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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4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실망스럽다. 그래도 아직 2심이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재벌 총수에 대한 재판부의 ‘재벌 양형공식’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깨졌다. 하지만 CJ를 비롯해 재계는 여전히 ‘희망’은 있다는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14일 1600억 원대 배임 및 탈세·횡령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회장에게 징역 4년 및 벌금 26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 회장을 법정 구속하지는 않았다.
이번 판결은 재계의 예상을 살짝 빗나간 것이다.
재계에서는 지난 11일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잇따른 집행유예 판결을 받아 풀려나자 SK와 CJ 등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는 다른 그룹 총수들도 비슷한 판결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의 영향으로 재벌 총수에게 가혹했던 판결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특히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이재현 회장의 경우 재판부의 선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앞서 열린 두 그룹 총수의 판결에 ‘건강상의 이유’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지난 해 8월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그는 지난 달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눈물의 최후진술을 통해 재판부의 동정심에 호소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신장 이식을 받은 50대 환자는 최장 15년 정도 살 수 있다는데 내게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남은 시간 회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재현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실제로 CJ 임직원들은 집행유예 판결을 예상하면서 이 회장의 법정을 찾아 재판 결과를 지켜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측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무죄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잘 준비해 항소심 판단을 받겠다”고 말했다.
CJ를 비롯한 재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전례에 비춰볼 때 이 회장도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하고 있다. 이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판결이 검찰이 구형한 징역 6년에 벌금 1100억원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점도 긍정적 징후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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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김승연 회장은 2012년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후 2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선고 받은 김 회장은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11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아 구치소를 벗어났다.
SK그룹 임직원들은 이 회장에 대한 판결 때문에 3월 이전으로 예정된 최태원 회장의 상고심 선고를 기대와 불안이 엇갈린 시각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의 경우 대법원이 2심의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면 실형을 면할 방법이 없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해야 김승연 회장과 같은 절자를 밟아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SK그룹 측은 "혹시나"하는 기대를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해 1월 계열사를 동원해 펀드를 만들고 회사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로 징역 4년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이어 9월 항소심에서도 징역 4년 실형이 유지돼 현재 1년 넘게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