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몬난놈'이 9월24일 공개한 '종로 야장에서 헌팅하는 영포티가 극혐인 이유' 영상의 한 장면. <유튜브 채널 '몬난놈' 영상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7일 간의 긴 추석 연휴가 끝났다.
추석 연휴는 친척끼리 모여 송편도 빚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는 장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세대 갈등의 최전선이 되기도 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갈등 가운데 하나로 '이대남'(20대 남자)과 '영포티'(젊은 척하는 40대) 간의 세대 갈등이 꼽히고 있다.
◆ '여성 친화 정책의 반발?' 이대남과 '어린 여성들에게만 스윗?' 영포티
문재인 정부에서 정부·여당은 여성 친화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당시 2030 남성들은 반발했다.
그들은 2021년 4·7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진영에 표를 몰아줬다. 이때부터 '이대남' 현상이 본격적으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지금도 선명한 '안티(anti) 민주당'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대남'과 '영포티'의 성향 차이는 여론조사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최근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두고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20대 비율은 37%에 그쳤다. 반면 40대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은 전 연령 가운데 가장 높은 73%였다.
같은 조사에서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70대 이상 비율은 38%였다. 모든 연령 가운데 '잘못하고 있다'가 앞선 세대는 보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70대 이상과 20대뿐이었다. 나머지 연령에서는 긍정 평가가 앞서거나 두 평가가 오차범위 안이었다.
20대 남성의 또 다른 특징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로 대표되는 개혁신당 지지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20대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는 21%인데 개혁신당 지지도는 9%에 달한다. 이처럼 20대의 과반 이상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 평가'를 내린 것을 두고 범여권 내부에서도 '20대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실 이는 전 세계적 '20대 우경화' 현상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젊은 세대의 우경화 현상이 뚜렷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대남이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했고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선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이에 정치권과 언론은 이내남이 우경화를 넘어 '극우'가 되고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는다. 지난 1월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의 주역도 이대남인 것은 사실이다.
이런 지적에 낳은 이대남은 억울하다는 태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2030 남성들은 진보 진영의 '여성 친화 정책'을 두고 "과거 가부장제의 혜택을 본 기성세대 남성들이 정작 자신들의 특권은 내려놓지 않으면서 아랫세대 남성들에게 양보를 요구한다"고 반발했다. 특히 이들은 병역 문제와 젠더갈등 등에서 역차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영포티' 모습과 특징 정리한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 '이대남'과 '영포티' 갈등의 뿌리
이대남의 '영포티' 혐오는 이런 정치적인 이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인다. 이런 과정 속에서 등장한 것이 '스윗(sweet) 영포티'라는 용어다. '어린 여성에게만 친절을 베푸는 꼰대'라는 뜻이다.
2030 남성들은 영포티의 이중성을 공격하고 있다. 영포티가 스스로 '깨어있는 시민'을 자처하지만 실제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2030 남성들을 향해선 '여성 혐오주의자'라고 공격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유흥업소에 가서 딸뻘의 어린 여성을 찾고 20대 여성들을 연애 상대로 삼아 곤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역사 문제로 '노 재팬(No japan)'을 외치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슬램덩크' 등에 열광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사실 영포티라는 단어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시작됐다. 영포티는 트렌드 분석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이 2015년 책 '라이프트렌드 2026'에서 '젊게 살고자 하는 40대'를 이르는 말로 처음 사용했다.
이들은 1990년대 초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며 '엑스(X) 세대'로 불렸다. 이제는 40대에 접어들며 '트렌드에 민감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이전과는 다른 중년 세대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고 바라봤다.
일부 전문가는 이대남과 영포티의 세대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로 '결코' 넘볼 수 없는 자산 격차을 꼽기도 한다.
40대 남성들은 이미 아파트 등 큰 자산을 일구는 데 성공했는데 이대남은 어떤 노력을 해도 그 격차를 메울 수 없을 것이라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40대 남성들은 첫 취업 당시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의 '끝물'에 있어 취업도 상대적으로 쉬웠다. 취업난에 빠진 이대남은 이 모든 것으로 '불공정'으로 받아들인다.
물론 영포티 세대의 이중성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하고 있다.
20대 남성 A씨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자기네 세대는 '된장녀' '김치녀' '이대남' '이찍남' '펨대남' '롤대남' 등 온갖 여성 혐오 및 혐오 표현을 만들어 놓고 막상 자기들은 '영포티'라는 단어 하나로 '긁히는'(기분 나빠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2일 CPBC라디오 '김준일의 뉴스공감'에서 "MZ세대 사회성 없다느니 아니면 2030 극우화 됐다느니 이런 논쟁이 있을 때는 언론들이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으면서 왜 이 영포티라는 말이 나오니까 발끈해 가지고 기사 쓰고 칼럼 쓰고 하느냐는 얘기가 있다"며 "아마 그래서 20·30대 분들도 그동안 좀 쌓였던 것들이 또 이번 영포티 논란을 계기로 또 표출되고 있는 측면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세대갈등, 젠더갈등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숙제'
전문가들은 양쪽이 살아온 궤적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한 갈등은 불가피하다고 바라본다.
서울 소재 대학교의 한 40대 사회학과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 통화에서 "현 40대는 젊었을 때 김어준의 '나는 꼼수다' 등을 듣고 '88만 원 세대'(취업난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1980년대생) 담론을 다룬 세대"라며 "반면 현재 2030 세대는 젠더 갈등이나 세대 갈등 같은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세대"라고 짚었다.
'이대남'과 '영포티'의 마찰이 일어난 시기에 대해서 주목하는 관점도 있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는 "2030 남성들이 갖고 있는 불만 가운데 핵심 원인은 한국 사회에 그동안 있었던 가부장제라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혜택을 받은 세대는 기성세대 남성들인데 왜 이제 와서 본인들은 양보하지 않으면서 2030 남성들에게 여성은 약자니까 양보하라고 하느냐 이런 것들이 많이 담겨 있다"며 "2030 남성층에서는 사실 한 2010년대 한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영포티 이런 얘기 많이 안 나왔다. 그런데 한 2020년대 들어서 이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시기가 마침 한국 정치에 있어서 2030 남녀 간의 갈등이 표면화된 시기다. 그런 것들이 좀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 9월25일 발표한 것으로 9월23일부터 9월25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CATI)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