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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대한통운 1위 비결은 이채욱의 속도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09-02 22: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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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 1위 비결은 이채욱의 속도  
▲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

택배업계에 속도경쟁이 불붙고 있다. “수도권 1일 2배송을 실현하겠다.”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한 말이다.

택배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속도를 앞세워 택배업계 1위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아마존과 구글은 무인항공기를 통한 배송실험을 이미 마쳤다. 역시 속도경쟁이다.
 
아마존은 이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에 도전하려고 한다. 구글도 유통시장에서 입지를 넓히려 한다. 속도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뛰어넘으려는 것이다. 페덱스 등 기존 택배기업들도 무인배송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채욱 부회장은 CJ대한통운을 글로벌 5위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도 속도경쟁에 나서야 한다.

이 부회장의 선언 뒤 CJ대한통운은 당일배송을 넘어 1일 2배송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결과 CJ대한통운의 2분기 택배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늘어났다.  택배시장 점유율도 37%까지 높아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에서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CJ그룹 지주회사인 CJ의 대표이사도 맡았다. 이 부회장은 CJ그룹의 얼굴로 활동을 넓히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CJ그룹을 대표하는 자리에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2일 동반성장위원회와 CJ그룹이 맺은 중소기업 상생지원 협약식에도 CJ그룹을 대표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병철 선대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 창업이념과 이재현 회장의 사회책임경영을 동시에 실천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CJ대한통운의 속도경쟁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 그룹 계열사인 CJ오클락과 손을 잡고 소셜커머스업계 최초로 수도권 식료품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소셜커머스는 주문 후 바로 다음날 물건을 배송했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수도권에 한해 오전 9시 이전에 식료품을 주문하면 그날 배송을 보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배송속도가 중요한 기업들과 손잡고 당일배송에 나서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말부터 수도권 지역 당일배송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택배사업자인 CJ대한통운과 협력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상반기에 이마트와 계약하고 신선식품을 당일 주문자에게 전달하는 택배서비스를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이 이처럼 당일배송 서비스의 노하우를 쌓으면서 이 부회장이 약속했던 1일 2배송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온라인쇼핑 기업이 바라는 정확하고 안전하며 빠른 배송을 하려면 효율적 배송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국내 택배업체 중 이를 갖춰 다양한 택배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기업은 CJ대한통운“이라고 평가했다.

CJ대한통운이 쌓아올린 속도경쟁력의 기반은 CJGLS와 합병으로 이룬 ‘규모의 경제’다. 무수히 많은 택배 목적지 근처마다 영업지점을 두고 물건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할 숙련된 인력을 확보한 결과다.

CJ대한통운은 영업지점으로 보내기 전 물건을 분류하는 물류터미널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현재 전국 각지에 170개가 넘는 물류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다. 이 터미널에서 택배물품을 처리하는 양도 지난해 기준 222만 상자로 다른 기업보다 약 40% 많다. CJ대한통운은 그만큼 속도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CJ대한통운은 편의점 등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창구도 가장 많이 확보했다. CJ대한통운이 확보한 편의점 영업지점은 모두 1만5249개다. 이는 전체 편의점의 65%에 이른다.

CJ대한통운은 고객들로부터 모아놓은 택배물량을 빠르게 분류해 영업지점으로 옮길 수 있는 대형 택배터미널을 세워 더욱 배송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말 군포 택배터미널을 완공한 데 이어 2017년에 곤지암에 하루 택배물량 100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는 대형 택배터미널을 만들 예정이다.

최은석 CJ대한통운 부사장은 “곤지암 택배터미널을 만들면 전체 집화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수도권 물동량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다른 택배사보다 경쟁력이 높아져 1일 2배송도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1위 비결은 이채욱의 속도  
▲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이 지난해 3월 열린 CJ대한통운과 CJGLS 합병 기자간담회에서 통합 CJ대한통운 성장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 무인항공기 배송 속도는 어떻게 따라잡을까


하지만 CJ대한통운의 배송속도 끌어올리기에 한계가 있다. 장소와 인력만으로 구글이나 아마존 등이 추구하는 무인항공기 택배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

아마존은 지난해 무인기를 통해 물품을 배송하는 실험 동영상을 공개했다. 무인기 택배는 교통정체 등을 겪지 않아 사람보다 훨씬 빨리 물건을 전달할 수 있다. 아마존은 무인기를 이용해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을 30분 안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도 지난달 초 무인기로 물품을 원하는 위치에 전달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구글은 블로그를 통해 “역사적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방식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다”며 “무인기가 상품운송의 새 장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AFP통신은 구글이 무인기를 몇 년 내로 일반가정 택배시스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택배시장의 강자인 페덱스도 무인기 택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지난 3월 “페덱스가 아마존과 무인기 도입에 관해 상당부분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CJ대한통운은 이런 움직임에 상당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의 한 관계자는 “택배를 비롯한 물류업계의 뜨거운 화두는 정보기술과의 융합”이라며 “구글이 무인기로 택배를 하는 등 기술혁신이 가져올 생활상의 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채욱에 대한 이재현의 기대

이채욱 부회장은 CJ대한통운이 통합법인으로 출범하기 직전에 최고경영자로 영입됐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출신으로 GE코리아와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역임한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CJ그룹의 영입 제의를 받고 “이 나이에 또 기회가 찾아오다니 나는 행운아다”라고 말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CJ대한통운과 CJGLS의 통합법인이 나아갈 방향을 이 부회장이 제시해주길 희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재현 회장은 대한통운 인수 후 ‘2020년 매출 25조 원에 영업이익 1조 원’ 목표를 제시했는데 이 목표를 이 부회장이 이뤄주길 바랐던 것이다.

이 부회장이 인천공항공사 사장으로 일한 4년4개월 동안 인천공항은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이재현 회장은 이 부회장의 능력을 높이 사 파격적 지위를 제안했다. CJ그룹에서 이 회장 일가를 빼고 부회장 직함을 단 전문경영인은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CJ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경영계 원로이자 최고경영자의 멘토로 불리는 분”이라며 “CJ그룹도 예우를 다 하는 차원에서 부회장직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은 합병과정에서 발생할 문제들을 이 부회장이 빠르게 처리하기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CJ대한통운은 대한통운 노조원 3천여 명을 고용승계하면서 CJ그룹에서 유일하게 노조가 있던 회사였다. 이 부회장은 인천공항공사 사장 시절 낙하산 인사 논란을 걷어내고 노동조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이 부회장은 이런 무거운 짐을 안고 지난해 3월31일 CJ대한통운 부회장에 취임했다. CJ대한통운 통합법인이 출범하기 하루 전이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격적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2020년까지 글로벌 5위 기업이 되어 페덱스 등 세계적 공룡기업과 나란히 경쟁할 생각”이라며 “이를 위해 수조 원 단위의 대규모 인수합병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1위 비결은 이채욱의 속도  
▲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2월 CJ그룹 남산 본사에서 김영목 KOICA 이사장과 베트남/인도네시아 공유가치경영(CSV) 사업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코이카>

◆ 이채욱, 시련의 시기를 겪다


그러나 합병 직후인 지난해 4월 이 부회장에게 바로 시련이 닥쳤다.

CJ대한통운은 대규모 배송지연 사태를 일으키면서 많은 고객을 잃었다. CJ대한통운과 CJGLS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처리하는 대전 메가허브터미널에서 코드작업 오류가 일어나 배송이 늦어졌다.

지난해 5월 택배기사 등 노동자들이 택배 수수료 인하 및 택배기사 관리방식에 불만을 품고 파업을 벌였다. 당시 CJ대한통운은 택배 수수료를 10% 가량 깎고 CJGLS의 대리점 방식을 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이 받아들이도록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협상에 나서 택배기사들의 요구를 일정 부분 들어줬다. 택배기사들이 모두 작업에 복귀하면서 2주일 만에 파업은 끝났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한동안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후유증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CJ대한통운의 합병 시너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게다가 삼성그룹과 CJ그룹이 벌인 분쟁으로 택배물량이 줄어드는 등 악재도 겹쳤다.

결국 CJ대한통운은 지난해 4분기에 택배 물동량과 평균 택배단가가 모두 1% 가량 깎이며 시장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이 부회장은 적극적 영업으로 고객기업을 늘려 깎인 시장점유율을 만회했다. 올해 저수익 고객기업을 대상으로 가격 재협상을 진행해 상반기에 227억 원의 수익을 추가하기도 했다.

◆ 이채욱, CJ대한통운을 헤라클레스로 만들다

CJ대한통운은 지난 1분기에 매출 1조765억 원과 영업이익 277억 원을 내며 성장세를 회복했다. 2분기에 ‘깜짝실적’을 내며 국내 택배업계 1위 자리를 다시 굳혔다.

CJ대한통운은 2분기에 매출 1조1185억 원에 영업이익 390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무려 85.4% 증가했다.

CJ대한통운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이익 667억 원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432억 원보다 많은 돈을 반년 만에 벌어들인 것이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과 CJGLS의 합병은 전쟁의 신인 마르스와 사랑의 신인 비너스의 만남과 같은 것”이라며 “오랜 산고 끝에 헤라클레스와 같은 지배적 플랫폼이 탄생했다”고 비유했다.

CJ대한통운의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택배시장이 활기를 띌 것으로 예측한다. 이케아 등 국내시장에 진출 예정인 외국 유통기업들이 CJ대한통운을 택배사업자로 선택할 가능성도 높다.

홍진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은 택배시장 1위 사업자로 자라난 점이 돋보인다”며 “앞으로도 택배부문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CJ대한통운 1위 비결은 이채욱의 속도  
▲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왼쪽)이 2일 오전 CJ인재원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및 농민과 함께하는 CJ그룹 동반성장·상생협력 협약식'에서 안충영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과 협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 이채욱, CJ그룹의 얼굴로 자리매김하나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은 지난해 7월 CJ 대표이사에 앉으면서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부회장은임기 3년 동안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미경 CJE&M 부회장과 함께 CJ그룹 경영을 책임지게 된다.

외부인사가 CJ그룹 지주회사인 CJ 대표를 맡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이 부회장이 CJ그룹 안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계 관계자들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부재중인 상황을 고려해 전문경영인인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본다.

CJ그룹 관계자는 “CJ그룹이 글로벌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으나 사내에 관련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최고경영자가 없었다”며 “이 부회장을 선임해 해외사업 경험과 노하우를 CJ그룹 경영에 접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CJ 대표로 선임되면서 CJ대한통운 실적에 더욱 압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CJ대한통운의 실적을 통해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올해 2분기에 CJ대한통운의 깜짝실적을 내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특히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성과를 낸 데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중국 물류기업 스마트카고를 인수해 현지에 진출했다. 올해 중국에 이어 베트남과 미얀마에서도 현지 택배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CJ그룹이 중국부터 중남미까지 전방위적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면서 이 부회장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도 이들 지역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고 한다.

CJ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CJ그룹은 글로벌사업이 가장 큰 목표”라며 “이 부회장은 대내외 네트워크가 좋고 글로벌사업 역량이 충분해 CJ 대표이사로 훌륭한 적임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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