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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80년대 고속버스 안내양은 젊은 여성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시절 안내양을 만나고 있다. <뉴시스> |
고속버스는 저마다 꿈을 싣고 달린다.
이제는 승용차와 KTX 등 열차에 밀려 고속버스가 실어 나르는 꿈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졌다. 그래도 여러 교통수단 가운데 사연이 가장 많은 것은 여전히 고속버스다. 나라의 구석구석을 연결하는 수단은 아직도 고속버스이기 때문이다.
고속버스는 오랜 시간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역할을 감당해 왔다. 1969년 처음 고속버스가 운행됐으니 벌써 45년의 세월이 지났다. 고속버스는 1970~1980년대 황금기를 구가했다. 그 뒤 철도교통의 발달과 승용차의 보급으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중요한 교통수단이다.
국토교통부가 4월 발표한 교통수단이용실태를 보면 2012년 교통수단 가운데 도로교통의 수송분담률이 88%로 가장 높았다. 도로교통 중 버스의 수송분담률이 20.66%를 차지해 철도(12.04%)보다 높았다.
특히 버스의 수송실적은 2008년 56억 명에서 2012년 61억 명으로 더욱 늘어나고 있다. KTX 등 철도교통, 저가항공사의 항공교통이 발달하고 있지만 국토가 좁고 산이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버스가 여전히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고속버스시대 열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고속버스를 운행한 것은 지금은 사라진 한진고속이다.
한진고속은 1969년 경인고속도로 개통과 함께 서울-인천 고속버스노선을 운행했다. 한진은 동인천에서 서소문까지 이전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좌석버스를 운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고속버스사업을 시작했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가 개통하며 본격적으로 고속버스시대가 열렸다.
삼화고속, 광주고속 등 13개 회사가 고속버스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 고속버스회사들은 각자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1976년 구자춘 서울시장이 강남개발을 목적으로 현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로 통합해 이전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반포에 가건물로 지어져 한동안 방치되다시피했다. 그러나 주변에 아파트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제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이 본격적으로 전국 1일 생활권의 허브로 떠오른 것이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1981년 현재 건물이 신축됐다. 지하1층, 지상11층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당시 동양 최대규모의 종합버스터미널이었다.
처음 터미널 건물은 1층뿐 아니라 3층과 5층에서도 버스 발착이 가능한 입체도로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진입로가 버스의 하중을 버티지 못하면서 5층과 3층 승강장은 차례로 폐쇄됐다.
◆ 화장실 갖춘 그레이하운드, 여성 안내양...고속버스의 추억
고속버스 운행 초기에 버스회사들은 미국의 그레이하운드, 독일 벤츠, 일본 히노 등 외산버스를 이용했다.
특히 그레이하운드는 이층버스였다.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는 고급 고속버스로 초창기 고속버스 승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레이하운드는 송아지 한 마리를 실을 수 있을 정도로 화물칸도 넓어서 정부로부터 유료탁송 허가도 받았다.
국산 고속버스는 1970년 현대자동차가 포드와 기술제휴로 조립생산한 R-226터보가 최초다. 이후 신진자동차와 아시아자동차도 고속버스를 생산하면서 고속도로 위의 버스는 점차 국산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980년대까지 고속버스에 안내원이 있었다. 당시에 일반버스에도 운전기사를 보조하는 여성 차장이 존재했으나 고속버스 안내원은 단거리 버스 승무원보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당시로서 고학력자를 채용했고 선발기준이 엄격했다.
고속버스는 에어컨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고속도로만 달리기 때문에 운행여건도 좋아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고속버스 안내원은 선망의 직업이었다. 여기에 고속버스 안내원은 다른 직업보다 소득도 높아 고속버스 안내원 모집은 수십 대 일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고속버스 안내원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젊은 여성이 주로 일했기 때문에 안내원 대신 안내양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다. 고속버스 안내원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안내양’이라는 용어는 일반버스 여차장을 대체하는 용어로까지 널리 퍼지게 됐다.
그러나 안내원 승무를 강제한 관련법이 폐지되고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1980년대 말부터 점차 고속버스 안내원은 줄어들었다. 고속버스 안내원은 1990년대에 완전히 사라졌다.
◆ 휴게소 환승제도 도입
현행 고속버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8조에 따라 고속버스 또는 우등고속버스를 이용해 운행거리 100km 이상, 운행구간의 60% 이상을 고속국도로 운행하며 중간 정차하지 않는 운송방식을 말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관할하는 시외버스와 달리 고속버스는 국토교통부에서 관할한다. 또 고속버스 운임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다.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회사는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속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로 나뉜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은 시외버스 회사가 고속버스 인가를 받아 고속버스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1990년대 이전부터 사업권을 보유하고 고속버스사업을 해온 회사들이다. 금호고속, 중앙고속, 동양고속 등 8개 회사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에 속해 있다.
외산 버스가 주류를 이루던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국산 버스들이 고속버스로 운행되고 있다. 처음 고속버스를 내놓은 국산 3사의 명맥을 이어 지금은 현대자동차의 유니버스, 기아자동차(구 아시아자동차)의 그랜버드, 자일대우버스(구 신진자동차)의 FX시리즈가 고속버스로 이용되고 있다.
고속버스는 원래 중간에 정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2009년부터 일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환승도 가능하다. 고속버스 노선과 운행수가 부족한 지방 중소도시 승객들의 편의를 위한 제도다.
고속버스 휴게소 환승제도 시행 이후 고속버스 해당 노선들의 이용시간과 운행거리, 요금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 효과로 고속도로의 경쟁력이 더욱 강해졌다. 환승제도 시행 이후 고속버스 이용승객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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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속버스 업계에서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좌석의 예 |
◆ 비즈니스석 고속버스 등장하나
고속버스는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1992년부터 우등고속버스의 도입으로 더욱 안락한 장거리 여행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우등고속은 할증요금이 붙어 더 비싸지만 좌석이 4열 45석의 일반고속과 달리 3열 28석으로 돼 있어 더 넓고 쾌적하다.
철도와 항공교통과 경쟁하고 있는 장거리 고속버스는 더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프리미엄 고속버스 도입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현재 3열로 된 우등고속보다 좌석을 더 넓혀 2열 18석의 고속버스를 운행하겠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마치 비행기 비즈니스클래스처럼 눕혀지는 좌석과 좌석별 모니터, 콘센트 등의 서비스로 차별화 된다.
프리미엄 고속버스의 요금은 KTX보다 저렴한 수준으로 가격과 서비스 모두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아직 프리미엄 고속버스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고속버스 업계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급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든 프리미엄 고속버스가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