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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진퇴양난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17-02-09 16: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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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지원을 놓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다.

대우조선해양이 자체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선정국을 맞아 정치권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에 혈세 투입은 더이상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 채무재조정과 시중은행의 여신한도 회복 등으로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숨통을 터줄지 주목된다.

◆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 회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가장 큰 문제는 유동성의 확보”라며 “어떤 경우든 더 이상 혈세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진퇴양난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은 지금껏 2조2천억 원을 투입해 대우조선해양의 자본잠식 문제를 해결했다. 2015년 유상증자로 4천억 원을 투입했고 지난해 지분소각과 무상감자 뒤 출자전환하는 방식으로 1조8천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수출입은행 역시 지난해 영구채 1조 원을 매입해 대우조선해양의 자본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이 국책은행의 대규모 자금투입으로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만큼 더이상의 혈세투입은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위기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운영자금으로 매달 7천억~8천억 원이 필요한데 실제 들어오는 현금은 이보다 1천억 원가량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군다나 올해 안에 채권 9400억 원어치의 만기가 돌아온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유동성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자구노력과 소난골 협상을 언급했지만 자구노력은 한계가 있고 소난골 협상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을지로사옥과 선박설계자회사 디섹을 매각하고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으로 지난해 1조5천억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올해부터 사무직 전체 임직원 대상으로 한달씩 무급 순환휴직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자회사 분리·매각, 인건비 감축 등을 계획하고 있지만 뒤로 갈수록 속도가 떨어지는 자구노력의 특성을 감안하면 목표한 5조3천억 원을 달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앙골라의 국영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대금을 받을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소난골과 1조 원가량의 드릴십 인도대금을 받는 방식을 놓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대금지급이 미뤄지고 있다. 소난골을 통해 극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있지만 소난골만 믿고 있기엔 위험이 너무 높다.

대형수주를 따내 유동성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만큼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형선박의 수주에 고전하고 있다.

◆ 정치권 관심은 더욱 부담

정치권이 대우조선해양을 주목하고 있는 점은 이 회장의 고심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8일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지배를 너무 오래 받아왔다”며 “이번에 대우조선해양이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확실한 민간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진퇴양난  
▲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거제도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향이기도 하다. 대선정국이 가열될수록 대선주자들은 표를 의식해 대우조선해양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게 뻔하다.

이 회장으로서는 유동성을 추가로 공급하기에도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기에도 모두 부담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 회장은 “어떻게 유동성을 확보해 대우조선해양의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인지 고심하고 있다”며 “어떤 선택도 제외할 이유가 없는 만큼 현대상선의 구조조정 과정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채무재조정 과정을 거쳐 유동성을 확보해 위기를 넘겼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만기 등을 조정해 유동성 위기를 넘길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에 예전 수준의 여신한도를 요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할 경우 대우조선해양은 그만큼 숨통이 트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3월을 목표로 주식 재거래를 준비하고 있다. 주식 재거래 후 가치상승을 위해서도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가치가 오르지 않고 단지 거래되는 데 그친다면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를 늦추거나 민영화 과정에서 더 큰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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