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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대표,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등이 3월1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현대타워 스타트업얼라이언스앤스페이스에서 열린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개소식에 참석해 기념떡을 자르고 있다. |
미국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하면 조건없이 지원해주는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이런 문화 속에서 페이팔 마피아도 탄생한다. 페이팔 마피아는 전자결제시스템회사인 페이팔의 성공을 이끈 멤버들이 그 뒤에도 서로 또는 다른 스타트업을 도와주면서 미국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그룹으로 성장해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에도 품앗이라는 전통문화가 있다. 이 전통문화는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맥이 닿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왜 페이팔 마피아가 등장하지 못했던 것일까?
최근 들어 네이버는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동안 상생부족에 대한 네이버의 반성이기도 하지만 네이버의 이런 움직임이 한국에도 페이팔 마피아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구글이 내년에 서울에 창업지원 구글 캠퍼스를 짓기로 하면서 실리콘밸리의 DNA를 서울에 이식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 조건없이 돕는 실리콘밸리 문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유사업종이 밀집해 모여 있다. 주로 IT업체들이 있기에 그들에게 기술과 아이디어는 자산과 같다.
실리콘밸리는 치열한 경쟁으로 서로를 잡아먹는 피 말리는 싸움의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실리콘밸리는 애초부터 자리잡은 개방적 문화가 잘 유지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조건없이 정보를 공유하며 서로 돕는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들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이런 문화가 실리콘밸리를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연구개발지역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렇게 모인 정보들은 시너지를 일으키고 기대 이상의 창조물을 만들어내는 거대한 흐름을 형성한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모두 실리콘밸리 출신의 유능한 인재를 원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도 실리콘밸리에 3억 달러를 투자해 연구개발(R&D) 센터를 운영한다.
구글이 스타트업 지원공간인 ‘캠퍼스 서울’을 내년에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세우기로 하면서 실리콘밸리의 이런 문화가 국내에도 이식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가 높다.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은 구글 캠프서 설립 기자회견에서 "스타트업 활성화 생태계가 조성돼 제2의 래리 페이지와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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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글이 27일 ‘캠퍼스 서울’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선다 피차이 구글 수석 부사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 관 등이 참석했다. |
◆ 정주영의 도전정신을 물려받는 젊은이들
“나는 인간이 스스로 한계라고 규정짓는 일에 도전하여 그것을 이루어내는 기쁨과 보람으로 기업을 해왔고 오늘도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말이다.
아산나눔재단은 제 3회 정주영 창업경진대회 결선에서 대상 1개와 최우수상 1개 팀 등 총 8개 팀이 수상했다고 29일 밝혔다.
대상은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현지 일반가정에서 함께 밥을 먹을 수 있는 체험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애니스푼’으로 ‘사운드오브트립’ 팀이 수상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제 2의 정주영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2012년부터 창업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아산나눔재단 설립자인 정몽준 명예이사장은 "선친의 창업과정에도 많은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현대라는 세계적 기업이 탄생할 수 있었다"며 "아산나눔재단이 창업에 나서는 청년들에게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역할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서거 10주년을 맞아 설립됐다. 정몽준 의원과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6천억 원을 출원했다.
정주영창업경진대회의 특징은 단순히 상금을 수여하는 기존 창업경진대회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좀 더 실질적 창업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상을 받은 입상자는 설립 당시 조성한 1천억 원 규모의 ‘정주영 엔젤투자기금’의 우선 투자검토대상자로 선정된다. 또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조언과 지원도 이뤄진다.
◆ 1세대 창업 성공신화 네이버의 변화
네이버도 후배기업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부터 스타트업 지원정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네이버는 한국투자파트너스, 1세대 게임사업자들이 함께 100억 원 규모의 게임투자 펀드를 조성했다고 지난 7월 밝혔다.
김상헌 대표는 “게임인펀드가 우수한 아이디어와 콘텐츠를 가지고도 자금의 문제를 겪는 국내 게임 스타트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네이버는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9일 일본에서 열린 ‘디지털 개러지 데모데이(Digital Garage Demoday)’에 참석해 한국과 일본의 스타트업 교류에 힘을 쏟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의장은 국내 스타트업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단체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의 의장을 맡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6월 상생간담회를 열어 상생을 위해 서비스중인 포털사이트를 통해 중소상공인 온라인 마케팅 지원과 아티스트를 위한 문화콘텐츠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또 지난해 6월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을 위한 상생협력 프로그램의 성과를 공유하고 파트너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포털 사이트 ‘네이버 벤처스’와 ‘네이버 컬처스’를 만들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당시 "외부와 소통을 더욱 늘려 업계가 실질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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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대표 |
네이버는 그동안 벤처와 중소기업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모방해 이들 기업이 설 자리를 뺏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네이버는 2010년 전국의 맛집 정보를 제공하는 ‘메뉴판닷컴’을 따라한 '윙스푼' 서비스를 내놓았다. 또 대학생 윤자영씨가 만든 패션정보 공유 애플리케이션 ‘스타일쉐어’와 비슷한 '워너비'를 출시했다.
이 밖에도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가 제작한 클라우드 기록 애플리케이션 '솜노트'의 기능을 '네이버 메모'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한 벤처 업체의 대표는 "네이버가 검색에 대한 공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벤처기업 및 중소업체와 비슷한 서비스를 그만두는 등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은 실리콘밸리와 같은 문화를 만들어낼까
“한국 벤처문화와 실리콘밸리가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그동안 한국벤처들은 기획을 오래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에 반해 미국은 기획과 실행을 빠르게 진행해 고쳐나간다. 실행조차 하지 않는 것보다 빨리 실행해서 고쳐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킴(한국명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한국 벤처문화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알토스벤처스는 1996년 김 대표가 설립한 실리콘밸리에 있는 벤처투자 전문회사다.
실리콘밸리에 잔뼈가 굵은 김 대표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실리콘밸리 문화는 한국의 전통문화 ‘품앗이’와 같은 모습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이 온전히 이뤄진다면 실리콘밸리의 문화와 같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사업화 가능성이 보인다고 판단되면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곧바로 시장에 진입한다. 그러면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제대로 된 경쟁을 해 보지도 못한 채 사라진다.
스타트업들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자본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불멘소리를 한다. 벤처캐피탈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려운 데다 투자를 유치해도 정말 적은 금액이라는 것이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적극적 기업활동을 하기에 충분한 금액의 확보가 어려워 성장에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설립된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등 국내에서도 점점 스타트업이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 것 아니냐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일종의 창업지원센터다.
미국 벤처투자회사 '포메이션8'의 구본웅 공동대표는 "앞으로 5년 안에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산업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라며 “한국 대기업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 절대 이런 변화를 따라갈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