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비즈니스포스트 취재를 종합하면 일라이릴리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 전부터 병의원에서 사전예약이나 대기명단 등이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비만약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위고비’ 독주 체제에서 ‘마운자로’와의 양강 구도로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만약은 전문의약품(ETC)으로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지만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아 미용 목적 처방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업계와 의료현장 취재에 따르면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가 국내 출시도 되기 전에 일선 병원에서 이미 사전예약이나 대기명단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병원은 '8월 20일경 마운자로 출시'를 내걸고 예약 접수를 받고 있었다. 2.5㎎ 30만 원, 5.0㎎ 40만 원까지 거론되며 가격 경쟁 양상도 보였다.
일라이릴리는 국내에서 8월 중순에 저용량 제품 2종을 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공급가는 2.5㎎이 약 28만 원, 5.0㎎이 37만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예약을 할 때 처방 기준인 체질량지수(BMI) 등 요건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비만치료를 목적으로 허가받은 의약품들은 엄격하게 따지면 식약처에서 허가를 위해 진행한 임상시험 대상자들의 체질량지수(BMI) 기준에 따라 처방이 돼야 한다.
병원 관계자는 “출시와 동시에 투여받을 수 있도록 미리 신청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하고 난 후, 공급 부족 사태를 겪었을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노보노디스크는 국내에서 위고비 가격과 관련해 용량과 관계없이 동일한 가격을 채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고용량 주사를 나눠맞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2.4㎎ 용량 주사를 사용법 대로 4주 동안 맞는 것이 아니라 1회 투여량을 낮춰 4주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물론 위고비는 국내에서는 개봉 이후 6주 이내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개봉 후 8주 이내 사용을 권고하고 있고 정량대로 사용한다면 1펜에 4주 분량이다.
애초 용량의 경우 가장 낮은 0.25㎎에서 시작해 최대 2.4㎎까지 5단계에 걸쳐 늘리는 게 원칙이다. 나눠맞기가 유행하자 일부 병의원에서는 2.4㎎을 중심으로 대기 명단이나 사전예약 등이 이뤄지기도 했다.
▲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는 국내에서 BMI 30 이상의 비만인 성인을 대상으로 품목허가를 받았다. 사진은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제품 모습.
다만 여기에서도 입금 혹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릴 때 BMI 등에 대한 요구는 없었다.
실제 이런 병원에 입금한 이후 방문해보니 진료 과정에서 BMI는 측정하지만 기준치에 미달되더라도 위고비를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 병원에 문의하자 병원 측은 “본인이 원해서 처방했다”며 “저체중(BMI 18.5)인 경우에도 대상자가 직업 등의 문제로 처방을 원하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모두 국내 허가 시 성인 가운데 BMI 30㎏/㎡ 이상 비만 환자 또는 BMI 한 가지 이상의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상혈당증 또는 제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이 있으면서 BMI가 27㎏/㎡ 이상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다.
마운자로까지 국내 판매를 시작하게 되면 이런 오남용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위고비 판매 규모는 약 1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비만약 시장의 73% 수준으로 사실상 독주 체제로 전환됐다.
업계는 마운자로가 출시되면 2026년 국내 GLP-1 계열 시장 규모가 3천억~4천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운자로는 세마글루타이드 단일 성분인 위고비와 달리,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타이드) 수용체를 동시에 작용시키는 이중 작용제로 직접 비교 임상은 실시되지 않았지만 3상 기준으로 체중 감량 효과가 위고비보다 뛰어나다는 의견도 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초기 수요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만 치료에는 효과적이지만 정상 체중인 사람들이 비만약을 오남용하게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비만약 자체가 전문의약품인 데다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다.
대한비만학회는 “영양소 흡수를 지연시키는 약물을 목적 외로 장기간 사용할 경우, 단백질·비타민·무기질 등의 섭취 부족으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상시험결과 GLP-1 계열 약물의 대표적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 구토, 변비, 췌장염 등이 보고되어 있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해외에서는 급성 췌장염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는 만큼 무분별하게 오남용하면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정상 체중에 대해서는 임상 결과가 없는 데다 최근 미국에서는 정상 체중에 처방을 피해야 한다는 연구 논문도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12월 위고비 등 5종 비만약의 비대면 처방을 금지하며 오남용 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도 식약처는 온라인 플랫폼과도 협력하며 온라인 불법 유통 및 불법 광고 단속을 강화했다.
김영림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 연구관은 7월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비만학회가 주관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위고비 등에 대한 온라인 불법 판매 및 광고를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현장점검을 통해 정확한 의약품 정보 제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