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수익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의 전한길씨(왼쪽)와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의 김어준씨.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의 희망, 아이들이 커서 너도나도 '극우 유튜버'가 되고 싶다고 말할 날이 오는 건 아닐까.
21일 정치권 흐름을 종합하면 유튜브가 여의도 정치에서 '파워 미디어'로 떠오르고 있다. 유튜브는 과거 '놀이처'에 머물렀으나 최근 국민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숨가프게 달려온 대한민국 정치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유튜브에서 정치 논평을 내놓는 '정치 유튜버'의 영향력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동시에 이들의 수익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 1위는 의사, 판사가 아니라 '유튜브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몇몇 정치 유튜버는 공당의 당대표 선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들의 금전적 수익도 그만큼 커졌다.
◆ 어떻게 벌까? 근본은 슈퍼챗과 후원, 최신 트렌드는 광고 수익
정치 유튜버들의 수익 구조는 다양하다. 슈퍼챗, 광고 영상 노출, 협찬·간접광고(PPL) 유치, 멤버십 제도(유료 구독 서비스) 도입, '자율 후원 계좌' 운영 등 다채롭다.
이들의 수익 구조는 복잡해 보이지만 크게 보면 '외부 후원'과 '광고'가 주요 수입원이다. 외부 후원은 슈퍼챗이라 불리는 후원금, 채널에 계좌번호를 공개하는 자율 후원 계좌 등을 통해 이뤄진다.
조회수를 기반으로 한 '광고 영상' 수익도 있지만 정치 관련 영상은 주제의 특성상 이른바 '노딱'(노란딱지, 유튜브 경고로 인한 수익 창출 불가 판정)이 붙기 쉽다. 유튜브는 '노딱'의 예시 가운데 하나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문제 및 민감한 사건'을 제시한 바 있다.
▲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월11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이 대표가 발언하는 중 슈퍼챗 1만 원이 터진 모습.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라이브 방송 영상 갈무리>
다만 이 분야에서 멤버십 제도는 크게 활용되지 않는다. 정치 유튜브 채널의 고관여 시청층은 연령대가 높아 직접 지갑을 여는 유료 구독 서비스 신청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 유튜브 채널은 보통 다른 카테고리 유튜브 채널과 달리 이를 특화해서 운영하지 않는다.
결국 정치 유튜브 채널의 수익의 꽃은 슈퍼챗이다. 슈퍼챗은 유튜브 채널 생방송 중 채팅창을 통해 시청자가 유튜버를 후원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돈을 보내면 후원자 이름과 후원 액수가 채팅창에 나타나고 금액이 클수록 채팅창에 오래 노출된다.
실시간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최소 1천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슈퍼챗을 보내면 유튜브가 플랫폼 이용료 및 수수료 개념으로 30%를 가져가고 유튜버가 나머지 70%를 가져간다.
이와 함께 대다수 정치 유튜버는 본인의 후원계좌 번호를 영상 한켠에 띄워 개별 후원을 유도한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맨 왼쪽)가 2일 유튜브 채널 '박시영TV' 라이브 방송에 출연해 멋쩍게 웃고 있다. <유튜브 채널 '박시영TV' 라이브 방송 영상 갈무리>
최근 정치 유튜버 세계에서는 광고 쪽이 급부상하고 있다. 출연자가 직접 해당 상품 광고에 나서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출연자 뒤편으로 배경에 상품 이미지를 노출하거나 영상 한켠에 상품 정보를 고정해 노출하는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요즘에는 방송에 출연하는 정치인들과 광고 제품을 얽어나가는 일도 많아지고 있다.
"피부 진정에는 언제나 OOOO(화장품 명). 김병기 원내대표님, 엄마의 마음이라고 했는데 엄마의 마음은 OOOO을 챙겨 주는 겁니다. OOOO 엄마의 마음 우리 아이들에게 뿌려 주세요."
유튜브 채널 '박시영TV'(구독자 63만 명)에서 2일 진행자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출연한 자리에서 한 기능성 화장품을 꺼내 들며 이와 같은 광고를 했다. 방송 주제는 '검찰개혁'이었는데 해당 광고가 2분가량 이어지자 김 원내대표는 멋쩍게 웃었다.
물론 정치인들이 해당 상품을 언급하는 등 직접 광고에 참여하는 경우는 드물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직무 외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얼마나 벌까? 수익 톱100 가운데 30% 이상이 '정치 유튜버’
모든 직장인들이 한 번 쯤은 퇴사 후 유튜버를 꿈꿀 만큼 이들의 수익도 엄청나다. 유튜브에선 게임, 여행, 운동, 먹방(먹는 방송), 패션, 유머 등 다양한 주제의 방송이 넘쳐나지만 가장 많은 후원 수익을 거두고 있는 이들은 정치 유튜버다.
21일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인 '플레이보드'를 보면 국내 슈퍼챗 수입 톱100(모든 카테고리 포함)에서 정치 유튜브 채널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정치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1월 26곳에서 같은해 11월 39곳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다음달인 12월 51곳으로 급증했다. 올해 1월에는 58곳으로 최고 비중을 찍었다. 이후 4월 47곳, 6월과 8월 각각 45곳으로 주춤하지만 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 유튜버들이 '돈방석'에 앉아 있는 것은 같지만 그들의 정확한 수입 규모는 알기 힘들다. 조회수에 따라 유뷰브 본사에서 제공하는 수익을 정확히 알 수 없고 유튜버들마다 광고 단가도 달라 광고 수익 규모도 천차반별이다.
아울러 요즘 유튜브 생태계에서는 '1인 미디어'로 살아남기 힘들다. 대부분 상위권 정치 유튜버들은 많게는 1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스튜디오 시설까지 마련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지출 규모를 알 수 없으니 순수익 규모도 알기 힘들다.
다만 '슈퍼챗'을 통한 수입 규모는 투명하게 공개돼 있다. 그런데 그 규모에 '억' 소리가 난다.
정치·시사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구독자 223만 명)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9개월간 슈퍼챗으로 약 4억8500만 원을, '매불쇼'(구독자 277만 명)는 같은 기간 약 2억7800만 원을 벌었다. 같은 기간 '신의한수'(구독자 160만 명)는 약 3억3400만 원을, '그라운드씨'(구독자 92만 명)는 약 2억 원을 벌었다.
최근 일약 슈퍼스타로 떠오른 전한길씨가 운영하는 '전한길뉴스'(구독자 57만 명)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면이었던 지난 7~8월 약 4650만 원을 슈퍼챗으로 벌었다.
정치 유튜브 채널들의 슈퍼챗 수입은 하루에 수천만 원으로 치솟기도 한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는 지난 2월11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출연하자 슈퍼챗으로 2172만 원을 벌었고 그날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지난 6·3 대선 당일에도 약 2400만 원을 벌었다.
▲ 2025년 8월 뉴스·정치 유튜브 채널 기준 슈퍼챗 순위 1~5위(월간 기준). 모두 좌파 성향 유튜브 채널이다. <플레이보드 홈페이지 갈무리>
◆ 좌파 vs 우파, 누가 더 많이 벌까? 내란 사건 이후 '역전'
정치 유튜버는 선명성을 다투는 경우가 많고, 듣고 싶은 뉴스만 보는 '확정편향'의 영향으로 이른바 정파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결국 좌파 채널, 우파 채널로 쪼개진다는 것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돈을 쓸어 담는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역전됐다. 최근엔 좌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들이 수입 상위권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부터 8월까지를 기준으로 총 9개월 동안 정치 유튜브 채널 슈퍼챗 순위 1위(월간 기준)를 좌파 성향 유튜브 채널이 8번 차지했다. 2025년 1월에 우파 성향 채널인 '신의한수'가 한 번 1위를 한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좌파 성향 유튜브 채널이 쭉 1위를 지켜온 셈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정치 유튜브 채널 슈퍼챗 순위 1~5위(월간 기준) 가운데 2024년 12월(좌파 2개 우파 3개), 2025년 1월(좌파 2개 우파 3개), 2월(좌파 3개 우파 2개), 7월(좌파 4개 우파 1개) 등 네 달을 제외한 모든 시기에 1~5위를 좌파 유튜브 채널이 각각 차지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