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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도시바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화권 업체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시바 낸드플래사업을 손에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기적으로 반도체사업에 막대한 타격을 볼 수도 있다.
◆ 도시바 지분 인수전 안갯속
16일 외신을 종합하면 일본 도시바가 재무구조 개선이 다급해지며 낸드플래시사업 전체를 매각하는 방안마저 검토하고 있다.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CEO는 글로벌 증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여러 업체들에서 인수제안을 받았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소량의 지분만 인수하려는 참여자가 적어 사업전체를 매각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도시바는 지난해 미국 원전사업 실패로 7조 원 이상의 손실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른 시일에 낸드플래시사업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 생존마저 불투명하다.
도시바는 애초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 20%를 매각하고 경영권을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자금확보가 더욱 다급해진 만큼 강수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시바는 회사의 왕관과도 같은 낸드플래시사업마저 포기할 각오를 세우고 있다”며 “재무구조가 점점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아 선택지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도시바의 낸드플래시사업의 지분 매각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미국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 대만 홍하이그룹과 글로벌 사모펀드 등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관계자를 인용해 도시바가 지분매각을 늘리기 위해 기존 계획을 뒤엎고 새로 인수제안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 채권단도 최근 유예기간을 주는 데 동의한 만큼 시간적 여유가 생겨 인수전이 더욱 활발해질 공산이 크다.
중국 칭화유니그룹 등은 낸드플래시 사업경험이 전무해 도시바의 지분 20% 정도를 확보해서는 기술협력을 통한 사업진출이 어렵다고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매입을 늘려 경영권을 획득하면 누릴 수 있는 효과가 커 공격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칭화유니그룹은 메모리반도체에 장기적으로 80조 원 이상의 막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도시바 낸드플래시 인수에 참여한다면 가장 높을 가격을 써낼 공산도 크다.
대만 홍하이그룹도 도시바 낸드플래시 지분인수에 꾸준히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샤프를 인수해 디스플레이 기술력을 확보한 데 이어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사업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화권 업체들의 경우 낸드플래시사업 규모가 미미해 다른 반도체기업과 달리 일본정부 등이 독점금지를 이유로 도시바 지분인수를 승인하지 않을 근거도 부족하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삼성전자는 37%, 도시바는 20%, 웨스턴디지털은 17%,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각각 10% 정도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과점체제가 구축된 시장에서 기존 반도체기업이 도시바 낸드플래시사업을 완전히 인수할 경우 판도가 뒤바뀌게 돼 독점금지규제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로이터는 “중화권업체들이 낸드플래시 지분을 인수할 경우 독점금지규제 심사로 시간을 끌지 않아도 돼 도시바도 긍정적으로 바라볼 것”이라며 “인수전의 흐름의 완전히 뒤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 줄 수도
중화권 자본에 도시바의 낸드플래시사업이 넘어갈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사업에 장기적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칭화유니그룹은 최근 30조 원 정도를 낸드플래시에 집중투자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중국정부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반도체 굴기’가 점점 가속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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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CEO. |
도시바의 낸드플래시사업 인수로 기술력마저 확보할 경우 막대한 규모의 신규생산시설을 통해 앞선 기술력의 메모리반도체를 대량으로 생산하며 공급과잉을 이끌 가능성이 충분하다.
홍화이그룹에 넘어가도 악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홍화이그룹은 강력한 자금여력을 앞세우고 스마트폰 최대 고객사인 애플과 협력을 점점 끈끈히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업황악화로 타격을 입거나 중국 제조사와 애플 등 주요고객사를 대거 놓칠 수 있는 셈이다.
도시바는 하드디스크사업에서도 글로벌 3위 점유율을 확보해 서버 고객사를 대거 확보하고 있다. 도시바 지분을 인수하는 업체는 낸드플래시 저장장치의 안정적 공급기반도 마련할 수 있다.
메모리반도체인 D램은 업황이 점점 불안정해지고 기술적 특성상 진입장벽도 낮아 중국업체들의 진입이 보다 이른 시일에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실적 대부분을 의존하는 D램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낸드플래시의 실적비중 확대가 절실하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중화권 자본이 도시바에 유입될 경우 기존 반도체기업은 어느 방식이든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삼성전자가 최악의 경우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일본정부가 지난해 민관산업펀드를 통한 샤프 인수기회를 놓친 뒤 기술유출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중국자본에 도시바가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는 “일본정부는 도시바를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업으로 보고 있다”며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도시바를 회생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