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천 기자 bamco@businesspost.co.kr2025-09-19 15: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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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연어 술파티’ 정황을 일부 사실로 확인하면서 검찰이 '새로운 위기'에 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현재 공소·기소권 분리를 뼈대로 하는 '검찰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돼 있다. 그런데 검찰 내부 비위가 잇달아 불거지고 있어 '과거사 정리'의 큰 물결이 새롭게 검찰을 덮칠 수도 있다.
▲ 부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2024년 10월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 출석,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법무부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둘러싼 검찰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부 특별점검팀은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검사실 내 영상녹화실에서 '연어회덮밥 및 연어초밥'으로 수용자 이화영, 김성태, 방용철 등 공범들과 박상용 검사 등이 저녁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김성태 등이 종이컵에 소주를 마신 정황을 확인하였다"고 밝혔다.
이화영 전 부지사가 폭로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수사 관련 검찰 비위 의혹 일부가 사실일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전 부지사는 2024년 4일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 공판에서 "회의용 테이블이 있고 그곳에서 나, 김성태, 방용철 등을 다 모아놓는다"며 "외부에서 두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쌍방울 직원들도 와서 음식도 갖다주고 심지어 술도 먹은 기억이 있고 김성태가 연어를 먹고 싶다고 해서 연어를 깔아놨더라"고 주장했다.
이 전 부지사는 "굉장한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며 "이재명 지사를 엮기 위해 이 지사와 통화 한번 하지 않은 김성태가 이재명을 잘 아는 것처럼 했고, 얼굴 한 번 안 봤는데 방북 비용 500만 불을 대신 냈고, 이를 보고했다는 식으로 진술했다"면서 자신의 앞선 진술을 번복했다.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은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이 2019년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500만 달러)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대신 북한에 지급했다는 의혹에서 비롯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이 전 부지사는 대법원에서 징역 7년8개월을 선고 받아 형이 확정됐다. 법원은 항소심 재판에서 나온 연어 술파티 주장을 기각하면서 실제 돈이 북한에 건너간 것으로 판단했고 대법원도 이 전 부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은 1심에서 3년6개월 징역형(실형)을 선고받아 항소심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 대통령 재판은 현재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 특권을 이유로 중지돼 있다.
연어 술파티 주장이 처음 나올 때 검찰은 강하게 부인했다. 이 주장과 관련해 이 전 부지사를 위증죄로 추가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총장도 나섰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2024년 4월21일 "중대한 부패 범죄자가 1심 선고를 앞두고 허위주장으로 사법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붕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사법 시스템 전체를 흔드는, 말 그대로 힘으로 사법 시스템을 억누르려고 하는 행태"라고 직격했다.
그런데 1년 만에 이 전 부지사의 폭로가 사실일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 셈이다. 만약 그의 주장이 사실로 확정된다면 이는 '정치 검찰'이 피의자를 회유해 없는 죄를 만들어 내면서 '이재명 죽이기'에 앞장섰다는 말이 된다. 법무부 조사 결과에 따라 담당 검사 등에 대한 수사가 곧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연어 술파티 외에 검찰의 '흑역사'는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 '고발'을 통해 검찰이 조직적으로 대기업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수도권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최근 대검찰청에 제출한 진정서를 통해 "'쿠팡 일용직노동자 퇴직금 미지금 사건' 기소와 관련해 엄희준 부천지청장 및 김동희 차장검사를 비롯한 상부로부터 부당한 압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고 오마이뉴스가 18일 보도했다.
이는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고소한 건으로 부천 노동청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엄 지청장이 담당 부장검사를 건너뛰어 주임 검사를 불러 '혐의 없음'으로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 차장검사가 쿠팡측 변호인인 김앤장 변호사와 친분이 두터운 사적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검찰은 2024년 4월28일 이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부장검사가 직접 진정에 나섬에 따라 대검의 감찰조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별도로 특검은 '정치검사' 한 명을 정조준하고 있다.
▲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그는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혐의로 구속됐다. <연합뉴스>
김상민 전 부장검사는 18일 김건희씨 측에 1억 원 상당의 ‘이우환 그림’을 건네고 공천 및 공직을 청탁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김 전 검사는 9일 기자들과 만나 그림을 구매한 자금의 출처에 대해서 "김진우 씨로부터 받은 자금"이라 말했다. 그의 말을 인정한다고 해도 현직 검사가 김건희씨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그림 심부름'을 한 셈이다.
지난 정부 검찰의 '야당 수사'가 법원에서 잇달아 무죄를 선고받고 있어 이 또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증명되는 만큼 수사 및 기소 과정에 비위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고법 형사7부는 19일 '돈봉투 사건'으로 기소된 이성만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의원은 2021년 4월 윤관석 전 의원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를 받은 혐의와 같은 해 3월 송영길 전 대표 경선 캠프에 ‘부외 선거자금’ 1100만 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1월9일 당대표로 당선되기 위해 2021년 3~4월 6650만 원이 든 돈봉투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역본부장에게 살포하는 과정에 개입한 ‘돈봉투 사건’ 혐의로 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6-2부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애초에 대선 낙선자에게 선거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이 대표가 유일했다. 물론 이 사건은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죄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이에 미래의 검찰을 다루는 '검찰 개혁'과 반대로 과거 비리를 규명하는 '검찰 과거사 정리'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월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기소가 드러날 경우 담당 검사에게 책임을 묻는 ‘검찰과거사위원회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진정한 검찰 개혁은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검찰의 사건 조작과 같은 국가폭력 범죄에는 공소시효도 배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