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미국 약가 인하·관세 폭탄 피했다, 셀트리온 짐펜트라 처방 확대 장벽 'PBM' 해결 남아
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5-09-25 17: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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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이 23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공장 인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셀트리온 유튜브 영상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미국 공장 인수로 관세 리스크를 걷어내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시장 진출을 가로막던 불확실성을 정리했다.
하지만 처방 확대의 핵심 변수인 미국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의 처방집 등재 협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25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로부터 미국 뉴저지 공장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3일 4600억 원 규모 미국 바이오 원료의약품(DS)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연말까지 미국 기업결합신고 등 인수 관련 규제 승인 절차 수행 후 거래를 종결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미국시장에서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불확실성을 털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이날 온라인 간담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대상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제외됐다”며 “유일한 신약인 짐펜트라는 미국에서만 신약으로 허가받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모두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로 출시돼 비교할 가격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제품의 2년치 재고를 확보했고, 2027년부터는 미국 내 생산이 가능해 관세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덧붙였다.
이제 짐펜트라의 처방 확대를 가로막고 있던 미국 3대 PBM 처방집 등재만 당면 과제로 남게 됐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말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짐펜트라 연간 매출 1조 원을 목표한다고 했지만, 올해 상반기 매출 360억 원 내는 데 그치며 고전하고 있다. 회사는 짐펜트라 매출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PBM의 처방집 등재가 지연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PBM에 등재돼야 보험 적용이 가능해지면서 본격적인 처방 확대가 가능하다.
특히 짐펜트라가 셀트리온 제품군 가운데 고마진 제품이라는 점에서 판매 확대 여부는 셀트리온의 수익성 개선과도 직결된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경쟁 제품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마진이 축소되는 특성이 있다. 이에 지속적으로 새 제품군을 선보이며 수익을 확보해야 한다. 짐펜트라는 2024년 1분기 출시한 제품인데다, SC(피하주사)제형 변경을 통해 신약 지위를 인정받아 제품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현재 셀트리온은 익스프레스스크립츠(ESI), 옵텀RX, CVS헬스 등 미국 3대 PBM과 모두 등재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들 PBM은 미국 전체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대 PBM 가운데 두 곳은 처방집에 등재가 완료됐지만 한 곳은 등재를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 셀트리온에 따르면 PBM 한 곳은 리베이트 요율을 문제 삼아 등재를 미루고 있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PBM 한 곳은 리베이트 요율을 문제 삼아 등재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PBM의 리베이트 요율 조건을 바꾸면 기존 2곳의 계약까지 다시 조정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고 서 회장은 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짐펜트라가 미국에서 신약 지위를 획득한 만큼 처방 확대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짐펜트라는 기존 정맥주사(IV) 제형 바이오시밀러들과는 다른 보험 청구 코드를 부여받았다”며 “재정 카테고리 분리를 통해 높은 WAC(도매가)와 ASP(평균판매가)를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보험 접근 속도가 느리고 초기 전환률이 낮을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기 침투 속도는 더딜 수 있어도, 짐펜트라의 누적 처방 환자가 증가하면 바이오시밀러 대비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서 회장은 “최근 의료진들이 PBM과 보험사에 짐펜트라의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 공장 인수로 관세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PBM 계열사 약국 체인들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처방 확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럽에서 램시마SC도 시간이 지나면서 안정적으로 점유율이 상승한 것처럼 짐펜트라도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램시마SC는 유럽에 출시된 2020년 당시 점유율이 1%에 불과했지만 올해 2분기에는 유럽 주요5개국(독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점유율이 27%에 이른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