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이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사장이 녹록지 않은 건설 업황에서도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할 수 있는 데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특장점인 대형 자체사업과 이를 통한 실적 성장성이 배경으로 꼽힌다.
21일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환원정책, 실적 및 배당 추이 등을 분석해보면 올해는 최소 지난해 이상의 배당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배당을 위한 실질적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주사와 분할된 뒤 처음으로 지난해 2월 향후 3개년 주주가치 제고 정책 발표하며 2024~2026년 사이 매년 별도 당기순이익의 20% 이상을 현금배당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HDC현대산업개발은 보통주 1주당 700원, 총액으로는 449억 원 규모의 결산배당을 시행했다. 지난해 별도 순이익 1588억 원의 28.3%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1~3분기 별도기준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과 비슷한 1559억 원을 거뒀다.
순이익에 영업활동과 무관한 금융손익과 영업외손익, 법인세 비용 등이 반영돼 변동성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영업이익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올해 순이익을 개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5년 동안 보통주 1주당 배당금과 배당금 총액을 최소한 전년도 수준을 유지하면서도 점진적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HDC현대산업개발의 1주당 배당금과 배당금 총액은 2020년 600원과 395억 원, 2023년 700원가 449억 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됐다. 이는 건설업계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업황 부진기에 접어든 상황에서도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10대 건설사 가운데 유일한 사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 발생한 2건의 사고 비용을 반영한 탓에 별도 순이익이 366억 원에 그친 2022년에도 배당금 총액 규모를 395억 원으로 유지하기도 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이 점쳐지는 올해는 최소 지난해 수준 이상의 배당을 이어갈 공산이 큰 이유다.
이처럼 정 사장은 주식시장에서 주목도가 크지 않고 수년 동안 어려움을 겪어 주주환원 정책에 상대적으로 소극적 건설업계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업가치제고계획(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나온 뒤 대다수 산업군의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건설업계에서는 주요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건설만 계획을 내놓았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여전히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정 사장 취임 첫해인 올해 단행한 2차례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주환원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200억 원 규모의 자기주식 107만90주를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상반기 100억 원어치 자사주 취득 이후 올해 두 번째다.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유통주식수 감소를 통한 주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또 HDC현대산업개발의 자사주 취득은 기존 주주환원 정책과 별도로 이뤄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류태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HDC현대산업개발이 이사회가 별도 결의를 통해 주주환원 정책과 별개로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것은 불확실한 업황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 의지를 명확히 재확인한 행보”라고 평가했다.
전날 결정을 통해 HDC현대산업개발은 자사주를 323만6390주(5.0%)가량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향후 정책에 발맞춘 자사주 소각 여부에 따라 추가적으로 주주환원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핵심으로 하는 3차 상법개정안을 올해 안에 통과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앞두고 자사주 취득을 결정해 소각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렇듯 정 사장이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든든한 경영실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대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외형, 수익성, 일감확보 등 3가지 건설 핵심 성과지표를 개선할 건설사로 꼽힌다.
특히 실적 측면에서는 2017년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뒤 오랫동안 공들여온 서울 노원구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서울원 아이파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자체사업이 정 사장의 무기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착공한 서울원 아이파크에서 2028년까지 모두 3조 원가량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 ▲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투시도. < HDC현대산업개발 > |
서울원 아이파크 현장의 매출총이익률(GPM)이 40%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자체사업은 일반도급사업보다 수익성도 매우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는 복정역세권(예상매출 1조3500억 원), 청라의료복합타운(7천억 원), 잠실스포츠·마이스(5천억 원), 용산철도병원부지(3천억 원), 공릉역세권(1500억 원) 등의 자체 및준자체 복합개발사업이 순차적으로 착공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청주가경 7·8단지(예상매출 8300억 원), 천안아이파크시티 부성3구역(4970억 원) 등의 자체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3년 연속 수주목표 달성을 통해 일감 걱정을 덜어낸 성과도 거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간 수주목표(4조6981억 원)의 94.4%인 신규수주 4조4344억 원을 기록했다. 연간 공식계획을 처음으로 내놓은 2023년 이후 3년 연속 목표를 초과달성하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 수주는 사업 안정성을 높이며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큰 역할을 하는 도시정비사업이 주도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까지 도시정비 신규수주 3조7874억 원으로 역대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오는 22일에는 부산 동래구 온천5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 획득을 통해 4천억 원 안팎의 수주고를 올려 사상 처음으로 4조 원 이상의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주주환원 방안과 관련해 “전날 결정한 자사주 매입은 앞서 2024년 공시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과 더불어 시장 및 주주를 향한 책임 의지와 수익성 개선에 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