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놓고 있다는 얘기가 아니다. 과거에는 TV와 유튜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일부러 찾으려 해도 찾기 힘들다. 방송을 중단하고 기업가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던 약속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백종원 대표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지점은 가맹점주와 신뢰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다. 자체 유튜브 채널을 아예 점주 소개 채널로 활용하면서 오너리스크 탓에 실추됐던 브랜드 이미지를 조금씩 재건하고 있다.
24일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공식 유튜브 채널인 ‘백종원’을 살펴보면 최근 몇 달 사이 백 대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백 대표가 5월 초 당시 촬영하고 있던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뒤 벌어진 일이다.
백종원 채널의 대표 콘텐츠였던 ‘백종원의 요리비책’은 아예 명맥이 끊겼다. ‘내꺼내먹’이나 ‘더본뉴스’와 같은 콘텐츠도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있다.
최근 5달 사이 올라온 콘텐츠 수는 10개도 채 되지 않는다. 많게는 일주일에 2~3개씩 올리던 주기가 확 늘어난 셈이다.
그나마 ‘축지법(축제로 지역을 살리는 법)’과 ‘백종원 시장이 되다’ 등 몇몇 콘텐츠가 최근 한 달 사이 5개 정도 공개됐지만 이마저도 백 대표가 출연한 영상은 아니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철가방 요리사’ 임태훈 셰프나 ‘고기깡패’ 데이비드 리 셰프 등이 대신 출연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따로 있다. 바로 동영상과 별개로 1분가량의 짧은 콘텐츠를 의미하는 쇼츠가 매우 활발하다는 것이다.
백종원 채널에 올라오는 쇼츠 역시 원래는 백 대표가 직접 등장한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방송 중단을 선언한 뒤 5월 말부터 현재까지 4달가량 되는 기간에 올라온 거의 대부분의 영상은 모두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관련 영상들이다.
5월30일 강원 춘천에서 ‘백종원의 원조쌈밥집’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얘기가 올라온 뒤 ‘빽다방’과 ‘홍콩반점’,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롤링파스타’, ‘백스비어’, ‘빽보이’, ‘리춘시장’ 등 다양한 브랜드 점주의 얘기가 4달가량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올라온 점주 소개 영상만 모두 80개가 넘는다. 영상이 1달에 평균 20개씩 올린 것인데 사실상 주말을 제외하면 매일 점주들의 얘기를 소개하고 있는 셈이다.
내용은 특별하지 않다. 어떻게 창업하게 됐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지, 인기 메뉴를 더 맛있게 먹는 비법이 무엇인지 등을 소개한다.
그러나 이 영상이 특별한 이유는 영상 제작 취지에 있다.
백종원 채널 제작진은 3달 전 유튜브 공지글에 글을 올려 “이 영상은 더본코리아와 동행하고 계시는 점주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전하고자 기획했다”며 “가맹점은 누군가에게 삶의 터전이고 오래 간직한 꿈이며 큰 결심 끝에 내딛는 도전이다. 그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이분들의 이야기가 존중받고 공감으로 이어지는 소통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들이 백 대표의 오너리스크 때문에 한창 흔들리던 시기 내놓은 영상들이라는 점에서 가맹점주와 상생을 도모하고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위해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던 이유다.
백 대표 역시 방송 중단을 선언하는 영상에서 “지금 가장 가슴 아픈 것은 가맹점주님들의 절박한 상황”이라며 “‘이제부터는 단 한 분의 점주님도 두고 갈 수 없다’는 각오로 브랜드별로 전폭적인 지원 방안을 추가로 시행하고 본사의 수익을 가맹점주와 나눈다는 마음으로 대규모 지원 플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백 대표는 실제로 가맹점주 지원에 행동으로 나섰다. 브랜드별 가맹점 매출 활성화를 위해 상생지원금을 300억 원가량 마련해 로열티 면제와 식자재 가격 할인, 브랜드 프로모션 지원, 홍보물 지원 등을 시행했다.
가맹점주와 상생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상생위원회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나온 방안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9월에는 자신이 보유한 더본코리아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100억 원을 대출해 사재 출연하기도 했다.
백 대표의 지속적인 가맹점주 지원은 더본코리아가 2분기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24억 원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선 이유이기도 하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사진)는 5월 초 방송 중단을 선언한 뒤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가맹점주들이 백 대표의 지속적인 노력에 조금씩 마음을 열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지점으로 꼽힌다.
경기 과천에서 더본코리아 산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백종원 이슈 때문에 올해 상반기 매출이 떨어졌던 것은 사실”이라며 “본사 차원에서 대규모 프로모션을 하면서 매출이 반등하긴 했지만 반짝 효과에 그쳤다. 그렇지만 본사가 가맹점주를 위해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도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주는 “본사 때문에 피해를 본 다른 점주들과 함께 소통하면 본사를 탓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충분히 도움 받을 만큼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백종원 대표도 노력하는 것 같으니 얼른 매듭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브랜드평판지수는 1월 4위에서 2·3월 6위, 4월 9위, 5월 10위, 6·7월 14위 등으로 꾸준히 떨어졌다. 8월 9위로 반등했고 9월에는 10위에 이름이 올라 있다.
백 대표는 가맹점주 지원과 별개로 더본코리아의 새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도 발을 벗고 나서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소스를 홍보하기 위해 태국 출장길에 오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원래 해외영업팀만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실제 계약을 성사하기 위해 직접 등판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 대표는 3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TBK(더본코리아)소스’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이제부터 소스 통들을 짊어지고 해외에 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백 대표는 자체 개발한 소스와 푸드 컨설팅을 통해 2030년까지 해외에서 매출 1천억 원을 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