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금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책무구조도 적용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이 업무를 시작한 것도 긴장감을 높인다. 새 정부 첫 국감도 얼마 남지 않았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2명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은행권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국내 주요 은행장들을 만난다.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8일 국내 주요 은행장들과 만나는 상견례 자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사고 예방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에도 은행권의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최근 각각 24억 원과 37억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사고는 채무자가 담보로 잡힌 기계설비를 임의로 매각한 ‘외부인에 의한 사고’로 은행도 피해자라는 점, 신한은행 사고는 해외법인 현지 채용직원이 횡령을 했다는 점에서 이전 은행권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내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들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은행이 예상하지 못했던 금전적 손실을 안게 됐다는 점에서 내부통제 시스템에 약점이 발견됐다는 지적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4대 은행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여러 조치들을 취했는데도 이같은 금융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는 이번 금융사고 이전에도 올해 들어 각각 37억 원과 1088억 원(7850만 달러) 규모의 금융사고가 적발됐다.
올해 KB국민은행도 6건 157억2천만 원 규모, 하나은행도 6건 536억4천만 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일어났다고 공시했다.
사고내용도 외부인에 의한 사기, 업무상 배임, 부당대출 등 다양하다. 이 중 몇 건은 책무구조도가 본격 적용된 이후인 올해도 이어졌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이찬진 원장이 책무구조도를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에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책무구조도는 임원들에게 금융사고 등 내부통재 실패 책임을 직접적으로 물을 수 있는 제도로 지난해 시범 도입을 거쳐 올해 본격 도입됐다. 아직까지 적용사례가 나오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반복되는 금융사고 책임 떠넘기기 근절’을 공약하고 구체적 방안으로 ‘금융사고 발생시 임원 책임까지 물을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 엄격 적용’을 제시했다.
이찬진 원장도 취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금융사고는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원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책무구조도를 엄격하게 적용할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가 다가오고 있는 점도 금융사고 관련 은행권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4대 시중은행과 금융지주는 최근 들어 거의 매년 금융사고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 불려나가 질타를 받았다.
2022년 국감에는 은행장, 2023년 준법감시인이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근절되지 않는 금융사고에 고개를 숙였고 지난해 국감에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출석해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에도 은행권에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모습. <연합뉴스> |
올해 국감 역시 10월경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감을 앞두고 금융사고가 터진다면 더 큰 주목을 받는 만큼 4대 은행은 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2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첫 3년 임기가 끝난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내년 11월 첫 임기를 마친다.
과거 사례를 보면 새 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사고 등을 앞세워 4대 금융지주의 리더십 교체를 압박할 때가 많았다. 정부 출범 시기나 지주 회장 임기와 무관하게 리더십을 흔들기도 했다.
지난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대표적이다.
임종룡 회장은 지난해 전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을 받았고 압박은 연말 계엄 사태 이후에야 수그러들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의 사안과 경중에 따라 최고경영진(CEO)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까지 손에 쥔만큼 이를 앞세워 주요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1호 적용 금융사 오명은 누구나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내부통제와 관련한 긴장감이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진 상태로 그 어느 때보다 금융사고 예방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