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K방산 원팀'이 최대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를 놓고 독일 해양방산기업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일전을 치른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캐나다 정부에 제안한 장보고-Ⅲ 잠수함 모습. <한화오션> |
[비즈니스포스트] 총 사업비 ‘60조’ 규모의 캐나다 순찰 잠수함(CPSP) 도입 사업이 한국과 독일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K방산 원팀’을 결성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빠른 납기를 통한 사업비 절감 효과를 내세우는 반면, 독일의 해양방산 기업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은 '작전지역 잠항능력'과 '나토(NATO) 동맹국 상호운용성' 등 기술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K방산 원팀이 캐나다 현지 평가에서 앞서고 있는 TKMS를 제치고 수주 이변을 연출할지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관건은 '절충교역'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캐나다 현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하면, TKMS의 잠수함 ‘212CD’가 이번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캐나다 순찰 잠수함 프로젝트는 기존 영국이 제작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대체할 3천톤 급 신형 잠수함을 최대 12척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사업비 규모는 향후 유지·보수를 포함 최대 60조 원에 이른다. 캐나다 정부는 2028년까지 최종계약을 체결하고, 2035년부터 순차적으로 새 잠수함을 도입하겠다는 일정을 세워놨다.
잠수함 건조 계약액만 최대 20조원 규모이고, 향후 30년간 운영·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계약 규모가 최대 60조원까지 늘어난다.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이번 잠수합 사업 입찰에는 당초 5개 후보군이 참여했는데, 캐나다 정부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26일 TKMS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을 적격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다.
K방산 원팀은 한화오션의 3000톤 급 디젤추진 잠수함 '장보고-Ⅲ 배치(Batch)-Ⅱ'를 제안했다.
장보고-Ⅲ 배치-Ⅱ는 공기가 필요 없는 '공기불요추진장치(AIP)', 리튬이온 배터리 등을 적용해 3주 이상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하고 최대 7000해리(약 12900㎞)를 운항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수직발사관을 갖췄다.
회사 측은 통상 9년이 소요되는 납기를 6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 측은 "2026년 계약 체결 시, 기존 인도시작 시점인 2035년보다 더 빠른 시점에 잠수함 4척을 인도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기존 잠수함 조기 퇴역으로 유지보수·지원 비용 절감 효과가 약 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로 추산했다.
물론 올리버 버크하트 TKMS 최고경영자는 지난 5월 “요청된 일정에 맞춰 첫 잠수함을 인도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현 시점에서 캐나다 잠수함을 생산하기 위해 (건조 일정이 잡혀있는) 독일이나 노르웨이 해군용 잠수함 가운데 하나를 재설계해야 한다고”고 조건을 덧붙였다.
▲ TKMS의 잠수함 212CD. < TKMS > |
캐나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TKMS의 ‘212CD’에 손을 들어주는 의견이 만만치 않게 나온다.
앤드류 레이섬 캐나다 매칼레스터대 교수는 지난 27일 "캐나다의 신형 잠수함에는 긴 잠항시간, 작전 해역인 북극의 낮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선체, 소음 발생이 적어 은밀히 기동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요구된다며 “독일 잠수함은 캐나다 고유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배수량 2500톤의 212CD는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갖추고 있어 북극 해역을 은밀히 순찰하는데 적합하다는 것이다.
레이섬 교수는 장보고-Ⅲ 배치-Ⅱ에 대해선 배수량,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리튬이온배터리, 수직 미사일 발사관 등을 인상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다만 "장보고-Ⅲ 배치-Ⅱ가 동북아시아 해역을 작전지역으로 중국·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용도로 설계됐고, 수직 미사일 발사능력은 캐나다 작전 지역에 별 효용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네트워크 효과’도 TKMS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KMS는 나토 소속 국가의 재래식 잠수함대의 70%를 건조한 이력이 있는 반면, 장보고-Ⅲ 배치-Ⅱ는 나토 국가 수출이력이 없는 상태다.
캐나다 글로벌어페어인스티튜트 소속의 쥴리 킴 연구원은 “캐나다가 한국의 잠수함을 선택한다면, 이는 캐나다의 방위 태세에 있어 과감한 변화”라며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한국 잠수함을 구매하거나 운용한 적이 없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로선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하는 K방산 원팀이 독일 TKMS를 제치고 수주에 성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하지만 방산 업계에서는 방산물자 구매를 대가로 구매국에 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하는 ‘절충교역’ 조건이 캐나다 정부의 최종 선택을 좌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잠수함에 캐나다산 장비 적용, 현지 기업과 협력, 기술개발 투자 등 캐나다 현지 방산 산업 발전을 위한 추가 이행조건이 최종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K방산 원팀이 캐나다가 요구하는 기술 요건을 맞추는 데 더해 우리 정부가 적극 지원한다면 수주에 성공하는 이변을 낳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지난 8월25일 독일 킬에 위치한 TKMS 조선소를 시찰했다. 그는 오는 10월에는 한국을 방문해 한화오션 거제조선소를 둘러볼 예정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