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회장(사진)이 적극적 미국 공략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상징으로 여겨지는 짐펜트라의 올해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미국 의약품시장 공략을 위해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에서 기대를 모았던 자가면역질환 신약 짐펜트라(유럽제품명 램시마SC)는 여전히 부진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짐펜트라는 올해 매출이 1400억 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짐펜트라는 올해 상반기 매출 364억 원을 거두며 지난해 연간 매출(366억 원)을 6개월 만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이는 셀트리온이 제시한 연간 목표치(가이던스)인 3500억 원과 비교하면 목표 달성률은 9.54%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셀트리온은 올해 초 짐펜트라 연간 매출 목표를 7천억 원으로 제시했다가 5월 3500억 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마저도 달성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최근 주요 증권사 6곳의 짐펜트라의 올해 전망치 평균은 1400억 원대 초중반 수준으로 셀트리온이 낮춘 목표치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심지어 유안타증권은 가장 낮은 1240억 원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의 내부 기대와 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짐펜트라의 미국 시장 안착이 늦어지는 주된 이유는 복잡한 유통망과 PBM(처방약급여관리기업) 등록 및 보험사 등재 절차 지연 때문이다.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신약으로 허가받은 짐펜트라의 경우 PBM 등재 후 보험사까지 등재하는 데 8~9개월 이상 소요되는 등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내놓은 신약으로 서 회장이 직접 챙겨온 상징적 프로젝트다. 짐펜트라는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배터로 애초 오리지널 의약품은 정맥주사(IV) 제형이지만 투약 편의성을 위해 피하주사로 개발됐다.
유럽에서는 바이오시밀러로 품목허가를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신약 허가 절차를 밟으며 신약 지위를 갖고 있다. 서 회장은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삼고 출시 준비 단계부터 현지 출장에 나서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성과로 이어지는 속도는 더딘 셈이다.
물론 서 회장은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에도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유일하게 참석하며 의약품 관세 리스크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제약사 밀집 지역의 생산시설 인수 입찰에서 글로벌 기업 두 곳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며, 인수 대금은 약 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 셀트리온(사진)이 올해 10월 초순까지 미국 현지 공장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을 세웠다.
인수 이후 제품 생산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 7천억 원을 추가 투입할 계획도 세웠다. 이는 최대 1조4천억 원 규모로 국내 제약사 바이오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내 대규모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짐펜트라뿐 아니라 주력 바이오시밀러 라인업도 보유하고 있어 단일 제품 성과만으로 전체 전략을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짐펜트라는 셀트리온이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에서 처음 선보인 신약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남다르다. 신약은 특허로 보호되는 만큼 수익성도 높아 향후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실제 서 회장은 올해 5월 사재까지 출연하며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이어가고 있지만 셀트리온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올해 2분기 미국에서 짐펜트라 처방 건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단기적 목표인 연간 목표치와 여전히 괴리감이 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은 회사의 가이던스 제시와 관련해 괴리가 클 경우 책임을 져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당시 오윤석 셀트리온 주주연대 대표는 “2025년 실제 실적에서 짐펜트라 매출 목표치의 90%인 6300억 원 등을 요구한다”며 “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지 명확하게 답변해 주시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