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재편할 가능성이 고개를 들면서 금융부문을 맡고 있는 정태영 현대캐피탈 겸 현대카드 부회장의 입지에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GE와 금융계열사 지분문제를 해결하면서 금융계열사 재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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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캐피탈 겸 현대카드 부회장. |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를 재편하는 시기와 방식은 중간금융지주법안과 경제민주화법안 통과 여부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간금융지주법안은 19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에도 중간금융지주법안을 올해 안에 발의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는 내용 등을 담은 경제민주화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수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간금융지주법안이 통과되면 수혜를 입을 기업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금융계열사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라이프생명보험,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등 5곳이다.
정 부회장이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등 3곳의 대표를 맡으며 현대차그룹 금융부문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금융계열사 가운데 현대커머셜 지분 16.67%만을 보유하고 있다. 아내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이 현대커머셜 지분 33.33%를 보유하고 있어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50%가 된다.
현대차도 현대커머셜 지분 50%를 소유하고 있고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HMC투자증권의 최대주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보험의 경우 대만 푸본생명이 48.62%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이 각각 30.28%, 20.37%의 지분을 보유해 푸본생명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금융계열사에 나설 경우 정 부회장의 입지에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중간금융지주법안이 통과되면 현대차 등이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중간금융지주회사로 모으고 현대차가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것으로 점쳐진다.
물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물려줄 경우 정 부회장과 정 고문의 몫으로 일부 금융계열사를 챙겨줄 가능성도 나온다.
정 부회장과 정 고문이 현대커머셜 지분을 늘려 물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대커머셜과 현대캐피탈의 경우 현대차 계열사와 업무연관성이 높은 점이 부담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내부에서 독립은 말이 안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부회장과 정 고문이 현대카드를 들고 독립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두 사람이 보유 중인 현대커머셜 지분을 팔아 현대카드 지분을 늘릴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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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 |
현대커머셜은 GE가 보유했던 현대카드 지분 가운데 일부를 사들여 현대카드에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커머셜은 상용차 전문 캐피탈회사다.
GE는 1일 보유했던 현대카드 지분 43%를 현대커머셜, 사모펀드 어퍼니티에쿼티파트너스, 싱가포르 국부펀드 GIC, 알프인베스트에 나눠 매각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커머셜은 이번 거래로 현대카드 지분율을 19% 포인트 늘렸다. 현대커머셜은 기존에 현대카드 지분 5.54%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5% 정도로 늘어났다. 현대카드 지분 11.48%를 보유하고 있던 기아차를 제치고 2대주주에 올라섰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는 현대차인데 지분 36.96%를 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거래로 12년 만에 GE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문제를 마무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GE가 보유했던 현대캐피탈 지분 20%를 모두 인수했다.
GE는 2004년 8월 현대차그룹과 투자협약을 맺고 현대캐피탈 지분 43.3%를 샀고 그 다음해에는 현대카드 지분 43%를 인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