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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윤건희 시대'의 종말, 그리고 새 출발

안우현 기자 BlueAn@businesspost.co.kr 2025-08-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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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8월] '윤건희 시대'의 종말, 그리고 새 출발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특검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어쩌면 특전사 헬기가 지난해 12월3일 밤 서울 여의도 상공으로 날아가면서 한 시대의 종말은 시작됐을 터였다. 당시 여의도로 달려간 한 친구는 이렇게 회상했다.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혹시 몰라 여의도로 갔다. 처음엔 장난이라 생각했지만 갑자기 머리 위로 헬기 소리가 진동을 했다. 비로소 현실감이 들었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어느날, 한 여인이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15만 원(또는 10만 원)짜리 에코백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전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비로소 특검팀의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특히 특검 조사를 받기에 앞서 취재진에게 자신을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라 불렀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비화폰을 지급 받나? 그것도 대통령 보안 등급으로?

그를 둘러싼 범죄 혐의는 너무 많아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쉽지 않다. 이를테면 특검법에 16가지 실려 있고, 특검은 ‘집사 게이트’ 등을 새롭게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전 원내대표)은 1억 원대의 금품 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롭다.

‘조리돌림’이란 게 있다. 옛날 죄지은 이가 동네를 돌면서 마을사람들의 모욕을 받도록 하는 형벌이다. 그런데 검찰은 피의자 공개소환을 조리돌림이라 불렀다.

피의자는 대검찰청 또는 길 건너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에 도착한 뒤 갑자기 수백명의 취재진과 맞닥뜨리게 된다. 카메라 프레쉬가 일제히 터진다. 갑자기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이민다. 장관도, 국회의원도, 재벌 회장도 소용없다. 홀로 사람들 앞에서 벌거숭이가 되는 것이다.

요즘은 포토라인이 잘 지켜지고, 큰 소란 없이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예전엔 포토라인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수백명의 사진기자 가운데 누구 한 사람 자리를 벗어나면 나머지 기자들이 한꺼번에 뒤엉켰다. 사진기자로선 그 역사적 순간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백명이 뒤엉키는 몸싸움이 벌어졌고,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재벌 회장은 이 과정에서 방송사 카메라 랜즈 쪽에 이마가 찍혀 피를 흘리며 검찰청사 안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한 대검 검사는 예전에 “그렇게 청사 앞에서 조리돌림을 한 뒤에 검찰 조사실로 들어오면 일단 혼이 절반쯤 나가 있다. 기세가 꺾여서 자백 받기가 쉬워진다”고 좋았던 옛날을 떠올렸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어떤 피의자는 비공개 소환조사를 간절히 원한다. 몸싸움은 없지만 검찰청 앞 소환 장면은 사진과 영상으로 영원히 박제되기 때문이다. 김건희씨도 이날 검찰 공개소환 이전에 그토록 비공개소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소환조사 이튿날, 김건희 특검팀은 7일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한테는 중대 고비이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다면 수사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영장이 발부되면 김씨를 ‘옆에 앉혀두고’ 밀린 숙제를 해나갈 수 있다.

사실 이번 구속영장 청구는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씨에 대한 기소를 최종 목표로 삼고 있고, 구속기소는 필연이 가깝다.

지난해 12월3일 밤 헬기가 여의도 상공에 나타난 이래 여러 고비가 있었다. 거의 전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달이었다. 국회 탄핵 소추안 가결, 용산 대통령실 체포영장 집행,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 심우정 검찰총장의 구속 취소, 내란특검의 재구속, 그리고 최근의 서울구치소 체포영장 집행 실패까지.

하지만 윤석열 정부 3년을 혹자는 ‘윤건희 시대’라 부른다. 윤 전 대통령뿐 아니라, 아니 그 이상으로 부인 김건희씨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윤 전 대통령이 분노를 일으키는 쪽이라면, 김씨 쪽은 짜증을 돋웠다.

그래서 윤 전 대통령과 별개로 김씨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가 시작됐다는 것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제 윤건희 시대 극복이 본궤도를 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TV조선 앵커 출신의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방송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의 첫 주자로 나섰다. 그는 여당 의원의 질타에 “언제까지 내란 타령 하실 겁니까”라고 맞받았다.

어쩌면 시민들 모두 ‘내란 타령’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원할 터이다. 지겹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내란 세력 제압이 계속 지체된 탓이다. 내란 세력이 완전히 제압되고 그래서 더 이상 내란의 걱정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염원은 여전히 강력하다.

우리는 1905년 을사늑약과 1945년 해방을 끊임없이 되새긴다. 그러면서 주권을 지킬 힘을 기른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2024년 12월 계엄령 선포를 계속 짚어볼 것이다. 내란 타령을 계속해야 또 다른 내란을 막을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내란 세력 진압과 함께, 김씨 소환조사로 윤건희 시대 극복의 다른 한 축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과거를 올바르게 정리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연결돼 있다, 강철처럼 한덩어리로. 안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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