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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DDP디자인페어 전시 아닌 '입주 체험', 29CM 아파트에 '취향'이 산다

김예원 기자 ywkim@businesspost.co.kr 2025-10-15 16: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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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DDP디자인페어 전시 아닌 '입주 체험', 29CM 아파트에 '취향'이 산다
▲ 29CM가 15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2025 DDP디자인페어’를 개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아파트는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집이지만, 그 안에 누가 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번 전시의 모티프를 아파트로 정한 이유죠.” 

전시장 입구, 아파트 모양의 조형물을 배경으로 29CM 관계자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실제로 아파트 한 채가 세워졌다. 이름은 ‘29APT’, 거주자는 사람 대신 ‘라이프스타일 취향’이다.

15일 29CM가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연 ‘2025 DDP디자인페어’가 막이 올랐다.

이번 행사는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성장을 지원하고 디자인 산업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주제로 대중 전시를 공동 주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신사는 이번 전시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당신의 취향은 어디에 사나요?”. 가구나 조명, 주방용품을 늘어놓은 전시가 아니라 ‘취향’ 그 자체를 공간으로 구현한 실험이다.

전시장 한가운데에는 서울의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에서 영감을 얻은 ‘29APT’가 서 있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는 평수도, 브랜드명도 없다. 

대신 개성 넘치는 이름으로 불린다. △129동 인생이 맥시멀리스트 △229동 쉼 예찬론자 △329동 고요한 미식가 △429동 낭만적 실용주의자.

68개 브랜드가 참여한 4개 동의 ‘집’들은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품고 있다. 관람객은 자신의 취향과 닮은 동을 찾아 들어가며, 마치 직접 그곳에 입주한 듯한 생생한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29CM는 이 전시를 통해 전통적인 홈·리빙 전시 방식과 확실히 다른 길을 선택했다. 카테고리나 품목 위주가 아닌, 라이프스타일 중심의 큐레이션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다양한 색감과 독특한 오브제가 넘치는 ‘129동’을 지나, 차분하고 정갈한 ‘229동’으로, 다시 따뜻한 식문화 감성이 가득한 ‘329동’을 따라 걷는다. 마지막 ‘429동’에서는 기능성과 디자인을 모두 잡은 제품들이 균형 있게 배치되어 있다.
 
[현장] DDP디자인페어 전시 아닌 '입주 체험', 29CM 아파트에 '취향'이 산다
▲ DDP디자인페어에 참여한 국내 도자기 브랜드 ‘무자기’ 부스. <비즈니스포스트>
129동에 들어서자마자 눈앞이 한층 화려해졌다.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원색의 패브릭과 선명한 색감의 가구들이었다. 다양한 색상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생동감이 발걸음을 붙잡았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린 곳은 ‘핀카’ 부스였다. 핀카는 2021년 문을 연 국내 홈패브릭 브랜드로, 25~45가지에 이르는 색상과 패턴을 자체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침구부터 홈웨어까지 모든 제품이 서로 다른 색과 무늬로 조합돼 보는 재미와 꾸미는 즐거움을 동시에 준다.

29CM 관계자는 “핀카는 현재 자사몰과 29CM에 단독 입점돼 있고 오프라인에서는 이구홈성수 매장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며 “서울디자인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은 브랜드로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229동으로 향하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공간 전체가 한층 고요하고 따뜻했다. 차분한 색감의 패브릭과 포근한 침구, 부드러운 홈웨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쉼’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그 가운데 가장 시선을 끈 곳은 ‘식스티세컨즈’였다. 부스 칸막이에는 ‘60초 안에 잠들고, 60초 더 머무르고 싶은 잠자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매트리스가 붙어있었다.

식스티세컨즈는 2014년 탄생한 리빙·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매트리스와 침구, 수면용품을 선보인다. 편안한 휴식과 균형 잡힌 일상을 제안하며 서울 용산과 강남 도산에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29CM에서의 거래액이 지난해 12월 입점 초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무신사의 설명이다.

전시장을 찾은 20대 관람객 박 씨는 “2시에 맞춰 전시를 보려고 일찍 도착해 줄을 섰다”며 “요즘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수면의 질이 중요해진 만큼 229동에서 다양한 침구와 홈웨어를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복도를 따라 걷다 329동에 들어서자 공기가 달라졌다. 넓게 펼쳐진 공간 속에 식기와 주방용품이 한눈에 들어왔다. 다채로운 색감의 아기자기한 접시부터 순백색의 그릇이 놓인 테이블까지, 각자의 주방 풍경이 하나의 전시로 펼쳐졌다.

그 한가운데에는 ‘무자기’가 있었다. 무자기는 2019년 도예가 심보근이 론칭한 국내 도자기 브랜드로 자연의 형태에서 얻은 영감을 간결하고 담백한 선으로 담아낸다. 시그니처 라인인 ‘꽃 시리즈’는 순백자 위에 꽃잎 개수를 달리한 디자인이 특징으로 식기이자 생활 소품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전시장을 찾은 30대 직장인 김 씨는 “혼자 살지만 매일 저녁 요리를 해먹는 편이라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게 즐겁다”며 “식사용뿐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쓸 수 있는 독특한 식기를 찾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DDP디자인페어 전시 아닌 '입주 체험', 29CM 아파트에 '취향'이 산다
▲ DDP디자인페어에 참여한 국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핀카 부스. <비즈니스포스트>
마지막으로 도착한 429동은 한눈에 ‘실용주의’가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전체적으로 무채색으로 구성된 인테리어 속에 간결한 형태의 생활용품과 홈패브릭이 정돈돼 있었다. 불필요한 장식은 없지만 깔끔함이 주는 미학이 공간 전체를 채웠다.

이곳에서 주목받은 브랜드는 ‘라버리’였다. 생활용품 브랜드 라버리는 높은 가격대임에도 제품력과 브랜드 철학을 중시하는 젊은층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모든 용기와 포장재는 친환경 소재로 제작됐다. 스킨케어 등급의 안전한 성분으로 만든 저자극 비건 세제와 얼룩 제거제가 대표 제품이다.

전시장을 찾은 30대 남성 직장인 김 씨는 “혼자 오피스텔에 살지만 공간을 최대한 깔끔하고 실용적으로 꾸미고 싶어 방문했다”며 “생활용품이 단순한 소모품이 아니라 인테리어 오브제처럼 디자인되어 있어 감각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DDP디자인페어’에 참여한 브랜드의 97%가 국내 브랜드이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브랜드다. 이번 전시가 단순히 ‘보기 좋은 전시’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에게는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드문 기회가 된 이유다.

29CM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전시를 이어간다. ‘29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14개 홈 브랜드와 협업해 단독 상품 기획전을 운영하고 있다. 앱을 통해 전시 연계 라이브 방송 ‘29라이브’도 15일부터 4일간 진행된다.

이외에도 자신과 닮은 라이프스타일 동을 선택하면 대표 제품이 담긴 10만 원 상당의 스페셜 키트를 받을 수 있는 추첨 이벤트도 마련됐다. 행사 기간 중 최대 20만 원 한도의 장바구니 쿠폰도 제공된다.

29CM는 지난해부터 홈·리빙 카테고리를 ‘이구홈’이라는 이름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문구 페어, 키즈 편집숍, 라이프스타일 편집숍까지 확장하며 여성 패션 플랫폼에서 ‘생활 전반의 큐레이터’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시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된다. ‘이구패션위크’와 ‘이구뷰티위크’에 이어 ‘이구홈’을 가장 감각적으로 보여주는 공간 실험이라는 것이다.

29CM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통해 취향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을 한 번에 만나고 꿈꾸던 삶의 풍경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에 힘쓰고 디자인 산업의 글로벌 진출 및 생태계 활성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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