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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이 2015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야구를 관람하고 있다. |
삼성그룹이 79년 만의 총수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으면서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과 최지성 삼성미래전략실 부회장이 경영공백을 메울 유력한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오너와 전문경영인으로 최고 실권을 쥐고 있는 만큼 앞으로 역할에 변화가 생겨날 수도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지성 부회장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최 부회장은 이어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이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접견실을 찾아 첫 면회자로 약 10분간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팀 등과 대응방안을 논의한 내용을 놓고 이 부회장과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 부회장은 삼성전자에 입사해 40년째 삼성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으로 오너를 제외하면 사실상 1인자로 꼽힌다. 삼성그룹에서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이는 이 부회장과 최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3인에 불과하다.
로이터는 이 부회장의 구속과 관련해 "최지성 부회장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그리고 여동생인 이부진 사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매체인 난팡차이푸왕은(南方財富網)도 “삼성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 삼성전자 최고경영자(CEO)인 권오현 부회장이 주요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그룹 오너경영 공백에 따라 ‘최지성-권오현’ 투톱체제로 비상경영체제를 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권 부회장이 삼성전자는 물론 전자계열사를 아우르는 실무형 전문경영인인 만큼 삼성그룹 전반에 대한 위기관리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그룹 내 2인자로 꼽혀온 최 부회장의 역할이 커질 공산이 크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를 약속했으나 이는 당분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룹 컨트롤타워의 수장으로서 최 부회장이 비상경영을 이끄는 것은 물론 앞으로 있을 이 부회장의 재판 등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이날 “앞으로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최 부회장도 사법처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특검은 최 부회장을 입건해 놓은 상태로 앞으로 수사에서 얼마든지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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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회장. |
다만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대상으로 청구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점을 고려하면 특검이 관련된 전문경영인들에 구속영장 청구 등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최 부회장은 사법처리되더라도 불구속기소되면 비상경영을 진두지휘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이 부회장의 모친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장의 역할은 더욱 주목된다.
홍 관장은 이건희 회장이 수년째 병상에 누운 상황에서 아들의 구속까지 지켜보는 개인적 아픔을 겪게 됐다.
홍 관장은 서울대 미대를 나와 1967년 이건희 회장과 결혼해 삼성가 안주인으로서 미술관 운영 정도 외에 그룹 경영에 나선 적이 전무하다.
홍 관장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지 약 1년 뒤인 2015년 이재용 부회장과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잠실야구장에 삼성라이온스 경기를 직접 관람해 후계자로 이 부회장의 입지에 힘을 실어줬다는 말도 나왔다.
재계 관계자들은 홍 관장이 삼성그룹의 사상 초유 오너공백 위기에 직접 경영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극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삼성 오너가를 대표해 삼성그룹 경영에 지침을 주거나 비상경영체제를 추인하는 등 일종의 막후실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최근 특검 수사과정에서 최순실씨가 "홍라희씨가 이 부회장을 탐탁치 않아 한다, 홍씨는 딸 이부진씨하고만 친하고 자기 동생(홍석현 회장)과 함께 자기가 실권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가 증언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홍 관장이 경영전면에 직접 나서지는 않더라도 막후 권력자로서 역할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공교롭게도 홍 관장의 동생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최근 대선출마설이 나돌아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홍 관장은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 0.77%를 보유해 이건희 회장(3.54%)에 이어 개인 2대 주주에 올라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소유한 0.60%보다 약간 더 많은 수준이지만 이건희 회장 사후 지분상속이 이뤄질 경우 지분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변화가 일어날 경우 홍 관장의 의중은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