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첫 순서로 선보인 새 보험 상품은 '개물림보상보험'이다. 사진은 1월14일 서울 강남구 DB금융센터에서 열린 '개물림보상보험' 출시 기념식에 참석한 정종표 대표(왼쪽)와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오른쪽)의 모습. < DB손해보험 > |
[비즈니스포스트] ‘개물림보상보험’은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첫 순서로 선보인 새 보험 상품이다. 국내 최초로 개물림 사고를 전문으로 보상해주는 상품으로, 이름만 두고 보면 단순 이색 상품으로 보이지만
정종표 사장이 진지하게 추진하는 신사업 가운데 하나다.
정종표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펫보험 TFT를 신설하고 플랫폼을 구축해 차별화된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며 펫보험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짐이 무색하지 않게 올해 DB손보는 펫보험에서만 세 번째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올해 상반기 DB손보의 펫보험 신규 가입자는 1만346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56건보다 27.5%가량 늘었다. 2017년 펫보험을 처음 출시한 이후 반기 기준 최대 가입 건수다.
하지만 펫보험 시장 점유율 1위로 알려진 메리츠화재에 비하면 DB손보는 아직 추격자 지위에 머물러 있다. 메리츠화재가 2018년 출시한 펫보험 전용 브랜드 ‘펫퍼민트’는 6월 기준 누적 가입건수만 13만5천 건이다.
◆ DB손보 올해 상반기 반기 순이익서 메리츠화재에 처음 뒤져
재미있는 점은 두 손보사가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반기 순이익은 DB손보가 9069억 원이고 메리츠화재는 9873억 원이다.
DB손보를 이겨본 적 없는 메리츠화재가 업계 1위인 삼성화재(9539억 원)도 제치고 1위 자리에 올라선 것이다.
10년 전인 2015년만 해도 DB손보의 상반기 별도기준 반기 순이익은 2374억 원, 메리츠화재는 807억 원으로 비교 대상이 되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반기 순이익만 해도 DB손보가 9122억 원, 메리츠화재가 8160억 원으로 둘의 차이는 공고했다.
◆ 보험손익 악화에다 일회성 손실 겹쳐 실적 악화, 순위 미끄러져
DB손보가 그동안 공고했던 손보업계 2등 지위를 지키지 못한 것에는 보험손익 악화가 주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DB손보의 이익이 감소한 원인으로 “위험손해율 상승과 발생사고요소조정 비용 증가로 인한 예실차 악화와 산불 및 대형 보험금 청구(560억 원)에 따른 일반보험 손익 악화, 보험료 인하 효과 반영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익 악화 등 보험손익 악화”를 꼽았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의료파업 정상화로 보험손익은 감소했지만 FVPL(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이익 증가 등 투자손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DB손보의 보험손익은 6704억 원, 투자손익은 5886억 원이다. 메리츠화재는 보험손익이 7242억 원, 투자손익은 6048억 원이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모두 DB손보가 메리츠화재에 밀렸다.
◆ 포트폴리오 차이도 순위 바꿔, 자동차보험 비중 20.8% vs 5.1%
한쪽에서는 이번 순위 변동이 대형 화재 등 일회적 요인과 사업 포트폴리오 차이가 합쳐져 발생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상반기 금호타이어 공장 화재가 발생했을 때 업계는 DB손보가 460억 원, 메리츠화재는 50억 원가량의 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가 가입한 재산종합보험 지분율도 DB손보가 47%, 메리츠화재가 5%로 차이가 크다.
또한 두 손보사는 보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기준 DB손보가 20.8%, 메리츠화재가 5.1%로 4배 이상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업계 전반적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하는 추세가 DB손보에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의 ‘2025년 상반기 자동차보험 사업실적(잠정)’에 따르면 상반기 자동차보험 총손익은 382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811억 원보다 43.9% 감소했다.
◆ 포트폴리오 재정비로 손보업계 2위 탈환할까
결국 상반기 DB손보의 순위 하락은
정종표 사장이 다시 한 번 보험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계기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종표 사장은 2022년 12월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 진행한 3번의 신년사에서 모두 한결같이 ‘포트폴리오 관리’를 강조했다.
실제로 DB손보의 보험 포트폴리오는 지난 5년간 꾸준히 변화해왔다. 원수보험료 기준 DB손보의 자동차보험 비중은 2020년 25.4%에서 2024년 20.8%로 4.6%포인트 줄었고 일반보험 비중은 8.0%에서 10.7%로 2.7%포인트 늘었다.
정종표 사장은 영업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다. 1987년 동부화재해상보험(현 DB손보)에 입사해 38년 동안 DB손보의 인사, 법인사업, 개인사업 등 다양한 보험 부문을 두루 거쳤다.
2023년 대표이사 임기를 시작했고 2024년 재선임돼 2027년 3월까지 DB손보를 이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하반기 손보업계 2위 지위를 탈환하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