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LG전자를 체질개선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까. <그래픽 씨저널> |
[비즈니스포스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부회장단의 규모를 다시 키울까.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체제가 시작됐을 때 6명의 부회장을 뒀지만, 지속적으로 줄어 현재는 권봉석 부회장과
신학철 부회장 2명에 그친다.
최근 LG전자의 체질 개선에 힘을 주고 있는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이 승진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시선이 LG그룹 안팎에서 나온다.
◆ 조주완, 취임 뒤 외형 성장과 미래 비전 수립에 기여
조주완 사장은 2021년 말 LG전자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뒤 외형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는 2021년 연결기준 매출 73조 원 수준에서 2024년 87조7282억 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조5천억 원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불안, 원자재비 급등이라는 악재를 극복하고 이룬 결과로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조 사장은 LG전자의 체질을 고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는 B2B(기업간 거래) 중심으로 옮기고 조직 슬림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냉난방공조(HVAC) 시스템과 전장·반도체 장비·AI솔루션 등 B2B 사업에 인력을 재배치하고 외부채용을 확대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그 결과 LG전자의 올해 상반기 B2B 매출 비중은 40%대에 가까워졌다.
또한 50대 이상 가운데 저성과자 중심으로 전사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 세대교체도 이뤄 R&D와 신사업 부문에 인력 재배치가 진행됐다.
조 사장이 진행한 일련의 작업들은 TV와 생활가전 등 전통 사업부의 수익성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읽힌다.
LG전자가 우위를 보였던 가전시장에서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 가전업체가 프리미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압박이 진행된 데 더해 미국의 관세정책에 변화가 생긴데 따른 조치다.
조 사장은 올해 들어서는 인도법인을 상장하면서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도 힘을 쏟았다.
LG전자는 2025년 10월14일 인도법인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했다.
LG전자 인도법인 기업공개는 청약 경쟁률 54:1 이라는 기록적 수요를 모으며 공모가 밴드 상단에 확정됐고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50% 가량 급등했다. 인도법인의 시가총액은 18조7천억 원에 달해 모회사인 LG전자 본사의 시가총액을 웃돌았다.
LG전자는 인도법인 보유지분의 15%를 처분해 약 1조8천억 원의 자금을 국내로 조달하며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기회도 잡았다.
조 사장은 인도법인 상장과 관련해 "이번 상장으로 인도는 LG전자의 글로벌 사우스 전략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거점국가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다"며 "LG전자와 인도법인의 성장을 동시에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 구광모 체제 LG그룹 부회장단 축소와 변화 모멘텀
조 사장의 승진 가능성을 점치는 배경에는 이런 성과가 그동안 LG그룹 부회장 등용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점이 깔려 있다.
LG그룹은 전통적으로 성과와 능력 중심으로 부회장을 임명하는 경향이 짙었다.
해마다 진행된 임원인사에서 전략적 통찰력과 현장경험, 시장선도 성과가 주요 기준점으로 꼽혀왔다. 필요하다면 외부인사도 영입해 성과를 기반으로 오래 등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대표적으로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꼽힌다. 차 전 부회장은 한국P&G 사장과 쌍용제지 사장, 해태제과 사장을 거쳐 2004년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영입됐다.
차 전 부회장은 20년 가까이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를 맡아 매출과 영업이익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며 이른바 '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는 2011년 12월 LG그룹 사상 처음으로 외부영입 인사(퇴직 관료 제외)로서 부회장에 올라 2022년까지 재임했다.
이처럼 형식보다 내실과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흐름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구 회장은 직접 성과를 낼 수 있는 임원을 영입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구광모 회장 체제에서 외부 영입된 임원 1호로 꼽힌다.
신 부회장은 중국에서 시작된 석유화학 소재 공급과잉을 일찍이 감지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LG화학이 받을 재무적 충격을 다른 석화업체와 비교해 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취임 한 뒤 LG그룹 부회장단이 6인에서 꾸준히 줄어 2인이 됐지만 이제는 변화를 줄 시기가 다가왔다는 시선이 나온다.
LG그룹에서는 2019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2020년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 겸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2022년 처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2023년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차례로 물러났다.
이들은 모두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이 임명한 인사로 부회장단의 세대교체는 끝난 셈이다.
전문가들은 LG그룹의 임원 세대교체가 마무리된 만큼 새로운 비전을 이끌 인물이 필요하다고 바라본다.
기업분석 전문가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씨저널과 통화에서 "
조주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아직 젊고 임기도 충분히 남아 있어 올해가 아니어도 2년 안에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며 "다만 올해 LG전자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되는지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