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윤영 KT 차기 대표 후보(사진)가 취임 전 TF를 꾸려 인사·조직·사업 전반을 점검하면서 외부 인사 중심이던 김영섭 사장 체제의 경영 기조를 대대적으로 정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낙점된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이 취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경영 구상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부 사정에 밝은 ‘정통 KT맨’ 출신 최고경영자가 다시 전면에 나서면서,
김영섭 사장 체제에서 추진된 인사와 사업 전략 전반에 대한 대대적으로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통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박윤영 후보는 내년 3월 취임 이후 경영 전략 수립을 염두에 두고, 인수위원회 성격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KT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있다.
10여 명 안팎으로 꾸려진 TF는 공식 조직은 아니지만, 취임 후 단행할 인사·조직 개편과 사업 구조 재편의 밑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는 약 30년 가까이 KT에 몸담으며 통신, 기업 사업,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내부 인사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박 후보가 취임할 경우
김영섭 사장 체제에서 영입된 외부 출신 임원들을 중심으로 인적 쇄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조직 안정화와 내부 결속을 우선 과제로 삼아 외부 인사 중심의 경영 기조를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KT 내부에서는 최근 몇 년간 통신 산업 경험이 부족한 외부 출신 인사들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면서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불만이 적지 않게 제기돼 왔다.
이른바 외부 영입 인사를 뜻하는 ‘올레 KT’와 기존 KT 출신인 ‘원래 KT’ 간의 갈등이 깊어졌다는 관측도 내부에서 나온다.
KT 노동조합은 박 후보가 최종 후보로 선정된 이후 성명을 내고 “후보자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내부 결속부터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며 “능력이 출중하고 구성원에게 신망이 두터운 임·직원의 중용과 외부에 줄을 대고 들어온 무능한 인사들의 과감한 정리를 통해 조직 기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부 출신으로 조직 이해도가 높은 박 후보가 이같은 문제 인식을 공유해 취임 이후 대대적 인사 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석채 전 KT 회장에서 황창규 전 회장으로 경영권이 이양되던 당시에도 CEO 취임 준비위원회가 구성됐고, 이석채 전 회장 시절 영입된 인력들은 예외 없이 물러났다.
| ▲ 박윤영 KT 차기 대표 후보가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인적 쇄신과 함께 논란이 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I·클라우드 협력 사업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
특히 박 후보가 기존 KT 사업 전반에 대한 재조정에 나설 경우,
김영섭 사장 체제에서 핵심 전략으로 추진돼 온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인공지능(AI) 사업 협력이 재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섭 사장은 2024년 6월 MS와 2조3천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고 한국형 AI·클라우드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KT 안팎에서는 MS와 계약이 KT에 불리한 조건으로 체결됐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KT 이사회 내부에서는 해당 계약이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왔고,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KT가 MS와 약정한 클라우드 물량을 모두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 후보도 대표이사 공모 이전부터 MS와 협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박 후보가 KT 사장에 취임할 경우 MS와 협력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계약 구조와 사업 범위를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관계를 단기간에 정리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단계적 조정이나 수익성 중심의 방향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또 박 후보가 인적 쇄신과 사업 재편을 통해
김영섭 사장 체제와 단절을 분명히 한다고 해도, 주요 사업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말 민관합동조사단이 KT 해킹 사고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 내년 초까지 전체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 결정과 보상안 마련, 과징금 처분 등 후속 조치 대응에 회사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해킹 사고 관련 사안이 정리 국면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박 후보가 대규모 사업 재편이나 전략 수정에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박 후보는 KT 대표이사 공모 이전부터
김영섭 사장 체제에서 추진된 MS와의 사업, 직원 구조조정, 외부 인사 영입 등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취임 이후 실제 인사와 사업 전략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를 풀어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