회와 한라시멘트는 지난해 각각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베어링PEA 컨소시엄에 팔렸다.
동종 시멘트기업이 이 기업들을 인수했다면 시멘트산업에 참여하는 기업의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봐 업계의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사모펀드가 시멘트기업 매물을 모두 사가면서 기존 기업의 숫자가 줄어들지 못해 구조조정 시도는 불발됐다.
사모펀드는 특성상 실적개선을 통한 투자금 회수를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시멘트산업의 구조조정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멘트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모펀드들은 큰 그림을 보지 않고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것밖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 “사모펀드들은 자신들이 인수한 기업을 어떻게 다시 팔 수 있을까만 고민하는데 어떻게 구조조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시멘트가 시멘트산업의 구조조정을 이끌게 되면 사모펀드보다 넓은 관점에서 산업의 구조개편작업을 이끌 것으로 시멘트업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