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가 검찰개혁 공청회를 열어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여야, 전문가들 사이에서 뚜렷한 입장 차이가 확인됐으나 이날 공청회를 고비로 검찰개혁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 등의 내용을 담은 검찰개혁안을 9월 내 처리하겠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 윤동호 국민대 교수(가운데)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사위는 4일 국회에서 검찰개혁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입법공청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진술인들은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을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립했다.
먼저 민주당 측 진술인들은 검찰권력의 남용 문제를 지적하며 통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핵심으로 삼아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윤동호 국민대 교수는 "검찰은 늘 정의에 반해왔다"며 "수사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면, (법무부가 아닌) 국수위(국가수사위원회)가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으로 대검 감찰부장을 역임한 한동수 변호사는 검찰개혁에 따른 '경찰의 사건 암장' 우려에 대해 "범죄 행위이므로 검찰에 의한 통제가 아닌 '감찰과 수사'로 통제돼야 하는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검찰과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남겨 경찰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이와함께 과거 검찰권 남용과 관련해 "검찰에 대한 수사, 징계, 인사 조치와 함께 (과거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 및 재심, 공소 취소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의힘 측 진술인들은 주로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뼈대로 하는 검찰개혁이 가져올 '인권침해 가능성' 등 부작용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검찰권 남용에 대한 '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을 폐지하면 '정치 검찰'은 없어지겠지만 정권이 직접 지휘·통제하는 '정치 경찰'의 탄생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라며 "사법통제 장치는 완전히 무력화되면서 인권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검찰 수사권을 두고 "권한의 오남용이 문제가 되면, 그 오남용을 통제해야지 기능 자체의 효율성을 무너뜨리는 것은 인권보장 요청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도 직접 논쟁에 뛰어들었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로 내정된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에서 검사가 수사·기소를 다 하게 했는데 수사권을 모두 뺏겠다는 것과 공소청을 만들겠다는 것은 위헌 관련 심판을 청구할 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헌법에 검사의 수사권이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말하셨는데 그것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수사권을 어디에 둘것인지는 입법사항이라고 여러 차례에 걸쳐서 결정한 바 있다"며 "검사의 수사권이 마치 헌법에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자제하시면 좋겠다. 헌법을 좀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직격했다.
광주고검장 출신의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설령 보장돼 있다고 할지라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으면 (검사의) 인간적인 기준에 의해서라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그럴 때 (수사·기소권이) 흉기와 같은 행태를 보이는 것도 막을 수 없는 단점"이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날 입법청문회로 검찰개혁이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입법공청회에 이어 5일 입법청문회를 열어 전문가 등과 함께 자구를 살펴보는 법률안 심사를 진행한다.
이와 함께 여권은 7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어느 부처 산하에 둘지 최종 결정해 '1단계 검찰개혁 방안'을 확정한다. 검찰 보완수사(요구)권을 둘러싼 논란은 차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결국 검찰청 폐지는 사실상 '표결'만 남겨둔 셈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가 검찰개혁안(정부조직법 개정안, 검찰청 폐지법)을 통과시키면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청 폐지, 수사와 기소 분리부터 정부조직법에 담아 9월 안에 처리하겠다"며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검찰에서 내란 사태 이후 거의 처음으로 검찰개혁 관련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에 대해서는 침묵했으나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전날인 3일 부산에서 개최된 제32차 마약류 퇴치 국제협력회의(ADLOMICO)에 참석한 뒤 부산고·지검을 격려 방문한 자리에서 "보완수사는 검찰의 의무다. 적법절차를 지키면서 보완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권한이 아니라 의무"라며 "현재에는 현재 상황에서, 미래에는 미래의 상황에서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기 위해 우리의 의무를 다하자"고 말했다.
노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을 두고 여권 일각에서는 '보완수사권'을 통해 사실상 수사권을 유지하려고 한다는 거센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 미비점을 두고 '보완수사요구권'을 가질 순 있지만, 검찰이 보완수사권을 통해 계속 수사권을 행사한다면 지금과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한동수 변호사는 이날 입법공청회에서 "보완수사도 엄연한 수사인데 검찰은 이를 빌미로 무제한 수사부서와 인력을 확대해왔다"며 "동일성·단일성의 제한 요건이 사실상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보완수사권을 인정하면 결국 검찰의 직접수사 부활 통로가 된다”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완성하려면 보완수사권을 삭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